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힘쓰지 말고 야당은 떼쓰지 말아야

등록 2008.05.30.
17대 국회가 어제로 끝나고 오늘부터는 18대 국회의 4년 임기가 새로 시작됩니다. 정당들의 의석 분포가 이전과 확 달라졌고 처음 국회에 발을 들여놓는 의원도 전체 299명의 약 45%인 133명이나 되니 뭔가 색다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의원들도 나름대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영 분위기가 좋지 못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17대 국회의 마지막 발목을 잡더니 이젠 18대 국회의 첫걸음부터 떼어놓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야당들이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합니다. 새로 국회가 시작되면 여야가 마주앉아 어떻게 문을 열고 꾸려나갈지 상의하는 것이 순서인데 초장부터 얼굴을 붉히게 생겼습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정치다운 정치를 볼 수 있을까요.

정치는 민의를 수렴해 거를 것은 거르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정책은 여러 가지 제도의 형태로 국민 앞에 얼굴을 나타냅니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곳이라면 국회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조화롭게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그런 일을 하는 당사자가 바로 정당이고 정치인입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간다는 것은 정치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것도 정치의 한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독재시대에나 통할 변명일 뿐입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당사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길거리 투쟁에 나선다면 도대체 일반 시위대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습니까.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부와 여당에도 물론 책임이 있습니다. 애당초 쇠고기 협상을 매끄럽게 처리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진짜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야당도 이래서는 곤란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회를 벗어나진 말아야 합니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따지더라도 국민이 잘못 알고 있거나 과한 요구를 할 땐 바로잡아 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 국정 운영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18대 국회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과반인 153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1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81석에 불과합니다. 한나라당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석 분포입니다. 이것도 국민의 선택이니 당연히 존중돼야 합니다. 다수결은 민주주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수의 힘으로만 결정한다면 구태여 정치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소수당의 권리도 당연히 보장돼야 합니다. 그것도 민주주의의 정신입니다.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다수당은 힘을 남용하지 말아야 하고, 소수당은 떼쓰기로 수의 열세를 만회하려고 무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 그것이 바로 정치다운 정치일 것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17대 국회가 어제로 끝나고 오늘부터는 18대 국회의 4년 임기가 새로 시작됩니다. 정당들의 의석 분포가 이전과 확 달라졌고 처음 국회에 발을 들여놓는 의원도 전체 299명의 약 45%인 133명이나 되니 뭔가 색다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의원들도 나름대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영 분위기가 좋지 못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17대 국회의 마지막 발목을 잡더니 이젠 18대 국회의 첫걸음부터 떼어놓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야당들이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합니다. 새로 국회가 시작되면 여야가 마주앉아 어떻게 문을 열고 꾸려나갈지 상의하는 것이 순서인데 초장부터 얼굴을 붉히게 생겼습니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정치다운 정치를 볼 수 있을까요.

정치는 민의를 수렴해 거를 것은 거르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정책은 여러 가지 제도의 형태로 국민 앞에 얼굴을 나타냅니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곳이라면 국회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조화롭게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그런 일을 하는 당사자가 바로 정당이고 정치인입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간다는 것은 정치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것도 정치의 한 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독재시대에나 통할 변명일 뿐입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당사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길거리 투쟁에 나선다면 도대체 일반 시위대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습니까.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부와 여당에도 물론 책임이 있습니다. 애당초 쇠고기 협상을 매끄럽게 처리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진짜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야당도 이래서는 곤란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회를 벗어나진 말아야 합니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따지더라도 국민이 잘못 알고 있거나 과한 요구를 할 땐 바로잡아 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 국정 운영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18대 국회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과반인 153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1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81석에 불과합니다. 한나라당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석 분포입니다. 이것도 국민의 선택이니 당연히 존중돼야 합니다. 다수결은 민주주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수의 힘으로만 결정한다면 구태여 정치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소수당의 권리도 당연히 보장돼야 합니다. 그것도 민주주의의 정신입니다.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다수당은 힘을 남용하지 말아야 하고, 소수당은 떼쓰기로 수의 열세를 만회하려고 무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 그것이 바로 정치다운 정치일 것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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