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부활’엔 이런 이유가 있다

등록 2007.11.28.
얼마 전 동아일보엔 영국 런던 금융 특구인 ‘더 시티(The City)’라는 곳을 찾아간 기자의 르뽀 기사가 실렸습니다. 저도 작년에 그곳에 갔었는 데요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이미 오래 전에 성장이 끝난 선진 유럽나라들을 가보면 우리나라처럼 건설 현장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시티는 고풍스러운 건물들 뒤편으로 헌 빌딩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공사장들이 즐비합니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폐셜 리포트에서 영국의 부활을 다뤘습니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제조업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영국은 2차 대전 후에 급속하게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던 영국이 부활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 중심이 바로 더 시티입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름아닌, 금융산업이었습니다.

영국은 우리 귀에도 익은 이른바 빅뱅이라는 금융 개혁을 20여년 전인 86년에 하는데요. 한마디로 국내와 외국 금융 기관이 동일한 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당장 효과를 본 것은 아닙니다. 92년에는 소로스에게 환투기 공격을 받아서 무릎을 꿇기도 했구요, 자국의 10대 증권사 중 9개가 외국 금융 회사에 넘어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영국 파운드화는 거칠 것 없이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졌으며 높은 경제 성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시티에 가 보면 19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금융업은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고용 창출 효과를 내는 비즈니스입니다. 영국 법인세의 20 퍼센트를 더 시티에서 낼 정도라니까요. 이 곳에 고용된 인원만도 무려 35만여 명에 달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임금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덕분에 집값은 10년 동안 3배가 뛰었다는군요.

그렇다고 영국이 제조업을 포기한 게 아닙니다. 다만 금융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지요.

나라의 성장이란 이런 겁니다. 우리는 흔히 성장하면 분배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만 생각하는 데 그런 게 아니라 생명을 가진 인간이 계속 커 나가는 것처럼 그 인간들이 살아가는 나라가 유지 발전되고 대대손손 굴러가기 위해 변신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과 모티브를 제공받아야 합니다.

현명한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몸과 마음을 써서, 현재에 만족하다면 어떻게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또 현재가 불만족하다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합니다. 나라의 운명은 평균 80년가량 사는 인간과 달라서 자자손손 계속되는 것이니까 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나라의 생존과 운명에 관한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영국의 성장은 그런 점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제조업 위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우리도 이제 조만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게 됩니다. 명실상부 부자나라지요. 부자가 되면 자산을 부동산 금융 고루고루 투자를 하듯이 우리도 이제 부자나라가 되었으니까 집중과 선택을 여러 갈래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부자로 만들었던 제조업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야겠지만 새로운 것은 없을까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 선진 부국들의 예에서 보듯이 서비스업과 금융업입니다.

우리는 금융업을 제조업 후방 산업이나 내수 산업, 심지어 불로소득을 내는 투기산업으로까지 보는 시선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세계 경제는 금융이 주도권을 쥔 ‘New Capitailsm’ 한 마디로 신자본주의 시대입니다.

자산 규모 세계 20대 기업이 모두 금융기업이라는 사실은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금융업은 단순히 내수 산업이 아니라 굴뚝 없는 수출산업이기도 합니다. 스위스 UBS, 영국의 HSBC 같은 금융 회사들의 해외 수익비중은 무려 70 퍼센트가 넘습니다.

이제 과거 한국의 수출 역군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제품을 팔았듯 이제는 자본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결국 변화는 상상력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이상, 3분 논평 마치겠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얼마 전 동아일보엔 영국 런던 금융 특구인 ‘더 시티(The City)’라는 곳을 찾아간 기자의 르뽀 기사가 실렸습니다. 저도 작년에 그곳에 갔었는 데요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이미 오래 전에 성장이 끝난 선진 유럽나라들을 가보면 우리나라처럼 건설 현장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시티는 고풍스러운 건물들 뒤편으로 헌 빌딩을 허물고 새로 짓는 공사장들이 즐비합니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폐셜 리포트에서 영국의 부활을 다뤘습니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제조업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영국은 2차 대전 후에 급속하게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던 영국이 부활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 중심이 바로 더 시티입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름아닌, 금융산업이었습니다.

영국은 우리 귀에도 익은 이른바 빅뱅이라는 금융 개혁을 20여년 전인 86년에 하는데요. 한마디로 국내와 외국 금융 기관이 동일한 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당장 효과를 본 것은 아닙니다. 92년에는 소로스에게 환투기 공격을 받아서 무릎을 꿇기도 했구요, 자국의 10대 증권사 중 9개가 외국 금융 회사에 넘어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영국 파운드화는 거칠 것 없이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졌으며 높은 경제 성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시티에 가 보면 19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금융업은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고용 창출 효과를 내는 비즈니스입니다. 영국 법인세의 20 퍼센트를 더 시티에서 낼 정도라니까요. 이 곳에 고용된 인원만도 무려 35만여 명에 달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임금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덕분에 집값은 10년 동안 3배가 뛰었다는군요.

그렇다고 영국이 제조업을 포기한 게 아닙니다. 다만 금융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지요.

나라의 성장이란 이런 겁니다. 우리는 흔히 성장하면 분배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만 생각하는 데 그런 게 아니라 생명을 가진 인간이 계속 커 나가는 것처럼 그 인간들이 살아가는 나라가 유지 발전되고 대대손손 굴러가기 위해 변신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과 모티브를 제공받아야 합니다.

현명한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몸과 마음을 써서, 현재에 만족하다면 어떻게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또 현재가 불만족하다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합니다. 나라의 운명은 평균 80년가량 사는 인간과 달라서 자자손손 계속되는 것이니까 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나라의 생존과 운명에 관한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영국의 성장은 그런 점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제조업 위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우리도 이제 조만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게 됩니다. 명실상부 부자나라지요. 부자가 되면 자산을 부동산 금융 고루고루 투자를 하듯이 우리도 이제 부자나라가 되었으니까 집중과 선택을 여러 갈래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부자로 만들었던 제조업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도 고민해야겠지만 새로운 것은 없을까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 선진 부국들의 예에서 보듯이 서비스업과 금융업입니다.

우리는 금융업을 제조업 후방 산업이나 내수 산업, 심지어 불로소득을 내는 투기산업으로까지 보는 시선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세계 경제는 금융이 주도권을 쥔 ‘New Capitailsm’ 한 마디로 신자본주의 시대입니다.

자산 규모 세계 20대 기업이 모두 금융기업이라는 사실은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금융업은 단순히 내수 산업이 아니라 굴뚝 없는 수출산업이기도 합니다. 스위스 UBS, 영국의 HSBC 같은 금융 회사들의 해외 수익비중은 무려 70 퍼센트가 넘습니다.

이제 과거 한국의 수출 역군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제품을 팔았듯 이제는 자본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결국 변화는 상상력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이상, 3분 논평 마치겠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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