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뒤늦은 인터넷 인식

등록 2008.06.18.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이 창조한 사이버 공간에서는 새로운 문명이 번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1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이 대통령은 또 “인터넷은 신뢰의 공간이어야 하며,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때문에 집권 초기에 사상 최유의 위기에 직면한 이 대통령의 요즘 생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발언은 사실 뼈아픈 경험에서 우러난 것일 겁니다. 촛불시위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개인 홈페이지가 공격당하면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인터넷 여론의 중요성을 잘 몰랐던 대통령 자신이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을 활용한 선동정치에 능했다면 이 대통령은 인터넷에 무지했습니다. 엄청난 국민 저항에 직면한 이제야 청와대 조직개편을 하면서 인터넷 전담비서관을 둔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는 유수의 포털사이트 전직 임원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인터넷에 대한 찬사와 경고가 함께 나온 것은 공교롭습니다만, 인터넷이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것은 맞습니다. 인류사를 바꾼 획기적 발명 순위를 매길 때 1, 2위에 꼽히는 것이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은 정보사회를 앞당기면서 새로운 혁신과 활동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소통기술의 혁명적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누구나 컴퓨터를 연결해 텍스트나 이미지, 사운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검증 안 된 정보의 범람과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인신비방 등은 인터넷의 어두운 측면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고 있는 인터넷 강국이지만 바이러스나 해킹, 인터넷 중독, 개인정보 유출, 인신비방적 댓글 문화 등 부작용에서도 세계 수위를 달립니다.

인터넷이 부정확한 정보나 근거 없는 소문의 통로가 되면서 생기는 해약과 사회적 갈등을 우리는 지금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광우병위험에 대한 과장된 보도의 발단은 방송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공포심이 확산된 것은 여과기능이 없는 인터넷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도 “거래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오늘(18일) 폐막되는 OECD 장관회의는 인터넷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로 창의(Creativity), 융합(Convergence), 신뢰(Confidence)의 ‘3C’를 꼽았습니다. 인터넷이 차세대 네트워크로 기능하기 위해선 플랫폼의 융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터넷 세계에선 창의적 혁신적 콘텐츠야말로 중요하죠. 하지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합니다.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합니다만 그 정보가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면 인터넷은 결국 외면 받고 말 것입니다. 인터넷도 결국 사람이 이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인터넷의 위기를 직시하고 네티즌은 자성하고 정부는 미래지향적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이 창조한 사이버 공간에서는 새로운 문명이 번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1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이 대통령은 또 “인터넷은 신뢰의 공간이어야 하며,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때문에 집권 초기에 사상 최유의 위기에 직면한 이 대통령의 요즘 생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발언은 사실 뼈아픈 경험에서 우러난 것일 겁니다. 촛불시위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개인 홈페이지가 공격당하면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인터넷 여론의 중요성을 잘 몰랐던 대통령 자신이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을 활용한 선동정치에 능했다면 이 대통령은 인터넷에 무지했습니다. 엄청난 국민 저항에 직면한 이제야 청와대 조직개편을 하면서 인터넷 전담비서관을 둔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는 유수의 포털사이트 전직 임원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인터넷에 대한 찬사와 경고가 함께 나온 것은 공교롭습니다만, 인터넷이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것은 맞습니다. 인류사를 바꾼 획기적 발명 순위를 매길 때 1, 2위에 꼽히는 것이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은 정보사회를 앞당기면서 새로운 혁신과 활동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소통기술의 혁명적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누구나 컴퓨터를 연결해 텍스트나 이미지, 사운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검증 안 된 정보의 범람과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인신비방 등은 인터넷의 어두운 측면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고 있는 인터넷 강국이지만 바이러스나 해킹, 인터넷 중독, 개인정보 유출, 인신비방적 댓글 문화 등 부작용에서도 세계 수위를 달립니다.

인터넷이 부정확한 정보나 근거 없는 소문의 통로가 되면서 생기는 해약과 사회적 갈등을 우리는 지금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광우병위험에 대한 과장된 보도의 발단은 방송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공포심이 확산된 것은 여과기능이 없는 인터넷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도 “거래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오늘(18일) 폐막되는 OECD 장관회의는 인터넷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로 창의(Creativity), 융합(Convergence), 신뢰(Confidence)의 ‘3C’를 꼽았습니다. 인터넷이 차세대 네트워크로 기능하기 위해선 플랫폼의 융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터넷 세계에선 창의적 혁신적 콘텐츠야말로 중요하죠. 하지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합니다.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합니다만 그 정보가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면 인터넷은 결국 외면 받고 말 것입니다. 인터넷도 결국 사람이 이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인터넷의 위기를 직시하고 네티즌은 자성하고 정부는 미래지향적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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