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식들이 먹을 게 없다면

등록 2008.03.21.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골칫거리는 뭘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식량문제’를 꼽습니다. 자동차나 휴대전화는 없어도 불편할 뿐이지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식량은 생존과 직결된 것입니다. 먹을 게 없어 배를 곯는다면 민주주의도, 인간의 존엄성도 사치에 불과할 뿐입니다.

식량 위기는 가상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세계적인 곡물 부족 현상으로 지난 1년간 식량가격지수가 무려 40%나 급등했습니다. 전 세계 곡물비축량은 역대 최저인 40일분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고 부자 나라라도 식량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생길 것입니다. 식량 확보를 위해 국가간에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식량 부족 사태가 생기는 이유는 한마디로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가 자주 발생하면서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고 있는데 반해 곡물 수요는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인구는 62억 명으로 이 정도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도 지금의 곡물 생산은 부족합니다. 그런데 50년 뒤엔 인구가 95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경제 성장으로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음식 소비 자체가 늘고 있는데다 식성까지 육식 위주로 변하고 있는 것도 곡물 소비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인구 14억의 중국, 12억의 인도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소고기 1㎏을 생산하는데 곡물사료 8㎏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곡물을 활용하는 것도 식량 부족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의 3분의 1이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거의 모든 나라가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식량 위기는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곡물 생산이 많은 나라들은 “일단 우리부터 살고 보자”며 수출 통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식량 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자식들이 큰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곡물 생산을 위한 해외 농업기지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정치권이 각성해야 합니다. 정치의 근본은 백성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하는 것이니, 무엇보다 근본에 충실 하라는 얘기입니다. 공리공담은 배가 부른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골칫거리는 뭘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식량문제’를 꼽습니다. 자동차나 휴대전화는 없어도 불편할 뿐이지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식량은 생존과 직결된 것입니다. 먹을 게 없어 배를 곯는다면 민주주의도, 인간의 존엄성도 사치에 불과할 뿐입니다.

식량 위기는 가상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세계적인 곡물 부족 현상으로 지난 1년간 식량가격지수가 무려 40%나 급등했습니다. 전 세계 곡물비축량은 역대 최저인 40일분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고 부자 나라라도 식량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생길 것입니다. 식량 확보를 위해 국가간에 전쟁 아닌 전쟁이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식량 부족 사태가 생기는 이유는 한마디로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가 자주 발생하면서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고 있는데 반해 곡물 수요는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인구는 62억 명으로 이 정도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도 지금의 곡물 생산은 부족합니다. 그런데 50년 뒤엔 인구가 95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경제 성장으로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음식 소비 자체가 늘고 있는데다 식성까지 육식 위주로 변하고 있는 것도 곡물 소비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인구 14억의 중국, 12억의 인도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소고기 1㎏을 생산하는데 곡물사료 8㎏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석유를 대체하기 위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곡물을 활용하는 것도 식량 부족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의 3분의 1이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거의 모든 나라가 바이오 에너지 생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식량 위기는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곡물 생산이 많은 나라들은 “일단 우리부터 살고 보자”며 수출 통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식량 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 자식들이 큰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곡물 생산을 위한 해외 농업기지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정치권이 각성해야 합니다. 정치의 근본은 백성을 배부르고 등 따습게 하는 것이니, 무엇보다 근본에 충실 하라는 얘기입니다. 공리공담은 배가 부른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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