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역시 짝짓기의 계절
등록 2007.12.05.과거에 비해 이번 대선이 좀 더 요란하긴 합니다. 다들 ‘이런 선거는 처음 봤다’고 합니다. 과거 보다는 현재의 일이 항상 더 커 보이는 법이지만, 수긍할만한 대목이 없는 말은 아닙니다. 당장 어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진영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벌어진 ‘희한한 일’을 보면 더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됩니다.
어제 한나라당을 담당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기자실에 나타나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장 대변인은 97년, 2002년 두 차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저격수로 맹활약했던 인물입니다. 지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변인인 김현미 의원 못지않게 독한 말을 쏟아냈던 장본인입니다. 그런 그가 ‘원수’나 다름없는 한나라당에 입당한다고 나타났으니 기자들이 놀랄 만도 합니다. 그 자신도 감회가 남달랐던 모양입니다. 한나라당 당사인 여의도 한양빌딩은 1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던 바로 그 건물입니다.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평생 김대중 대통령과 고락을 같이하던 민주당 이윤수, 안동선 전 의원이 이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한 때 동교동 가신그룹으로 불릴 만큼 김대중 대통령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인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분신(分身)이자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전 의원이 깜짝 놀라 이윤수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권 전 의원은 “어떻게 선생님을 배신할 수 있느냐. 이 의원의 뿌리는 동교동 아니냐”고 했지만, 이 전 의원은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걸 두고 ‘정치무상’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란 말도 실감이 납니다. 그런데 정치가 아무리 무상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금배지를 향한 일념’입니다. 정치판에서 적과의 동침도 가능하게 만드는 짝짓기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구나 다음 총선은 내년 4월입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총선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대선과 총선이 이렇게 가까운 시기에 치러지는 경우는 20년에 한번 돌아오는 일입니다. 그러니 대선이 총선용 짝짓기의 기회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장전형 대변인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는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저격수 노릇을 했지만 아직 배지를 달지 못했습니다. 호남 출신인 그에겐 경쟁자가 많은 정동영 후보 쪽보다는 이명박 후보 진영이 훨씬 매력적인 불루오션이었을 겁니다. 10년 전 민주당 조순 총재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합당을 결행했듯이 좀 있으면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이명박지지 선언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짝짓기의 대상만 다를 뿐 정치는 역시 돌고 돕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짝짓기 소리가 요란합니다. 그렇게 새삼스러운 모습은 아닙니다. 옛 짝을 버리고 새 짝을 찾아 나서는 선거 풍경은 이미 한국 정치의 전통이 된지 오랩니다.
과거에 비해 이번 대선이 좀 더 요란하긴 합니다. 다들 ‘이런 선거는 처음 봤다’고 합니다. 과거 보다는 현재의 일이 항상 더 커 보이는 법이지만, 수긍할만한 대목이 없는 말은 아닙니다. 당장 어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진영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벌어진 ‘희한한 일’을 보면 더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됩니다.
어제 한나라당을 담당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기자실에 나타나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장 대변인은 97년, 2002년 두 차례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저격수로 맹활약했던 인물입니다. 지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변인인 김현미 의원 못지않게 독한 말을 쏟아냈던 장본인입니다. 그런 그가 ‘원수’나 다름없는 한나라당에 입당한다고 나타났으니 기자들이 놀랄 만도 합니다. 그 자신도 감회가 남달랐던 모양입니다. 한나라당 당사인 여의도 한양빌딩은 1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던 바로 그 건물입니다.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평생 김대중 대통령과 고락을 같이하던 민주당 이윤수, 안동선 전 의원이 이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한 때 동교동 가신그룹으로 불릴 만큼 김대중 대통령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인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분신(分身)이자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전 의원이 깜짝 놀라 이윤수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권 전 의원은 “어떻게 선생님을 배신할 수 있느냐. 이 의원의 뿌리는 동교동 아니냐”고 했지만, 이 전 의원은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걸 두고 ‘정치무상’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란 말도 실감이 납니다. 그런데 정치가 아무리 무상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금배지를 향한 일념’입니다. 정치판에서 적과의 동침도 가능하게 만드는 짝짓기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구나 다음 총선은 내년 4월입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총선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대선과 총선이 이렇게 가까운 시기에 치러지는 경우는 20년에 한번 돌아오는 일입니다. 그러니 대선이 총선용 짝짓기의 기회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장전형 대변인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는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저격수 노릇을 했지만 아직 배지를 달지 못했습니다. 호남 출신인 그에겐 경쟁자가 많은 정동영 후보 쪽보다는 이명박 후보 진영이 훨씬 매력적인 불루오션이었을 겁니다. 10년 전 민주당 조순 총재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합당을 결행했듯이 좀 있으면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이명박지지 선언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짝짓기의 대상만 다를 뿐 정치는 역시 돌고 돕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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