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내민 한나라당의 공천 전쟁

등록 2007.12.26.
한나라당은 지금 정권 교체 준비로 여념이 없습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에 젖을 겨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성탄절인 어제는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내정했고, 오늘은 각 분과위원회 별로 인수위 간사들이 발표됐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12월 19일부터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2월 25일까지 67일간이 향후 5년의 성패를 가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간입니다. 관료들의 저항이 가장 심한 정부조직개편도 이 기간 중에 매듭을 지어놔야 합니다. 정부 부처의 통폐합이 끝나야 새 정부의 각료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지 대상인 국정홍보처는 말할 것도 없고,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습니다. 관료들은 아마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 소속 부처가 없어지는 걸 막으려 들 겁니다. 전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인수위 주변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10년 만에 맛보는 ‘즐거운 전쟁’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선 피가 아니라 엔돌핀이 솟는 전쟁일 겁니다. 진짜 유혈이 낭자할지 모를 전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18대 총선 공천 전쟁입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강재섭 대표가 만나 서둘러 틀어막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공천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박희태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 재검토 발언이 그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시절 당헌을 개정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명예직 외에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입니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때처럼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임해 공천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대통령이 공천권까지 휘두르면 국회의원은 말 그대로 행정부의 시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박희태 의원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로 그 조항의 개정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겁니다. 더구나 박 의원은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입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생각을 박 의원이 대신 얘기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 의원들이 바짝 긴장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이 내년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둘로 쪼개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원조 보수정당’ 창당을 준비중인 이회창 씨는 박근혜 대표와 친박(親朴)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나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명박 당선자로서는 한나라당을 완벽한 ‘이명박 당’으로 만들어 총선에서 과반의석만 차지하면 그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당과 정부, 청와대가 완벽한 ‘이명박 팀’으로 뭉칠 수 있겠죠. 그러나 과거처럼 제왕적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공천을 좌우할 수도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리더십뿐입니다.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한나라당은 지금 정권 교체 준비로 여념이 없습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에 젖을 겨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성탄절인 어제는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내정했고, 오늘은 각 분과위원회 별로 인수위 간사들이 발표됐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12월 19일부터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2월 25일까지 67일간이 향후 5년의 성패를 가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간입니다. 관료들의 저항이 가장 심한 정부조직개편도 이 기간 중에 매듭을 지어놔야 합니다. 정부 부처의 통폐합이 끝나야 새 정부의 각료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폐지 대상인 국정홍보처는 말할 것도 없고,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습니다. 관료들은 아마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 소속 부처가 없어지는 걸 막으려 들 겁니다. 전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인수위 주변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10년 만에 맛보는 ‘즐거운 전쟁’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선 피가 아니라 엔돌핀이 솟는 전쟁일 겁니다. 진짜 유혈이 낭자할지 모를 전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18대 총선 공천 전쟁입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강재섭 대표가 만나 서둘러 틀어막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공천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박희태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 재검토 발언이 그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시절 당헌을 개정해 당권과 대권을 분리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명예직 외에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입니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때처럼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임해 공천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대통령이 공천권까지 휘두르면 국회의원은 말 그대로 행정부의 시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박희태 의원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로 그 조항의 개정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겁니다. 더구나 박 의원은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입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생각을 박 의원이 대신 얘기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 의원들이 바짝 긴장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이 내년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둘로 쪼개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원조 보수정당’ 창당을 준비중인 이회창 씨는 박근혜 대표와 친박(親朴)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나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명박 당선자로서는 한나라당을 완벽한 ‘이명박 당’으로 만들어 총선에서 과반의석만 차지하면 그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당과 정부, 청와대가 완벽한 ‘이명박 팀’으로 뭉칠 수 있겠죠. 그러나 과거처럼 제왕적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공천을 좌우할 수도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리더십뿐입니다.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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