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결함 있는 협정” 이라는데…

등록 2008.05.26.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시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3일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의회 내 많은 의원들처럼 나는 한미FTA를 반대한다”면서 “한미FTA는 아주 결함 있는(badly flawed) 협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미FTA가 양국의 상호 시장접근, 특히 자동차 관련 부문에서 불공정하다며 부시 대통령한테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민주당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미FTA 반대를 통해 백인 노동자가 주축인 자동차노조 등 지지층을 확실하게 붙잡으려는 의도된 발언으로 보입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 의원이 공개적으로 한미FTA를 비판하고 현직 대통령에게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함에 따라 한미FTA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오바마 의원의 이번 발언은 한미FTA의 본질과 협상과정을 도외시한 부적절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미FTA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제기됐고, 양국 정부가 치열한 주고받기 협상을 통해 타결을 본 것입니다. 수많은 조항에서 양국의 이해가 충돌했습니다. 한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이해관계가 비교적 충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농업에선 많은 양보를 했습니다. 이런 협상에서 어떻게 한쪽만 유리하고 다른 한쪽은 불리한 결론이 내려지겠습니까?

지금으로선 부시 대통령이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더라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미 의회 통과가 불확실합니다. 그나마 우리가 먼저 한미FTA를 비준한다면 미 정부와 의회에 압박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미FTA는 영영 물 건너갈지도 모르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오바마 의원이 한미FTA로 인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양국 소비자 후생보다는 특정분야의 득실만 고려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우리정부가 농축산업자들이 반대한다고 재협상하자면 미국정부는 이를 들어주겠습니까?

더욱이 우리는 한미FTA의 마지막 걸림돌로 인식된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외 광우병 소고기 논란로 촉발된 국론분열과 사회적 낭비, 정치적 혼란을 우리는 지금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희생을 치르고 있는데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가 편협한 논리로 한미FTA를 거부한다면 맥 빠지는 일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한미FTA라는 것이 우리만 원한다고 해서 발효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먼저 의지를 보이는 것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대선결과와 상관없이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공화당 집권기에 한미FTA를 처리하는 것이 요긴합니다.

오늘부터 29일까지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립니다. 정치권은 미국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움직임을 제대로 읽고 바른 선택을 해주길 바랍니다. 이번만큼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익을 보고 판단해 주길 바랍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시되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3일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의회 내 많은 의원들처럼 나는 한미FTA를 반대한다”면서 “한미FTA는 아주 결함 있는(badly flawed) 협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미FTA가 양국의 상호 시장접근, 특히 자동차 관련 부문에서 불공정하다며 부시 대통령한테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민주당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미FTA 반대를 통해 백인 노동자가 주축인 자동차노조 등 지지층을 확실하게 붙잡으려는 의도된 발언으로 보입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노리는 오바마 의원이 공개적으로 한미FTA를 비판하고 현직 대통령에게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함에 따라 한미FTA의 앞날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오바마 의원의 이번 발언은 한미FTA의 본질과 협상과정을 도외시한 부적절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미FTA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제기됐고, 양국 정부가 치열한 주고받기 협상을 통해 타결을 본 것입니다. 수많은 조항에서 양국의 이해가 충돌했습니다. 한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이해관계가 비교적 충실히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농업에선 많은 양보를 했습니다. 이런 협상에서 어떻게 한쪽만 유리하고 다른 한쪽은 불리한 결론이 내려지겠습니까?

지금으로선 부시 대통령이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더라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미 의회 통과가 불확실합니다. 그나마 우리가 먼저 한미FTA를 비준한다면 미 정부와 의회에 압박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한미FTA는 영영 물 건너갈지도 모르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오바마 의원이 한미FTA로 인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양국 소비자 후생보다는 특정분야의 득실만 고려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우리정부가 농축산업자들이 반대한다고 재협상하자면 미국정부는 이를 들어주겠습니까?

더욱이 우리는 한미FTA의 마지막 걸림돌로 인식된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외 광우병 소고기 논란로 촉발된 국론분열과 사회적 낭비, 정치적 혼란을 우리는 지금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희생을 치르고 있는데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가 편협한 논리로 한미FTA를 거부한다면 맥 빠지는 일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한미FTA라는 것이 우리만 원한다고 해서 발효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먼저 의지를 보이는 것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 대선결과와 상관없이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공화당 집권기에 한미FTA를 처리하는 것이 요긴합니다.

오늘부터 29일까지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립니다. 정치권은 미국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움직임을 제대로 읽고 바른 선택을 해주길 바랍니다. 이번만큼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익을 보고 판단해 주길 바랍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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