미적분도 모르는 이공대생, 누가 만드나

등록 2007.07.09.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사건으로 한국에도 유명해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서 ‘세계의 대학교육’ 특집을 게재했습니다. 11개 국가의 이공계 대학교육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고민이 있지만 한국에선 이공계 신입생의 형편없는 실력이 테마였습니다.

사이언스지는 한국 고교 2,3학년생의 3분의2가 과학을 안 배운 채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은 이들을 위해 보충수업을 운영할 정도로 한국의 중등 과학교육이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우리 수학 과학교육의 위기론이 거론된 것은 하루 이틀 전이 아닙니다. 서울대가 올해 3월 이공계 신입생 243명을 상대로 물리 시험을 치른 결과 39명만이 시험에 통과했다고 합니다. 서울대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수학과 과학 실력에 따라 우열반을 나눠 수업하기로 했습니다.

전국자연과학대 학장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전국 9개 대학 자연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중고교 수학문제를 풀게 한 결과 100점 만점에 29점이 나왔습니다. 특히 미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등 수학Ⅱ 선택과목의 평균점수는 45점 만점에 4.63점으로 바닥권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1997년, 정부는 학습자중심의 교과과정을 설계한다며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미적분이나 이산수학처럼 공부하기 힘든 과목을 기피하게 된 거죠.

미적분은 수학 과학영역에서 기초 중 기초입니다. 저희 세대가 공부했던 시절엔 문과 학생들도 당연히 미적분 문제를 풀었습니다. 문과대생 중에는 이과 전공 고교생을 가르칠 정도로 실력 있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학습자 중심의 교과과정이 갖는 장점도 없진 않습니다. 학교와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의 의사와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관계에서 일어날 일이지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을 마구잡이로 주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쉬운 수능시험의 탓도 큽니다. 사이언스지도 한국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1980년대의 절반수준이라고 평가하고 그 사이 이공계와 인문학 전공자 비율도 6대 4에서 3대 7로 역전됐다고 전했습니다.

변별력 없는 쉬운 수능은 ‘틀리지 않는 기술’ 경쟁만 불러오고 쉬운 수능의 도입목적인 사교육 줄이기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내년부터 등급제 도입으로 자기 점수도 모르게 되는데 어떤 학생이 점수 따기 힘든 과목 공부에 노력하겠습니까.

이공계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선진국들이 수학 과학 교육에 그토록 매진하는 것도 국가경쟁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몸부림인 것입니다. 수학 과학 교과과정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과학계 목소리에 정부가 진지하게 답할 때가 왔습니다. 이상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사건으로 한국에도 유명해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서 ‘세계의 대학교육’ 특집을 게재했습니다. 11개 국가의 이공계 대학교육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고민이 있지만 한국에선 이공계 신입생의 형편없는 실력이 테마였습니다.

사이언스지는 한국 고교 2,3학년생의 3분의2가 과학을 안 배운 채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은 이들을 위해 보충수업을 운영할 정도로 한국의 중등 과학교육이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우리 수학 과학교육의 위기론이 거론된 것은 하루 이틀 전이 아닙니다. 서울대가 올해 3월 이공계 신입생 243명을 상대로 물리 시험을 치른 결과 39명만이 시험에 통과했다고 합니다. 서울대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수학과 과학 실력에 따라 우열반을 나눠 수업하기로 했습니다.

전국자연과학대 학장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전국 9개 대학 자연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중고교 수학문제를 풀게 한 결과 100점 만점에 29점이 나왔습니다. 특히 미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등 수학Ⅱ 선택과목의 평균점수는 45점 만점에 4.63점으로 바닥권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1997년, 정부는 학습자중심의 교과과정을 설계한다며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미적분이나 이산수학처럼 공부하기 힘든 과목을 기피하게 된 거죠.

미적분은 수학 과학영역에서 기초 중 기초입니다. 저희 세대가 공부했던 시절엔 문과 학생들도 당연히 미적분 문제를 풀었습니다. 문과대생 중에는 이과 전공 고교생을 가르칠 정도로 실력 있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학습자 중심의 교과과정이 갖는 장점도 없진 않습니다. 학교와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의 의사와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관계에서 일어날 일이지 학생에게 과목 선택권을 마구잡이로 주는 식이어선 안 됩니다.

쉬운 수능시험의 탓도 큽니다. 사이언스지도 한국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1980년대의 절반수준이라고 평가하고 그 사이 이공계와 인문학 전공자 비율도 6대 4에서 3대 7로 역전됐다고 전했습니다.

변별력 없는 쉬운 수능은 ‘틀리지 않는 기술’ 경쟁만 불러오고 쉬운 수능의 도입목적인 사교육 줄이기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내년부터 등급제 도입으로 자기 점수도 모르게 되는데 어떤 학생이 점수 따기 힘든 과목 공부에 노력하겠습니까.

이공계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입니다. 선진국들이 수학 과학 교육에 그토록 매진하는 것도 국가경쟁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몸부림인 것입니다. 수학 과학 교과과정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과학계 목소리에 정부가 진지하게 답할 때가 왔습니다. 이상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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