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성장했다는데 왜 먹고 살기 힘들까요

등록 2008.01.31.
지난해 사분기, 그러니까 10월부터 12월, 3개월 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3분기보다 1일점 오퍼센트 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과 제조업이 예상보다 잘 돼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사점 팔 퍼센트 보다 약간 높은 사점 구 퍼센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살기가 나아져야 할 텐데 실제로 생활 형편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첫 번째로 짚을 수 있는 것은 성장률이 우선 쥐꼬리만한데다 그나마도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 같은 기술 집약 산업입니다. 이 산업에는 사람 수가 별로 필요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기술 집약 산업들은 사람 수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로 승부하는 것이라 고용을 늘리기보다 기존 기술이나 지식이 높은 사람들의 임금을 더 올려주는 쪽으로 가는 게 특징입니다.

성장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혜택이 일부 몇몇 사람에게만 한정되고 있으니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입니다. 그러면 기술 집약 산업 말고 다른 산업들에서 사람들을 많이 채용하고 투자를 많이 하면 성장이 올라 갈 텐데 왜 그렇지 않을까요. 그건 기업들이 한국에서 공장 돌리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기 때문이지요. 인건비 비싸고 땅값도 비싸고 걸핏하면 노동자들이 파업이나 할라하니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 보아도 이익이 날 것 같지 않으니 중국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는 겁니다.

그럼 기업들이 투자만 하면 형편이 나아질까요? 성장의 또 다른 한 축인 소비 측면도 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소비는 돈 있는 사람은 해외에 나가 쓰고 돈을 한국에서 쓰고 싶은 사람은 돈이 없어서 못 쓰는 상황입니다.

왜 해외에서 돈을 쓰느냐? 그건 해외가 국내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도 미국이나 캐나다 필리핀이 싸고 밥 한 끼, 가방 하나 사더라도 뉴욕이나 도쿄가 더 쌉니다. 비행기 값 빼고도 남는 장사가 될 정도로 한국은 많은 것들이 비쌉니다. 게다가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습니다. 직장이 없으니 수입이 있을 턱이 없고 직장이 있다하더라도 아파트 관리비,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같은 준 세금, 자식들 교육비, 여기에 은행대출이자까지 쥐꼬리만한 봉급에 나가는 돈이 더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국내총지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십프로대 전반으로 미국의 칠십프로는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인 오십칠프로에도 못 미칩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위축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투자와 소비가 맞물려 잘 돌아가야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는 둘다 막혀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거죠.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지난해 사분기, 그러니까 10월부터 12월, 3개월 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3분기보다 1일점 오퍼센트 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과 제조업이 예상보다 잘 돼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사점 팔 퍼센트 보다 약간 높은 사점 구 퍼센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살기가 나아져야 할 텐데 실제로 생활 형편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첫 번째로 짚을 수 있는 것은 성장률이 우선 쥐꼬리만한데다 그나마도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산업은 반도체 같은 기술 집약 산업입니다. 이 산업에는 사람 수가 별로 필요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기술 집약 산업들은 사람 수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로 승부하는 것이라 고용을 늘리기보다 기존 기술이나 지식이 높은 사람들의 임금을 더 올려주는 쪽으로 가는 게 특징입니다.

성장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혜택이 일부 몇몇 사람에게만 한정되고 있으니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입니다. 그러면 기술 집약 산업 말고 다른 산업들에서 사람들을 많이 채용하고 투자를 많이 하면 성장이 올라 갈 텐데 왜 그렇지 않을까요. 그건 기업들이 한국에서 공장 돌리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기 때문이지요. 인건비 비싸고 땅값도 비싸고 걸핏하면 노동자들이 파업이나 할라하니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 보아도 이익이 날 것 같지 않으니 중국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는 겁니다.

그럼 기업들이 투자만 하면 형편이 나아질까요? 성장의 또 다른 한 축인 소비 측면도 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소비는 돈 있는 사람은 해외에 나가 쓰고 돈을 한국에서 쓰고 싶은 사람은 돈이 없어서 못 쓰는 상황입니다.

왜 해외에서 돈을 쓰느냐? 그건 해외가 국내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도 미국이나 캐나다 필리핀이 싸고 밥 한 끼, 가방 하나 사더라도 뉴욕이나 도쿄가 더 쌉니다. 비행기 값 빼고도 남는 장사가 될 정도로 한국은 많은 것들이 비쌉니다. 게다가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습니다. 직장이 없으니 수입이 있을 턱이 없고 직장이 있다하더라도 아파트 관리비,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같은 준 세금, 자식들 교육비, 여기에 은행대출이자까지 쥐꼬리만한 봉급에 나가는 돈이 더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국내총지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십프로대 전반으로 미국의 칠십프로는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인 오십칠프로에도 못 미칩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위축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투자와 소비가 맞물려 잘 돌아가야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는 둘다 막혀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거죠.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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