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투표율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등록 2007.12.21.
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63%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직선제 도입 이후 대선 투표율은 1987년 13대 89.2%로 최고를 기록한 뒤 15대까지 80%선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16대 대선에서 70.8%로 떨어진데 이어 이번엔 60%대 초반에 턱걸이 했습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투표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지난해 재․보선에선 정부가 MP3, 백화점상품권 같은 경품을 내걸기도 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정치가 안정된 선진국일수록 투표율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 요임금 시절 함포고복 설화가 보여주듯 백성이 편안하면 오히려 임금의 덕, 그러니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잊어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정치 관심도가 높은 나라에서 총선도 아닌, 대선에서 이렇게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원인을 따져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에서 기권도 정당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투표할 권리가 있다면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투표율 저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기권자가 많을수록 의사선택 과정이 왜곡돼 전체 민의와는 다른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투표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투표행위로 인해 내가 바라는 대로 세상이 변화할 것’이란 기대편익이 적을 경우 유권자는 기권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한 사람이 기권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다수가 이렇게 할 경우 단결된 소수에 의해 투표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다수결의 이익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침해됩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기권방지를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벨기에는 기권하면 벌금을 물리고 일정기간 공직에 나설 기회를 박탈합니다. 베네수엘라는 ‘투표 안하면 해외여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기권자의 은행 신용거래를 1년간 막아 버리기도 합니다. 기권하면 벌금이나 구류처분을 내리는 강제선거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32개국이나 됩니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지만 의무에 더 무게를 두는 나라들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기권율이 높았던 것은 선거 초반부터 이명박 대세론으로 인해 선거 흥행성을 잃어버린 까닭도 있지만 BBK 등 네거티브 공방으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입니다. 기권율 37%는 국민이 기존 정치권에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무관심과 냉소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란 사실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63%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직선제 도입 이후 대선 투표율은 1987년 13대 89.2%로 최고를 기록한 뒤 15대까지 80%선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16대 대선에서 70.8%로 떨어진데 이어 이번엔 60%대 초반에 턱걸이 했습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투표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지난해 재․보선에선 정부가 MP3, 백화점상품권 같은 경품을 내걸기도 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정치가 안정된 선진국일수록 투표율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 요임금 시절 함포고복 설화가 보여주듯 백성이 편안하면 오히려 임금의 덕, 그러니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잊어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정치 관심도가 높은 나라에서 총선도 아닌, 대선에서 이렇게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원인을 따져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에서 기권도 정당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투표할 권리가 있다면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투표율 저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기권자가 많을수록 의사선택 과정이 왜곡돼 전체 민의와는 다른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투표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투표행위로 인해 내가 바라는 대로 세상이 변화할 것’이란 기대편익이 적을 경우 유권자는 기권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한 사람이 기권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다수가 이렇게 할 경우 단결된 소수에 의해 투표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다수결의 이익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침해됩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기권방지를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벨기에는 기권하면 벌금을 물리고 일정기간 공직에 나설 기회를 박탈합니다. 베네수엘라는 ‘투표 안하면 해외여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기권자의 은행 신용거래를 1년간 막아 버리기도 합니다. 기권하면 벌금이나 구류처분을 내리는 강제선거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32개국이나 됩니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지만 의무에 더 무게를 두는 나라들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기권율이 높았던 것은 선거 초반부터 이명박 대세론으로 인해 선거 흥행성을 잃어버린 까닭도 있지만 BBK 등 네거티브 공방으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입니다. 기권율 37%는 국민이 기존 정치권에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무관심과 냉소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란 사실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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