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을 국민에게 물어라

등록 2008.06.11.
정권은 흔히 민심이라는 물위에 뜬 배에 비유됩니다. 민심이라는 물을 받아서 물의 수위가 높아지면 정권이라는 배는 아무리 큰 바위를 만나도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민심이 낮아 수위도 낮아지면 배는 예상치도 못한 작은 바위를 만났을 때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민심이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도심에서 열린 어제 촛불집회에는 지난 10여 년 간 거리시위규모로는 최대의 인파가 모였습니다.

꼭 21년 전 바로 어제, 그 자리에 서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이른바 386세대의 한사람인 저로서는 어제의 현장 앞에서 망연자실했습니다. 옛날처럼 최루탄이 난무하지는 않았고 집회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비폭력을 유지했지만 어찌하여 아이들 키우고 먹고 살기도 바쁜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는지, 참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21년 전 거리에 섰을 때 저는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우리의 대학생들이 시민들이 이렇게 나처럼 다시 거리로 나오는 일은 없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는데 말이지요.

어찌됐든 지금 민심은 성이 났습니다. 21년 전에도 그랬지만 순수한 민심 뒤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정치 세력이 분명히 있을 터이고 비이성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촛불에 참여한 대다수 시민들의 순수한 마음, 그리고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의 리더쉽을 한탄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해법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청와대는 수석들과 장관들을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들로 새로 짜는 이른바 인적쇄신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인적쇄신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절차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이 해야 할 대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의 정치입니다.

이번 쇠고기 협상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먼저 국민 앞에 나와 도대체 왜 그렇게 일을 했는지 솔직하고 투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저를 비롯한 대다수 민심은 대통령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미 FTA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쇠고기 문제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국민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야 합니다. FTA의 중요성과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미국에 가서 이러이러한 분위기에서 이러이런 말을 해서 협상을 했다, 나는 이런 방법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귀국해 민심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 그렇다면, 국민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 다시 말해 자유무역보다 건강주권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진정 많다면 재협상을 할 지 말 지 를 국민에게 묻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눈에 보이는 국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포기할 것인지 국민에게 묻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다수 시민들이 진정 재협상을 원한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은 공염불입니다. 지금 민심이 이래 정권퇴진요구까지 받고 있다고 미국도 설득해야 합니다.

새 정부는 단지 여야가 바뀐 게 아니라 이념이 바뀐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빈 강정인 지난 정부의 좌파정책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을 택한 것입니다.

정치가의 일은 이런 시민들이 택한 이념을 바탕으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정치력이 허약한 탓으로 국민들이 선택한 이념의 본질까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진정성이 담긴 언어와 논리로 무엇이 진정 국익을 위해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설명해 국민마음에 다가가지 않고서는 촛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정권은 흔히 민심이라는 물위에 뜬 배에 비유됩니다. 민심이라는 물을 받아서 물의 수위가 높아지면 정권이라는 배는 아무리 큰 바위를 만나도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민심이 낮아 수위도 낮아지면 배는 예상치도 못한 작은 바위를 만났을 때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민심이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도심에서 열린 어제 촛불집회에는 지난 10여 년 간 거리시위규모로는 최대의 인파가 모였습니다.

꼭 21년 전 바로 어제, 그 자리에 서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이른바 386세대의 한사람인 저로서는 어제의 현장 앞에서 망연자실했습니다. 옛날처럼 최루탄이 난무하지는 않았고 집회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비폭력을 유지했지만 어찌하여 아이들 키우고 먹고 살기도 바쁜 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는지, 참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21년 전 거리에 섰을 때 저는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우리의 대학생들이 시민들이 이렇게 나처럼 다시 거리로 나오는 일은 없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는데 말이지요.

어찌됐든 지금 민심은 성이 났습니다. 21년 전에도 그랬지만 순수한 민심 뒤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정치 세력이 분명히 있을 터이고 비이성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촛불에 참여한 대다수 시민들의 순수한 마음, 그리고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의 리더쉽을 한탄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해법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청와대는 수석들과 장관들을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들로 새로 짜는 이른바 인적쇄신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인적쇄신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절차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이 해야 할 대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의 정치입니다.

이번 쇠고기 협상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먼저 국민 앞에 나와 도대체 왜 그렇게 일을 했는지 솔직하고 투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저를 비롯한 대다수 민심은 대통령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미 FTA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쇠고기 문제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국민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야 합니다. FTA의 중요성과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미국에 가서 이러이러한 분위기에서 이러이런 말을 해서 협상을 했다, 나는 이런 방법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귀국해 민심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 그렇다면, 국민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 다시 말해 자유무역보다 건강주권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진정 많다면 재협상을 할 지 말 지 를 국민에게 묻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눈에 보이는 국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포기할 것인지 국민에게 묻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다수 시민들이 진정 재협상을 원한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은 공염불입니다. 지금 민심이 이래 정권퇴진요구까지 받고 있다고 미국도 설득해야 합니다.

새 정부는 단지 여야가 바뀐 게 아니라 이념이 바뀐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빈 강정인 지난 정부의 좌파정책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을 택한 것입니다.

정치가의 일은 이런 시민들이 택한 이념을 바탕으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정치력이 허약한 탓으로 국민들이 선택한 이념의 본질까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진정성이 담긴 언어와 논리로 무엇이 진정 국익을 위해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설명해 국민마음에 다가가지 않고서는 촛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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