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양철북’의 슐뢴도르프 감독 관객과의 대화

등록 2007.10.09.
Q : “신작 ‘울잔’, 코엘류 소설 연상시킨다”

A : “사실 ‘안티 코엘류’ 영화인데…”

‘양철북’으로 유명한 독일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폴커 슐뢴도르프(69)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는 1962년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선언한 독일 청년 영화인들의 ‘오버하우젠 선언’을 주도하며 1970년대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감독. 197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양철북’, ‘카탈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 독일 사회의 부끄러움에 대해 침묵하는 윗세대에 대한 거침없는 저항과 도전의 목소리를 내 왔다.

그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비롯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등 문학작품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언어로 영화화하는 작업을 즐겨 해 왔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신작은 ‘울잔(Ulzahn)’. 자살을 결심한 프랑스인이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유랑하며 겪는 구도(求道)적인 영화다. 슐뢴도르프는 6일 상영을 마친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고 7일에는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여러분 알아보셨나요? 이 영화에는 ‘양철북’에서 괴성을 지르는 꼬마 역을 했던 배우가 나와요. 단어를 파는 장사꾼이 바로 그 배우(다비드 베넨트)죠. 그가 이제 마흔 살이에요. 키가 많이 컸죠? 그래도 여전히 눈을 보면 자석같이 빨아들이는 빛이 나오고 음성에서는 쇳소리가 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현재 연극 연출가 피터 브루크가 이끄는 극단의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요.”

슐뢴도르프는 ‘양철북’의 칸영화제 수상 이후의 삶을 묻는 질문에 “수상은 내게 엄청난 영예였지만 그 후로 30년간 내 인생은 내리막길일 수밖에 없었다”며 “나보다 더 불쌍한 것은 귄터 그라스로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 노벨 문학상을 타기 전까지 50년 동안 밑으로 내려갔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관객 중 한 명이 “울잔은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를 연상시키는 데 코엘류의 소설을 영화화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코엘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엔 서양인이 자신의 눈으로 아시아를 투영하는 시각이 있다. 동양엔 어디엔가 현자(賢者)가 있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신비주의다. ‘울잔’은 ‘안티 코엘류’ 모델에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올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잉마르 베리만의 사망으로 영화사의 거대한 한 페이지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엔 영화가 비디오게임처럼 변해 가고 있어 무성영화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그라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친위대(SS)에서 활동했다는 고백을 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슐뢴도르프는 “개인적으로 난 그가 노벨상 수상 등으로 너무 유명해져 하나의 ‘기념비적 존재’가 되면서 (나치 활동을)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양철북’ 속 오스카의 비명은 그 기념비를 부수고 싶었던 작가의 욕구가 아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Q : “신작 ‘울잔’, 코엘류 소설 연상시킨다”

A : “사실 ‘안티 코엘류’ 영화인데…”

‘양철북’으로 유명한 독일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폴커 슐뢴도르프(69)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는 1962년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선언한 독일 청년 영화인들의 ‘오버하우젠 선언’을 주도하며 1970년대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감독. 197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양철북’, ‘카탈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 독일 사회의 부끄러움에 대해 침묵하는 윗세대에 대한 거침없는 저항과 도전의 목소리를 내 왔다.

그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비롯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등 문학작품을 자신만의 스타일과 언어로 영화화하는 작업을 즐겨 해 왔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신작은 ‘울잔(Ulzahn)’. 자살을 결심한 프랑스인이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유랑하며 겪는 구도(求道)적인 영화다. 슐뢴도르프는 6일 상영을 마친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고 7일에는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여러분 알아보셨나요? 이 영화에는 ‘양철북’에서 괴성을 지르는 꼬마 역을 했던 배우가 나와요. 단어를 파는 장사꾼이 바로 그 배우(다비드 베넨트)죠. 그가 이제 마흔 살이에요. 키가 많이 컸죠? 그래도 여전히 눈을 보면 자석같이 빨아들이는 빛이 나오고 음성에서는 쇳소리가 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현재 연극 연출가 피터 브루크가 이끄는 극단의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요.”

슐뢴도르프는 ‘양철북’의 칸영화제 수상 이후의 삶을 묻는 질문에 “수상은 내게 엄청난 영예였지만 그 후로 30년간 내 인생은 내리막길일 수밖에 없었다”며 “나보다 더 불쌍한 것은 귄터 그라스로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후 노벨 문학상을 타기 전까지 50년 동안 밑으로 내려갔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관객 중 한 명이 “울잔은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를 연상시키는 데 코엘류의 소설을 영화화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코엘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엔 서양인이 자신의 눈으로 아시아를 투영하는 시각이 있다. 동양엔 어디엔가 현자(賢者)가 있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신비주의다. ‘울잔’은 ‘안티 코엘류’ 모델에서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올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잉마르 베리만의 사망으로 영화사의 거대한 한 페이지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엔 영화가 비디오게임처럼 변해 가고 있어 무성영화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그라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친위대(SS)에서 활동했다는 고백을 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슐뢴도르프는 “개인적으로 난 그가 노벨상 수상 등으로 너무 유명해져 하나의 ‘기념비적 존재’가 되면서 (나치 활동을)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양철북’ 속 오스카의 비명은 그 기념비를 부수고 싶었던 작가의 욕구가 아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