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홍콩vs불야성 서울

등록 2008.07.09.
흔히 홍콩에 대해 ‘백만 불짜리 야경’이라고 표현합니다. 야간 피크트램 탑승이 홍콩관광의 클라이막스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홍콩의 밤을 밝히던 휘황찬란한 불빛이 요즘 사라졌다고 합니다. 기름을 아끼기 위한 에너지 전략입니다. 관광과 쇼핑의 천국이라는 홍콩이 고유가에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서울의 밤 풍경은 어떨까요? 바로 어제에도 서울 도심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2.5배로 뛰었습니다. 우리가 80%를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연초 87달러에서 지금은 140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유가상승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유가가 사상 초유의 상승세를 보인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휘발유 소비는 소폭이지만 늘었습니다. 더운 날씨 탓이긴 하겠지만 전력수요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실체도 불분명한 광우병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과 비교하면 참 이상한 현상 아닙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제3의 오일쇼크’라는 말까지 써가며 절박함을 호소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경제사정의 원인을 고유가에 돌리고 이로써 촛불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의도가 없진 않겠지만 상황이 심각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고유가에서 비롯된 물가상승이나 경기침체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스스로 에너지를 줄이는 데는 무척 둔감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은 이번 고유가 상황이 비교적 서서히 진행됐다는 사실입니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의 경우 돈을 줘도 기름을 살 수 없는 공급의 위기였던데 비해 최근 고유가는 중국과 인도 등 제3세계의 수요급증과 투기수요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가운데 진행되다보니 아무래도 체감지수가 낮다고 보입니다.

두 번째 이유를 심화한 사회양극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을 주도한 트럭 운전자나 경유값 인상으로 출어를 포기한 어민의 사례에서 보듯 고유가는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죠. 반면 대형차나 외제차를 소비하는 상류층이나 중산층에게 고유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름소비가 줄지 않은 것은 다소의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일부 계층의 이기적 태도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는 얼마 전 ‘초(超)고유가 위기관리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면서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산업계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국민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야 합니다. 전체 에너지의 96.3%가 민간부문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위기가 왔는데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위기입니다. 위기에 대응할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물에 넣은 개구리는 금방 펄쩍 튀어나오지만 찬물을 넣고 서서히 덥힐 경우 개구리는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는 우화가 생각나는 비상한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흔히 홍콩에 대해 ‘백만 불짜리 야경’이라고 표현합니다. 야간 피크트램 탑승이 홍콩관광의 클라이막스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홍콩의 밤을 밝히던 휘황찬란한 불빛이 요즘 사라졌다고 합니다. 기름을 아끼기 위한 에너지 전략입니다. 관광과 쇼핑의 천국이라는 홍콩이 고유가에 이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서울의 밤 풍경은 어떨까요? 바로 어제에도 서울 도심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2.5배로 뛰었습니다. 우리가 80%를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연초 87달러에서 지금은 140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유가상승에 따른 위기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유가가 사상 초유의 상승세를 보인 지난 1월에서 5월까지 휘발유 소비는 소폭이지만 늘었습니다. 더운 날씨 탓이긴 하겠지만 전력수요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실체도 불분명한 광우병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과 비교하면 참 이상한 현상 아닙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제3의 오일쇼크’라는 말까지 써가며 절박함을 호소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경제사정의 원인을 고유가에 돌리고 이로써 촛불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의도가 없진 않겠지만 상황이 심각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고유가에서 비롯된 물가상승이나 경기침체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스스로 에너지를 줄이는 데는 무척 둔감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은 이번 고유가 상황이 비교적 서서히 진행됐다는 사실입니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의 경우 돈을 줘도 기름을 살 수 없는 공급의 위기였던데 비해 최근 고유가는 중국과 인도 등 제3세계의 수요급증과 투기수요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가운데 진행되다보니 아무래도 체감지수가 낮다고 보입니다.

두 번째 이유를 심화한 사회양극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을 주도한 트럭 운전자나 경유값 인상으로 출어를 포기한 어민의 사례에서 보듯 고유가는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죠. 반면 대형차나 외제차를 소비하는 상류층이나 중산층에게 고유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기름소비가 줄지 않은 것은 다소의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일부 계층의 이기적 태도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정부는 얼마 전 ‘초(超)고유가 위기관리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면서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산업계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국민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야 합니다. 전체 에너지의 96.3%가 민간부문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위기가 왔는데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위기입니다. 위기에 대응할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물에 넣은 개구리는 금방 펄쩍 튀어나오지만 찬물을 넣고 서서히 덥힐 경우 개구리는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는 우화가 생각나는 비상한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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