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삶으로 역사를 느끼고 싶었다
등록 2007.07.12.“대학에 가기 전까진 호남 사투리 한 번 못 들어봤다”는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었을 때는 슬퍼서 울었고 5·18 때는 나라가 망하는 줄 알고 무서워 울었다”는 대구 남자다.
‘화려한 휴가’는 여러모로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다. 우선 올해 한국 영화 중 최대인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 거미줄 쳐진 충무로의 숨통을 거머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의 태풍에 맞서야 한다. 여기에 대선의 해에 5·18이란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정치적 부담도 짊어지고 있다. 이 ‘눈치 없는’ 영화를 만든 김 감독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다.
○ 왜 지금 5·18인가?
5·18 때 열 살이었던 나는 대학에 가서야 자료집을 읽고 진실을 알았다. 충격 속에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몰랐던 게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27년 전 그 사건에 대한 평가와 보상도 이뤄졌다. 5·18은 고귀하고 우러러볼 역사는 됐지만 그 속의 사람들은 잊혀졌고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감춰졌다. 하지만 광주에 가 보라. 사람들의 삶 속에 역사가 배어 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삶으로 역사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 왜 당신인가?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 시절 “영화는 1초에 24발의 필름을 쏘는 기관총이 돼야 한다”는 운동권 선배도 있었다. 나는 “프레임 하나하나가 피카소의 추상화가 돼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5·18을 영화화하겠다고 생각했다. 5·18을 소재로 한 ‘꽃잎’, ‘부활의 노래’, ‘박하사탕’ 같은 영화가 계속 나와 불안(?)했지만 5·18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없었다. 데뷔작인 ‘목포는 항구다’는 영화사 ‘기획시대’ 작품이었는데 이 영화를 오래전부터 기획해 온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가 불쑥 찾아와 “당신이 맡으라”고 했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운명처럼 다가왔다.
○ 왜 상업영화인가?
난 예술영화 감독이 아니라 대중영화 감독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한국 감독들은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나 호모 루덴스(놀이 하는 사람)였지만 이젠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가 돼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먹물 냄새 안 나게 찍었다. 연정(戀情)과 부정(父情)이라는 대중적 감수성을 통해 5·18의 진실을 향한 나침반만 제시하고 이념이나 정치적 해석은 다 뺐다.
○ 영화 속 진실게임
광주 시민들이 애국가를 들으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을 때 공수부대의 총격이 시작되는 장면을 놓고 배우들도 기막힌 극적 효과라고 했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영화 속 인물은 실제 모델을 합성해 만들었다. 시민군을 이끈 박흥수 대령은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던 예비역 육군대위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거부하고 옷을 벗은 전남도경 고위 경찰관을 합쳐 놓은 인물이다. 도청 진압 순간 시민군들이 무전기를 통해 끊임없이 유언을 남기는 장면은 연출이었지만 당시 시민군들의 사진을 보면 실제로 무전기가 도처에 등장한다. 그것이 ‘소통의 부재’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갈망을 상징한다고 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화려한 휴가’는 눈치는 없을지언정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다. 순박한 택시 운전사 강민우(김상경)와 고교생인 동생 진우(이준기), 예비역 대령 출신의 택시회사 사장인 박흥수(안성기)와 딸인 간호사 신애(이요원) 같은 소시민들이 왜 죽음을 각오하고 국가 공권력에 맞서 싸우게 됐나를 118분이라는 ‘경제적 시간’ 안에 담아 냈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뜻밖에도 그는 경상도 사내였다.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36) 감독. 전작이 조직폭력 코미디 ‘목포는 항구다’였고 이번엔 5·18. 당연히 호남 사람인 줄 알았다.
“대학에 가기 전까진 호남 사투리 한 번 못 들어봤다”는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었을 때는 슬퍼서 울었고 5·18 때는 나라가 망하는 줄 알고 무서워 울었다”는 대구 남자다.
‘화려한 휴가’는 여러모로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다. 우선 올해 한국 영화 중 최대인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 거미줄 쳐진 충무로의 숨통을 거머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의 태풍에 맞서야 한다. 여기에 대선의 해에 5·18이란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정치적 부담도 짊어지고 있다. 이 ‘눈치 없는’ 영화를 만든 김 감독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다.
○ 왜 지금 5·18인가?
5·18 때 열 살이었던 나는 대학에 가서야 자료집을 읽고 진실을 알았다. 충격 속에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몰랐던 게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27년 전 그 사건에 대한 평가와 보상도 이뤄졌다. 5·18은 고귀하고 우러러볼 역사는 됐지만 그 속의 사람들은 잊혀졌고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감춰졌다. 하지만 광주에 가 보라. 사람들의 삶 속에 역사가 배어 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삶으로 역사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 왜 당신인가?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 시절 “영화는 1초에 24발의 필름을 쏘는 기관총이 돼야 한다”는 운동권 선배도 있었다. 나는 “프레임 하나하나가 피카소의 추상화가 돼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5·18을 영화화하겠다고 생각했다. 5·18을 소재로 한 ‘꽃잎’, ‘부활의 노래’, ‘박하사탕’ 같은 영화가 계속 나와 불안(?)했지만 5·18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없었다. 데뷔작인 ‘목포는 항구다’는 영화사 ‘기획시대’ 작품이었는데 이 영화를 오래전부터 기획해 온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가 불쑥 찾아와 “당신이 맡으라”고 했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운명처럼 다가왔다.
○ 왜 상업영화인가?
난 예술영화 감독이 아니라 대중영화 감독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한국 감독들은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나 호모 루덴스(놀이 하는 사람)였지만 이젠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가 돼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먹물 냄새 안 나게 찍었다. 연정(戀情)과 부정(父情)이라는 대중적 감수성을 통해 5·18의 진실을 향한 나침반만 제시하고 이념이나 정치적 해석은 다 뺐다.
○ 영화 속 진실게임
광주 시민들이 애국가를 들으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을 때 공수부대의 총격이 시작되는 장면을 놓고 배우들도 기막힌 극적 효과라고 했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영화 속 인물은 실제 모델을 합성해 만들었다. 시민군을 이끈 박흥수 대령은 당시 시민군에 참여했던 예비역 육군대위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거부하고 옷을 벗은 전남도경 고위 경찰관을 합쳐 놓은 인물이다. 도청 진압 순간 시민군들이 무전기를 통해 끊임없이 유언을 남기는 장면은 연출이었지만 당시 시민군들의 사진을 보면 실제로 무전기가 도처에 등장한다. 그것이 ‘소통의 부재’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갈망을 상징한다고 봤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화려한 휴가’는 눈치는 없을지언정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다. 순박한 택시 운전사 강민우(김상경)와 고교생인 동생 진우(이준기), 예비역 대령 출신의 택시회사 사장인 박흥수(안성기)와 딸인 간호사 신애(이요원) 같은 소시민들이 왜 죽음을 각오하고 국가 공권력에 맞서 싸우게 됐나를 118분이라는 ‘경제적 시간’ 안에 담아 냈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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