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퇴진과 김정일의 미래

등록 2008.02.20.
무려 49년간 쿠바를 통치해온 피텔 카스트로가 스스로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쿠바 국내언론과 외신들은 카스트로가 19일 공직에서 사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쿠바의 대통령격인 국가평의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카스트로는 현존하는 세계 최장기 집권 독재자도 세월에는 저항할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절감하게 합니다. 카스트로는 올해 여든 한 살입니다. 그는 2006년 장 수술을 받은 뒤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임시로 국정운영을 맡겼습니다. 병원에서 가끔 성명을 발표하며 자신의 건재를 알리려 애썼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른 것입니다. 그는 “육체적 감당이 힘든 상황에서 중책을 맡는 것은 양심에 반대된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퇴진을 미화했지만, 독재자가 아니었다면 2년 동안 병상통치를 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카스트로는 1959년 체 게바라 등과 함께 바티스타 정권을 축출하고 공산혁명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의 이상은 결국 꿈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미국을 향해 호통치고 전 세계를 향해 허장성세를 부렸지만, 쿠바는 여전히 경제 후진국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에는 구소련의 지원으로 지탱했지만 구소련 붕괴 이후 쿠바 경제는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쿠바인들의 해외 도피가 쿠바의 현재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쿠바는 흔히 북한과 비교되는 나라입니다.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1인 장기집권이 계속되고 있는 흔치 않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카스트로의 퇴진을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사망 이후로만 따져도 14년째 집권하고 있습니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66세가 됐습니다. 곧 70대가 됩니다. 아무리 큰소리를 친다 해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오늘 백발을 막을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카스트로처럼 건강하다 해도 10여년 뒤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옵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이던 지난 16일 북한 전역에서 대대적인 경축행사가 열렸습니다. 평양 김일성광장 등에서는 대규모 경축 무도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우리 장군님 제일이야’ 등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한심한 노릇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올해도 북한을 ‘식량위기국’으로 분류했습니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지도자에 대한 칭송이 아니라 지탄이 터져 나왔을 겁니다.

카스트로의 퇴진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늦게나마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기를 꿈꿔봅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허장성세도 버려야 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대북인식을 갖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곧 출범한다는 현실도 빨리 인정하기를 기대합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무려 49년간 쿠바를 통치해온 피텔 카스트로가 스스로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쿠바 국내언론과 외신들은 카스트로가 19일 공직에서 사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쿠바의 대통령격인 국가평의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카스트로는 현존하는 세계 최장기 집권 독재자도 세월에는 저항할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절감하게 합니다. 카스트로는 올해 여든 한 살입니다. 그는 2006년 장 수술을 받은 뒤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에게 임시로 국정운영을 맡겼습니다. 병원에서 가끔 성명을 발표하며 자신의 건재를 알리려 애썼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른 것입니다. 그는 “육체적 감당이 힘든 상황에서 중책을 맡는 것은 양심에 반대된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퇴진을 미화했지만, 독재자가 아니었다면 2년 동안 병상통치를 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카스트로는 1959년 체 게바라 등과 함께 바티스타 정권을 축출하고 공산혁명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의 이상은 결국 꿈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미국을 향해 호통치고 전 세계를 향해 허장성세를 부렸지만, 쿠바는 여전히 경제 후진국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냉전시대에는 구소련의 지원으로 지탱했지만 구소련 붕괴 이후 쿠바 경제는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쿠바인들의 해외 도피가 쿠바의 현재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쿠바는 흔히 북한과 비교되는 나라입니다.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1인 장기집권이 계속되고 있는 흔치 않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카스트로의 퇴진을 어떻게 볼지 궁금합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사망 이후로만 따져도 14년째 집권하고 있습니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66세가 됐습니다. 곧 70대가 됩니다. 아무리 큰소리를 친다 해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오늘 백발을 막을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카스트로처럼 건강하다 해도 10여년 뒤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옵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이던 지난 16일 북한 전역에서 대대적인 경축행사가 열렸습니다. 평양 김일성광장 등에서는 대규모 경축 무도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우리 장군님 제일이야’ 등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고 합니다. 한심한 노릇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올해도 북한을 ‘식량위기국’으로 분류했습니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지도자에 대한 칭송이 아니라 지탄이 터져 나왔을 겁니다.

카스트로의 퇴진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늦게나마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기를 꿈꿔봅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허장성세도 버려야 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대북인식을 갖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곧 출범한다는 현실도 빨리 인정하기를 기대합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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