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 클까

등록 2008.01.04.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마감 가격은 약간 하락했지만 어쨌든 한동안 경고됐던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한 것입니다.



고유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지적됩니다만 근본은 공급보다 소비가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기름 먹는 하마입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하느라 석유가 무척이나 필요한 것이죠. 원유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값이 내려가는 게 정상인데 두 나라가 마구 사들이니 값이 내릴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다나카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두 나라의 고속 성장이 이어질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석유수요가 줄어드는 게 그나마 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 최대의 원유소비국인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도 고유가의 한 원인입니다. 미국의 유가에 대한 영향력이 위축되고 산유국의 오일달러의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상품시장 금융시장 세계정치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나이지리아 테러 사건, 멕시코의 석유수출 항구 폐쇄 등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진 탓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유가 전망도 엇갈립니다. 미국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어 1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유가는 1~3월에 반짝 고개를 들어 다른 물가들을 올리겠지만 그 이후엔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 하향 안정될 것이란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새로 발굴할 유전이 많지 않고 중동 산유국까지 경제발전에 나서 개도국의 석유소비가 계속 늘어나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강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우선 정부는 “위기상황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100달러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1974년, 1980년의 오일쇼크 때와는 달리 고유가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물가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면밀히 관리하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성장 동력 회복을 외치고 있는 이명박 새 정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물가 비상, 금리 비상, 수출 비상 소리가 이어지고 특히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짙어지면 정부도 구경만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다만, 고유가가 현실화돼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한국의 수출 환경도 우려할 만큼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다음달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회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구상에 대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지, 복지가 저절로 따라오는지, 두고 보자”고 가시 돋친 말은 하면서도 유가 등 경제 여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더군요. 지금까지 고유가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마감 가격은 약간 하락했지만 어쨌든 한동안 경고됐던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한 것입니다.



고유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지적됩니다만 근본은 공급보다 소비가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기름 먹는 하마입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하느라 석유가 무척이나 필요한 것이죠. 원유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값이 내려가는 게 정상인데 두 나라가 마구 사들이니 값이 내릴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다나카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두 나라의 고속 성장이 이어질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석유수요가 줄어드는 게 그나마 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 최대의 원유소비국인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도 고유가의 한 원인입니다. 미국의 유가에 대한 영향력이 위축되고 산유국의 오일달러의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상품시장 금융시장 세계정치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나이지리아 테러 사건, 멕시코의 석유수출 항구 폐쇄 등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진 탓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유가 전망도 엇갈립니다. 미국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어 1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유가는 1~3월에 반짝 고개를 들어 다른 물가들을 올리겠지만 그 이후엔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 하향 안정될 것이란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새로 발굴할 유전이 많지 않고 중동 산유국까지 경제발전에 나서 개도국의 석유소비가 계속 늘어나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강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우선 정부는 “위기상황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100달러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1974년, 1980년의 오일쇼크 때와는 달리 고유가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물가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면밀히 관리하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성장 동력 회복을 외치고 있는 이명박 새 정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물가 비상, 금리 비상, 수출 비상 소리가 이어지고 특히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짙어지면 정부도 구경만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다만, 고유가가 현실화돼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한국의 수출 환경도 우려할 만큼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다음달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회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구상에 대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지, 복지가 저절로 따라오는지, 두고 보자”고 가시 돋친 말은 하면서도 유가 등 경제 여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더군요. 지금까지 고유가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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