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노스텔지어

등록 2008.04.28.
최근 발간된 월간 신동아 5월호를 보면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목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제목이 ‘격정토로’인데, 읽어보니 제목 그대로였습니다. ‘설마…’했던 한나라당 총선 후보 공천의 난잡한 실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친 이명박, 친 박근혜 세력의 싸움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 대권 꿈을 가진 사람도 개입했고, 강재섭 대표도 뭘 어떻게 해보려고 했고, 낙선한 이방호 사무총장도 나름대로 힘을 썼다는 겁니다. 이방호 총장에 대한 인 목사의 증언은 기가 막힙니다.



이 총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청와대도 이 총장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하고, 이재오 최고위원도 그러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이 총장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소연하더라는 겁니다. 인 목사는 국민이 너그러워 한나라당에 153석이나 줬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원칙도, 개혁도, 이념도 없고 당헌·당규에도 어긋나는 엉터리 공천을 했는데도 국민이 너그럽게 봐줬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인 목사가 얘기하는 그런 실상을 충분히 알았다면 절대 과반의석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지만, 어쩌면 그런 풍경이 한나라당의 원형질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야당 10년이라지만 한나라당 사람들은 ‘웰빙당’ 소리까지 들으며 여당 못지않은 야당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정권교체로 잔치 상이 차려지자 염치고 체면이고 가릴 것 없이 덤벼드는 모습입니다.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련한 18대 총선 낙천·낙선자 위로모임도 그랬습니다. 김덕룡 의원이 리사이클링 얘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공천에서 탈락하고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아직 유통기한이 많이 남아 있으니 재활용을 좀 해달라는 얘기입니다. 우스개 소리처럼 했지만, 사실은 진심이었을 겁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속내를 대변해준 얘기였을 겁니다. 김 의원이나 박희태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도 ‘몽니’를 부리는 대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도 결국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친박연대의 복당을 반대하는 이유도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자기 몫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친 이명박 세력, 또는 비(非) 박근혜 세력의 경계심 때문일지 모릅니다. 말로는 국민이 정해준 의석비율을 인위적으로 깰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친박세력이 돌아오면 7월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당권의 향배 뿐 아니라 예를 들어 국회의장 같은 요직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친박연대에 홍사덕, 서청원 당선자 같은 다선의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정권교체가 결국 한나라당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최근 발간된 월간 신동아 5월호를 보면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목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제목이 ‘격정토로’인데, 읽어보니 제목 그대로였습니다. ‘설마…’했던 한나라당 총선 후보 공천의 난잡한 실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친 이명박, 친 박근혜 세력의 싸움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 대권 꿈을 가진 사람도 개입했고, 강재섭 대표도 뭘 어떻게 해보려고 했고, 낙선한 이방호 사무총장도 나름대로 힘을 썼다는 겁니다. 이방호 총장에 대한 인 목사의 증언은 기가 막힙니다.



이 총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청와대도 이 총장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하고, 이재오 최고위원도 그러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이 총장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소연하더라는 겁니다. 인 목사는 국민이 너그러워 한나라당에 153석이나 줬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원칙도, 개혁도, 이념도 없고 당헌·당규에도 어긋나는 엉터리 공천을 했는데도 국민이 너그럽게 봐줬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인 목사가 얘기하는 그런 실상을 충분히 알았다면 절대 과반의석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지만, 어쩌면 그런 풍경이 한나라당의 원형질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야당 10년이라지만 한나라당 사람들은 ‘웰빙당’ 소리까지 들으며 여당 못지않은 야당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정권교체로 잔치 상이 차려지자 염치고 체면이고 가릴 것 없이 덤벼드는 모습입니다.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련한 18대 총선 낙천·낙선자 위로모임도 그랬습니다. 김덕룡 의원이 리사이클링 얘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공천에서 탈락하고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아직 유통기한이 많이 남아 있으니 재활용을 좀 해달라는 얘기입니다. 우스개 소리처럼 했지만, 사실은 진심이었을 겁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속내를 대변해준 얘기였을 겁니다. 김 의원이나 박희태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도 ‘몽니’를 부리는 대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도 결국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친박연대의 복당을 반대하는 이유도 본질적으로 따져보면 자기 몫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친 이명박 세력, 또는 비(非) 박근혜 세력의 경계심 때문일지 모릅니다. 말로는 국민이 정해준 의석비율을 인위적으로 깰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친박세력이 돌아오면 7월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당권의 향배 뿐 아니라 예를 들어 국회의장 같은 요직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친박연대에 홍사덕, 서청원 당선자 같은 다선의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정권교체가 결국 한나라당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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