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행복세상’
등록 2007.12.07.부산의 그 공민학교는 딱 두 학급으로 한 반은 차고(車庫)에서, 다른 반은 천막에서 수업했습니다. 비가 오면 천막교실은 따닥거리는 빗소리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가 공민학교에서 고교 1년 과정을 밟을 때 학교가 브니엘실업고등학교로 정식인가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고교 졸업장은 있습니다. 현재 부산 브니엘고등학교의 전신입니다.
당시 학교에는 관광과와 상업선전과, 2개 반이 있었는데 그는 관광과를 졸업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주산 부기 음악 미술 민속대요(大要) 등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에 가고 싶었던 그는 집에 오면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고려대를 졸업한 후 검사가 된 그는 두 차례나 검찰총장 물망에 올랐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법무부 장관이 됐습니다. 그를 보면 ‘한국은 꽤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는 뜻 아닙니까?
법무부 장관 치고 법치주의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는 유난히 법의 지배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불법 파업으로 월급이 올라선 안 된다. 뜨거운 난로를 만지면 손을 데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법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도 관심사였던 그는 창업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폐지하고, 기업을 사냥하듯 남발하는 소송에서 보호하기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법무부가 발의한 이 개정법안은 현재 국회에 가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습니다.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후 내년 총선 이후에나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청와대 386들과 갈등을 빚다 장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 야당 공천으로 부산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를 떠나보내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해 도와 달라”고 말했다지요. 대형 로펌에 가서 호의호식하며 지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일을 시작했습니다. 6일 공익재단법인 ‘행복세상’을 창립한 것입니다. 행복세상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발기인으로 동참했습니다.
이 재단은 법의 지배, 기업하기 좋은 환경, 약자 및 서민생활 안정 등을 위한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안전, 법치, 경제적 풍요 등이 ‘행복’을 만드는 핵심요소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국가’가 장관 시절 업무방침이었으니 그 때 하던 일과 방향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역할은 달라집니다. 때로는 싱크탱크로, 때로는 NGO 즉 ‘행동하고 투쟁하는 단체’로 말입니다.
그는 성장기의 역경을 초인적 의지로 극복해 낸 사람입니다. 그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좀더 행복하고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그의 말마따나 ‘행복세상’ 말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김성호 전(前) 법무부 장관에게는 중학교 졸업장이 없습니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비를 안 내도 되는 공민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그 공민학교는 딱 두 학급으로 한 반은 차고(車庫)에서, 다른 반은 천막에서 수업했습니다. 비가 오면 천막교실은 따닥거리는 빗소리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가 공민학교에서 고교 1년 과정을 밟을 때 학교가 브니엘실업고등학교로 정식인가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고교 졸업장은 있습니다. 현재 부산 브니엘고등학교의 전신입니다.
당시 학교에는 관광과와 상업선전과, 2개 반이 있었는데 그는 관광과를 졸업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주산 부기 음악 미술 민속대요(大要) 등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에 가고 싶었던 그는 집에 오면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고려대를 졸업한 후 검사가 된 그는 두 차례나 검찰총장 물망에 올랐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법무부 장관이 됐습니다. 그를 보면 ‘한국은 꽤 괜찮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는 뜻 아닙니까?
법무부 장관 치고 법치주의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는 유난히 법의 지배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불법 파업으로 월급이 올라선 안 된다. 뜨거운 난로를 만지면 손을 데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법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도 관심사였던 그는 창업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폐지하고, 기업을 사냥하듯 남발하는 소송에서 보호하기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법무부가 발의한 이 개정법안은 현재 국회에 가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습니다. 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후 내년 총선 이후에나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청와대 386들과 갈등을 빚다 장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 야당 공천으로 부산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를 떠나보내면서 “내년 총선에 출마해 도와 달라”고 말했다지요. 대형 로펌에 가서 호의호식하며 지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일을 시작했습니다. 6일 공익재단법인 ‘행복세상’을 창립한 것입니다. 행복세상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발기인으로 동참했습니다.
이 재단은 법의 지배, 기업하기 좋은 환경, 약자 및 서민생활 안정 등을 위한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안전, 법치, 경제적 풍요 등이 ‘행복’을 만드는 핵심요소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국가’가 장관 시절 업무방침이었으니 그 때 하던 일과 방향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역할은 달라집니다. 때로는 싱크탱크로, 때로는 NGO 즉 ‘행동하고 투쟁하는 단체’로 말입니다.
그는 성장기의 역경을 초인적 의지로 극복해 낸 사람입니다. 그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좀더 행복하고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그의 말마따나 ‘행복세상’ 말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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