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가족 “생환 못한 두분 생각하면…기쁨도 죄스럽네요”

등록 2007.08.29.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28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납치 감금하고 있던 19명의 피랍자를 모두 석방하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가족모임 사무실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41일 동안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두 손 모아 기도해 온 가족들은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불렀다. 오랜 걱정과 부담감에서 풀려난 가족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생기가 돌았고 “고생하셨다, 수고하셨다”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석방 소식을 듣고 급하게 사무실을 찾은 이웃과 취재진에게도 연방 머리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일부 가족들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피붙이의 무사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며 한 달 넘게 뜬눈으로 지새운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 것일까. 그동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던 이들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가족 못지않게 마음고생이 심했던 교회 관계자들도 석방 합의 소식을 들은 뒤 “석방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기자회견 내내 “국민의 성원에 고맙고,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가족들은 가끔 웃음을 짓다 이내 이를 감추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피랍사건 때문에 한국이 겪은 외교적 어려움과 국민이 겪은 정신적 충격 및 우려를 의식하는 듯했다.

피랍자가족모임 대표 차성민 씨는 “석방을 위해 노력해 주신 대통령과 외교부 관계자들, 국민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그러나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말했다.

차 씨는 이어 “19명이 무사히 인천공항에 돌아올 때까지 가족들은 안심할 수 없다”며 “먼저 돌아가신 배형규 목사님과 심성민 씨 유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무거운 심정을 토로했다.

함께 자리한 가족들도 배 목사와 심 씨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숙이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피랍자들에 앞서 풀려난 김지나 씨의 오빠 김지웅 씨는 “병원에 있는 제 동생이 가장 기뻐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민과 정부에 빚진 심정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2명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역시 먼저 풀려난 김경자 씨의 오빠 김경식 씨도 “피랍돼 함께 있던 이지영 씨의 양보로 먼저 석방된 동생이 이 씨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가장 기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석방이 결정된 김윤영 씨의 남편 류행식 씨는 “아이들이 개학을 하면서 처음 집사람 피랍을 알렸는데 오늘 석방 소식을 전하자 아이들이 뛸 듯이 기뻐했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에게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만큼 주위에 보답하면서 살겠다”고 밝혔다.

서명화, 경석 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 씨는 “유치원 어린아이들부터 섬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편지를 보내 왔다”며 “이처럼 전 국민이 염려해 준 덕분에 오늘같이 기쁜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씨의 오빠 이종환 씨는 “지영이가 석방을 양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생이 대견스러운 한편 아프신 어머님 때문에 섭섭하기도 했다”며 “특히 남자 피랍자의 가족들이 힘들었을 텐데 모두 같이 풀려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도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이들이 조국 땅을 밟을 때까지 계속해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28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납치 감금하고 있던 19명의 피랍자를 모두 석방하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가족모임 사무실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41일 동안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두 손 모아 기도해 온 가족들은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불렀다. 오랜 걱정과 부담감에서 풀려난 가족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생기가 돌았고 “고생하셨다, 수고하셨다”는 말을 서로에게 건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석방 소식을 듣고 급하게 사무실을 찾은 이웃과 취재진에게도 연방 머리를 숙이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일부 가족들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피붙이의 무사생환을 애타게 기다리며 한 달 넘게 뜬눈으로 지새운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 것일까. 그동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던 이들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가족 못지않게 마음고생이 심했던 교회 관계자들도 석방 합의 소식을 들은 뒤 “석방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기자회견 내내 “국민의 성원에 고맙고,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가족들은 가끔 웃음을 짓다 이내 이를 감추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피랍사건 때문에 한국이 겪은 외교적 어려움과 국민이 겪은 정신적 충격 및 우려를 의식하는 듯했다.

피랍자가족모임 대표 차성민 씨는 “석방을 위해 노력해 주신 대통령과 외교부 관계자들, 국민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그러나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말했다.

차 씨는 이어 “19명이 무사히 인천공항에 돌아올 때까지 가족들은 안심할 수 없다”며 “먼저 돌아가신 배형규 목사님과 심성민 씨 유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무거운 심정을 토로했다.

함께 자리한 가족들도 배 목사와 심 씨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숙이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피랍자들에 앞서 풀려난 김지나 씨의 오빠 김지웅 씨는 “병원에 있는 제 동생이 가장 기뻐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민과 정부에 빚진 심정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2명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역시 먼저 풀려난 김경자 씨의 오빠 김경식 씨도 “피랍돼 함께 있던 이지영 씨의 양보로 먼저 석방된 동생이 이 씨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가장 기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석방이 결정된 김윤영 씨의 남편 류행식 씨는 “아이들이 개학을 하면서 처음 집사람 피랍을 알렸는데 오늘 석방 소식을 전하자 아이들이 뛸 듯이 기뻐했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에게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만큼 주위에 보답하면서 살겠다”고 밝혔다.

서명화, 경석 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 씨는 “유치원 어린아이들부터 섬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편지를 보내 왔다”며 “이처럼 전 국민이 염려해 준 덕분에 오늘같이 기쁜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씨의 오빠 이종환 씨는 “지영이가 석방을 양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생이 대견스러운 한편 아프신 어머님 때문에 섭섭하기도 했다”며 “특히 남자 피랍자의 가족들이 힘들었을 텐데 모두 같이 풀려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도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이들이 조국 땅을 밟을 때까지 계속해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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