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유라시아 횡단

등록 2008.09.03.
망망대해와도 같은 시베리아벌판, 끝없이 펼쳐진 대지위에 마주 섰을 때 떠오르는 것은 고독, 자유 그리고 불확실성이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미지의 초행길을 낮 동안 꼬박 달리고도 모자라 밤늦도록 달렸고 길 위에서 야영을 하며 이른 아침 또 달렸다. 일정에 쫓겨 강행군을 펼치느라 피곤이 몰려 올 때면 졸음과도 싸우며 달렸다. 그렇게 달린 47박 48일이었다.

국내 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했다. 6월 25일 자신들의 ‘애마’를 배에 싣고 강원도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자흐스탄, 폴란드를 거쳐 독일 함부르크까지 약 1만5000km를 달린 ‘HOG’ 회원 11명이 그들이다.

‘HOG’는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소유자들의 모임이다. 국내에는 약 13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원래 중국에서 출발하는 고대 실크로드를 달릴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티베트 사태와 관련한 테러 방지 등을 위해 보안을 강화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유라시아 대륙 횡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61세의 나이로 유라시아대륙횡단을 치러낸 HOG의 장원기회장은 “세계에 한국 남성들의 기개를 보여주기 위한 도전정신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첫 출발 인원은 22명. 약 1톤에 가까운 식량을 승용차에 실었고 오토바이 정비사 및 현지 가이드도 동참했다. 1인당 13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비용도 갹출했다.

외줄로 뻗은 길 위를 하염없이 달리는 프리 라이딩의 낭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정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특히 끝도 없을 듯이 나타나는 비포장도로는 주행에 차질을 주었다. 일정에 맞추어 달려야했기에 하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면 전체 일정에 심한 차질이 생겼다.체력 저하를 무릅쓰고 하루에 몇 백km씩 강행군을 했다.

일행 중에는 60대가 4명이나 끼어 있었고 대부분이 50대 자영업자였다. 30대 후반 1명, 40대가 5명이었다. 은퇴한 교장선생님, 외국 기업체에 근무하다 장기휴가를 내고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이 타고 간 기종은 할리 ‘울트라’ 1590cc. 시가로 약 3500만원에 달하는 고급기종이었다.

그러나 비포장도로는 이들의 애마를 사정없이 괴롭혔다. 땡볕에서 정비사의 손길이 바빠졌고 불규칙한 식사와 불편한 잠자리는 이들의 여정을 여행이 아닌 모험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고도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국경을 앞에 두고 고개 길을 넘다 미처 발견하기 힘들었던 도로의 웅덩이를 피하지 못한 것. 선두 쪽에서 달리던 김학연씨를 비롯한 3명이 길위에 넘어졌다. 김씨는 쇄골이 부러졌고 다른 이들도 크게 다쳤다. 이들은 결국 중도에 귀국했다. 결국 완주를 한 사람들은 11명에 그쳤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는 “내가 선택해서 간 길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고생을 했다. 내 평생 이런 고생은 처음이었다.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용기와 자신이 생겼다”며 “안 죽고 돌아온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기 힘든 길을 갔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사전 답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아마 참가인원이 대폭 줄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장회장은 “47박 일정의 길을 사전 답사하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길이 그렇게 험한 줄은 몰랐다”며 “이번 횡단을 탐험과 도전 정신의 결과로 보아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오토바이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무엇이 오토바이 라이딩의 매력일까. 이번 횡단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이들과 오토바이 주행을 즐기는 탤런트 독고영재씨는 자신이 느끼는 오토바이의 매력을 ‘긴장’으로 표현했다. 그는 “오토바이에 오르면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이 바람이다. 마주쳐 오는 바람 속에서 온 몸의 감각을 활용해 긴장하며 운전해야한다. 이 때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살아가면서 적당히 나이 들고 많은 것에 익숙해지고 체념하고 포기하는 삶이 이어진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스스로를 자극하고 긴장시키는 것이 좋다”는 그는 요즘도 매주 1회 정도 서울 경기 일대를 누비고 때로는 1박2일 일정으로 지방의 먼 곳까지 다녀온다고 한다.

오토바이 마니아인 박기호(55)씨는 “오토바이는 사나이다운 매력을 전해준다. 중년의 나이로 오토바이를 타면서 주행매너 등에 신경을 쓴다. 점잖고 사나이다운 오토바이 주행문화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8월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들은 최근 유라시아대륙횡단을 자평하면서 가을에 있을 자신들의 동호회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힘이 들었고, 대원들 간의 말다툼도 있었기는 하지만 이들은 대륙횡단을 시도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서중석기자 mission@donga.com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망망대해와도 같은 시베리아벌판, 끝없이 펼쳐진 대지위에 마주 섰을 때 떠오르는 것은 고독, 자유 그리고 불확실성이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미지의 초행길을 낮 동안 꼬박 달리고도 모자라 밤늦도록 달렸고 길 위에서 야영을 하며 이른 아침 또 달렸다. 일정에 쫓겨 강행군을 펼치느라 피곤이 몰려 올 때면 졸음과도 싸우며 달렸다. 그렇게 달린 47박 48일이었다.

국내 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이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했다. 6월 25일 자신들의 ‘애마’를 배에 싣고 강원도 속초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자흐스탄, 폴란드를 거쳐 독일 함부르크까지 약 1만5000km를 달린 ‘HOG’ 회원 11명이 그들이다.

‘HOG’는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소유자들의 모임이다. 국내에는 약 13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원래 중국에서 출발하는 고대 실크로드를 달릴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티베트 사태와 관련한 테러 방지 등을 위해 보안을 강화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유라시아 대륙 횡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61세의 나이로 유라시아대륙횡단을 치러낸 HOG의 장원기회장은 “세계에 한국 남성들의 기개를 보여주기 위한 도전정신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첫 출발 인원은 22명. 약 1톤에 가까운 식량을 승용차에 실었고 오토바이 정비사 및 현지 가이드도 동참했다. 1인당 13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비용도 갹출했다.

외줄로 뻗은 길 위를 하염없이 달리는 프리 라이딩의 낭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정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특히 끝도 없을 듯이 나타나는 비포장도로는 주행에 차질을 주었다. 일정에 맞추어 달려야했기에 하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면 전체 일정에 심한 차질이 생겼다.체력 저하를 무릅쓰고 하루에 몇 백km씩 강행군을 했다.

일행 중에는 60대가 4명이나 끼어 있었고 대부분이 50대 자영업자였다. 30대 후반 1명, 40대가 5명이었다. 은퇴한 교장선생님, 외국 기업체에 근무하다 장기휴가를 내고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이 타고 간 기종은 할리 ‘울트라’ 1590cc. 시가로 약 3500만원에 달하는 고급기종이었다.

그러나 비포장도로는 이들의 애마를 사정없이 괴롭혔다. 땡볕에서 정비사의 손길이 바빠졌고 불규칙한 식사와 불편한 잠자리는 이들의 여정을 여행이 아닌 모험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고도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국경을 앞에 두고 고개 길을 넘다 미처 발견하기 힘들었던 도로의 웅덩이를 피하지 못한 것. 선두 쪽에서 달리던 김학연씨를 비롯한 3명이 길위에 넘어졌다. 김씨는 쇄골이 부러졌고 다른 이들도 크게 다쳤다. 이들은 결국 중도에 귀국했다. 결국 완주를 한 사람들은 11명에 그쳤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는 “내가 선택해서 간 길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고생을 했다. 내 평생 이런 고생은 처음이었다.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용기와 자신이 생겼다”며 “안 죽고 돌아온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기 힘든 길을 갔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사전 답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아마 참가인원이 대폭 줄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장회장은 “47박 일정의 길을 사전 답사하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길이 그렇게 험한 줄은 몰랐다”며 “이번 횡단을 탐험과 도전 정신의 결과로 보아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오토바이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무엇이 오토바이 라이딩의 매력일까. 이번 횡단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이들과 오토바이 주행을 즐기는 탤런트 독고영재씨는 자신이 느끼는 오토바이의 매력을 ‘긴장’으로 표현했다. 그는 “오토바이에 오르면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이 바람이다. 마주쳐 오는 바람 속에서 온 몸의 감각을 활용해 긴장하며 운전해야한다. 이 때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살아가면서 적당히 나이 들고 많은 것에 익숙해지고 체념하고 포기하는 삶이 이어진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스스로를 자극하고 긴장시키는 것이 좋다”는 그는 요즘도 매주 1회 정도 서울 경기 일대를 누비고 때로는 1박2일 일정으로 지방의 먼 곳까지 다녀온다고 한다.

오토바이 마니아인 박기호(55)씨는 “오토바이는 사나이다운 매력을 전해준다. 중년의 나이로 오토바이를 타면서 주행매너 등에 신경을 쓴다. 점잖고 사나이다운 오토바이 주행문화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8월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들은 최근 유라시아대륙횡단을 자평하면서 가을에 있을 자신들의 동호회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힘이 들었고, 대원들 간의 말다툼도 있었기는 하지만 이들은 대륙횡단을 시도했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서중석기자 mission@donga.com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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