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무거워 이륙 못한 비행기

등록 2008.01.21.
요즘 전국 공항은 한국보다 날씨가 따뜻한 중국 일본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겨울철마다 되풀이되는 해외 골프투어 때문입니다.

지난 17일 대구국제공항에서는 중국 하이난섬(海南島)으로 출발하려던 하이난 항공 전세기가 중량이 초과되는 바람에 이륙을 못하고 결국 다음날 아침에 떠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탑승객 158명의 대부분이 3박4일 일정의 하이난섬 골프여행객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짐과 골프채를 실은 비행기의 전체 중량이 이륙이 허용되는 75t을 약간 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해외 골프여행객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일까지 생겼나 싶습니다. 지난해 해외 골프투어를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 골프투어로 쓴 비용은 1조8800억원이나 됩니다. 국내 골프장의 연간 총 매출액이 2조 원 정도인데 이와 거의 비슷한 규모입니다.

그렇다고 해외로 골프 치러 가는 사람들을 나무랄 일만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골프 두세 번 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는 왕복 항공료와 숙식비까지 포함해 3~5회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국제화 시대에 소비와 관광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법입니다. 국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세금 부담이 결국 해외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죠. 2000년 이후 해외여행 경비는 매년 20%씩 늘어나 2006년에는 관광수지 적자만 85억 달러(약 8조 원)나 됐습니다.

교육 부문까지 포함한 서비스 수지적자 규모 130억 달러는 전체 서비스 수지적자 규모 187억 달러의 약 70%에 해당합니다. 서비스 수지 적자 확대로 경상수지가 올해에는 10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수출로 번 돈을 해외여행과 골프, 유학으로 다 써버리는 셈입니다.

국내에서의 교육 여건을 개선해 유학을 갈 필요가 없도록 하면 유학이 줄어들 겁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골프 치는 비용이 줄어들면 해외 골프여행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국내 골프 비용이 비싼 것은 골프장 건설에 따른 규제가 심하고 골프 관련 세금이 너무 무거운 것이 원인입니다. 국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경우 특별소비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부가가치세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으로 내는 세금만 약 3만원 정도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 돈만으로도 골프를 한 번 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4만원 정도 들어가는 카트와 캐디 사용이 대부분 의무사항이지만 외국에서는 골퍼가 직접 개인용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장도 많습니다. 결국 국내 골프장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한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행렬은 그치지 않을 겁니다.

골프장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와 세금부담 완화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골프 관광객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한국의 서비스 산업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요즘 전국 공항은 한국보다 날씨가 따뜻한 중국 일본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겨울철마다 되풀이되는 해외 골프투어 때문입니다.

지난 17일 대구국제공항에서는 중국 하이난섬(海南島)으로 출발하려던 하이난 항공 전세기가 중량이 초과되는 바람에 이륙을 못하고 결국 다음날 아침에 떠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탑승객 158명의 대부분이 3박4일 일정의 하이난섬 골프여행객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짐과 골프채를 실은 비행기의 전체 중량이 이륙이 허용되는 75t을 약간 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해외 골프여행객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일까지 생겼나 싶습니다. 지난해 해외 골프투어를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은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 골프투어로 쓴 비용은 1조8800억원이나 됩니다. 국내 골프장의 연간 총 매출액이 2조 원 정도인데 이와 거의 비슷한 규모입니다.

그렇다고 해외로 골프 치러 가는 사람들을 나무랄 일만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골프 두세 번 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는 왕복 항공료와 숙식비까지 포함해 3~5회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국제화 시대에 소비와 관광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법입니다. 국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세금 부담이 결국 해외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죠. 2000년 이후 해외여행 경비는 매년 20%씩 늘어나 2006년에는 관광수지 적자만 85억 달러(약 8조 원)나 됐습니다.

교육 부문까지 포함한 서비스 수지적자 규모 130억 달러는 전체 서비스 수지적자 규모 187억 달러의 약 70%에 해당합니다. 서비스 수지 적자 확대로 경상수지가 올해에는 10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수출로 번 돈을 해외여행과 골프, 유학으로 다 써버리는 셈입니다.

국내에서의 교육 여건을 개선해 유학을 갈 필요가 없도록 하면 유학이 줄어들 겁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골프 치는 비용이 줄어들면 해외 골프여행도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국내 골프 비용이 비싼 것은 골프장 건설에 따른 규제가 심하고 골프 관련 세금이 너무 무거운 것이 원인입니다. 국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경우 특별소비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부가가치세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으로 내는 세금만 약 3만원 정도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 돈만으로도 골프를 한 번 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4만원 정도 들어가는 카트와 캐디 사용이 대부분 의무사항이지만 외국에서는 골퍼가 직접 개인용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장도 많습니다. 결국 국내 골프장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한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행렬은 그치지 않을 겁니다.

골프장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와 세금부담 완화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골프 관광객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한국의 서비스 산업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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