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17대의 실패에서 배우라

등록 2008.05.28.
내일이면 17대 국회가 막을 내립니다. 모레인 30일부터는 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됩니다. 17대 국회는 한나라당이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의 역풍이 거세게 몰아친 가운데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총선으로 탄생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이 전체 299석 가운데 152석을 차지해 명실상부한 과반 의석의 집권 여당이 됐습니다.

그러나 4년 만에 실시된 지난 4월 9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승계한 통합민주당은 81석의 제1 야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지난해 12월 대선에서도 재집권에 실패했습니다. 여당의 실패는 17대 국회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17대 국회는 야당도 잘한 건 없지만 특히 여당의 오만과 독선, 개혁과 이념 만능주의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원 초기부터 여당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신문법 등 이른바 ‘4대 개혁법안’에 매달려 야당과 끝없는 정쟁을 계속했습니다. 타협과 양보도 없었고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여당은 대통령을 위한 거수기 역할이나 하다가 민심으로부터 멀어져갔습니다. 국민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그걸 심판한 것 아니겠습니까?

17대 국회는 초선의원이 전체 의원 299명의 63%에 해당하는 187명이나 됐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초선의원들의 미숙한 아마추어리즘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17대 초선의원들의 상당수가 재선에 실패해 18대 국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17대 국회는 여야 모두 끝까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우리나라의 선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례 없이 총선이 끝난 뒤에도 낙선 의원들까지 참석하는 임시국회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두 번이나 소집됐지만 민주당은 미국 쇠고기 파동을 이유로 FTA 비준안 처리를 거부했습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6일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한미 FTA 협상을 우리가 비준하지 못한 데 대해 우리는 어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더군요. 아마도 한미 FTA가 무산되면 17대 국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걱정해서일 겁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만나서 오늘이라도 FTA 문제를 결말내자는 제의를 마지막으로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요. 하지만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은 이미 물 건너간 일입니다. 18대 국회에서라도 우선적으로 처리되길 바랄 뿐입니다.

30일부터 시작하는 18대 국회는 17대 국회의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길 바랍니다. 특히 새로 국회의 과반수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부터 경제 살리기와 민생 돌보기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17대 국회의 실패와 18대 국회가 배워야 할 교훈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내일이면 17대 국회가 막을 내립니다. 모레인 30일부터는 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됩니다. 17대 국회는 한나라당이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의 역풍이 거세게 몰아친 가운데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총선으로 탄생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이 전체 299석 가운데 152석을 차지해 명실상부한 과반 의석의 집권 여당이 됐습니다.

그러나 4년 만에 실시된 지난 4월 9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승계한 통합민주당은 81석의 제1 야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지난해 12월 대선에서도 재집권에 실패했습니다. 여당의 실패는 17대 국회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17대 국회는 야당도 잘한 건 없지만 특히 여당의 오만과 독선, 개혁과 이념 만능주의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원 초기부터 여당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신문법 등 이른바 ‘4대 개혁법안’에 매달려 야당과 끝없는 정쟁을 계속했습니다. 타협과 양보도 없었고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여당은 대통령을 위한 거수기 역할이나 하다가 민심으로부터 멀어져갔습니다. 국민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그걸 심판한 것 아니겠습니까?

17대 국회는 초선의원이 전체 의원 299명의 63%에 해당하는 187명이나 됐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초선의원들의 미숙한 아마추어리즘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17대 초선의원들의 상당수가 재선에 실패해 18대 국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17대 국회는 여야 모두 끝까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우리나라의 선진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례 없이 총선이 끝난 뒤에도 낙선 의원들까지 참석하는 임시국회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두 번이나 소집됐지만 민주당은 미국 쇠고기 파동을 이유로 FTA 비준안 처리를 거부했습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6일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한미 FTA 협상을 우리가 비준하지 못한 데 대해 우리는 어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더군요. 아마도 한미 FTA가 무산되면 17대 국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걱정해서일 겁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만나서 오늘이라도 FTA 문제를 결말내자는 제의를 마지막으로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요. 하지만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은 이미 물 건너간 일입니다. 18대 국회에서라도 우선적으로 처리되길 바랄 뿐입니다.

30일부터 시작하는 18대 국회는 17대 국회의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길 바랍니다. 특히 새로 국회의 과반수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부터 경제 살리기와 민생 돌보기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17대 국회의 실패와 18대 국회가 배워야 할 교훈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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