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에 대한 선관위의 명쾌한 해석

등록 2007.07.13.
“대통령은 사적,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살아 있는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에게 공사(公私)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형사상 특권을 주는 이유도 공사의 구분이 불명확한 대통령 직무수행의 포괄성 때문이므로 대통령은 자연인이라는 개념을 설정해 기본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상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6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의 일부입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특강과 지지자 모임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박근혜 경선 후보를 비난한 일련의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선관위 결정에 반발해 ‘자연인 신분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선관위는 답변서에서 “행정부 수반이며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대통령은 정점의 국가기관이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헌법소원 자체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관위는 대통령이 자연인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자연인의 신분으로 헌법소원의 자격이 된다고 해도 청구인의 행위는 개인적 행위가 아닌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이며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거나 공개가 예상되는 공적 공간에서 발언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사적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단히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가 돋보입니다.

이쯤 되면 물러설 법도 한데 노 대통령은 오히려 한발 더 나가버렸습니다. 청와대는 그제 대통령이 선관위에 공직 선거법 위반 여부를 사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질의서 전문을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소신껏 판단해서 발언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니 선관위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노 대통령 특유의 표현을 빌리자면 ‘막가자는 것’입니다.

선관위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세 차례나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고, 이와 관련한 위헌여부 심리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청와대의 조치는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대통령과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참모들이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힐 예정이었다는 발언들은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저열한 수준이라서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행위’ ‘얄팍한 술책’ ‘거짓과 술수의 정치’ 같은 표현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정치판을 어지럽히겠다는 의도가 없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발언들입니다.

대통령은 지금 선관위와의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닙니다. 국정의 원만한 마무리와 함께 대선까지 남은 약 6개월 동안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대통령은 사적, 공적 영역을 구분할 수 없는 살아 있는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에게 공사(公私)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형사상 특권을 주는 이유도 공사의 구분이 불명확한 대통령 직무수행의 포괄성 때문이므로 대통령은 자연인이라는 개념을 설정해 기본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상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6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의 일부입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특강과 지지자 모임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박근혜 경선 후보를 비난한 일련의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선관위 결정에 반발해 ‘자연인 신분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선관위는 답변서에서 “행정부 수반이며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가지는 대통령은 정점의 국가기관이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헌법소원 자체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관위는 대통령이 자연인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자연인의 신분으로 헌법소원의 자격이 된다고 해도 청구인의 행위는 개인적 행위가 아닌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이며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거나 공개가 예상되는 공적 공간에서 발언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사적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단히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가 돋보입니다.

이쯤 되면 물러설 법도 한데 노 대통령은 오히려 한발 더 나가버렸습니다. 청와대는 그제 대통령이 선관위에 공직 선거법 위반 여부를 사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질의서 전문을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소신껏 판단해서 발언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으니 선관위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노 대통령 특유의 표현을 빌리자면 ‘막가자는 것’입니다.

선관위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세 차례나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고, 이와 관련한 위헌여부 심리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청와대의 조치는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대통령과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참모들이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힐 예정이었다는 발언들은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저열한 수준이라서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행위’ ‘얄팍한 술책’ ‘거짓과 술수의 정치’ 같은 표현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정치판을 어지럽히겠다는 의도가 없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발언들입니다.

대통령은 지금 선관위와의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닙니다. 국정의 원만한 마무리와 함께 대선까지 남은 약 6개월 동안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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