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의 경쟁력] TBS 교통방송 정연주 아나운서

등록 2008.12.20.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1998년 1월 어느 날. 벽을 보고 소리치는 22살 여자 아나운서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TBS 교통방송 정연주(32) 아나운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연예인 김흥국과 함께 오후 6시20분~8시 방송되는 `김흥국 정연주의 행복합니다`를 진행 중인 TBS 간판 아나운서다.

당초 이 시간대는 1990년 TBS 개국 이후 17년간 배한성 송도순씨가 진행해온 `함께 가는 저녁길` 차지였다. 간판 프로그램 MC는 연예인 또는 외부인사에 맡겨온 관례를 깨고 정 씨가 이 프로그램을 맡게 되기까지,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8년 그를 울린 사람은 당시 정승원 아나운서 부장이었다.

정 부장은 1997년 12월 입사한 정 아나운서를 포함한 여성 아나운서 2명과 남성 아나운서 1명에게 "나를 웃겨보라"는 과제를 줬다.

정 아나운서는 신문에서 본 유머를 외워뒀다가 부장 앞에 섰다.

"부장님, 경찰이 과속하는 차를 세워서 운전자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너무 낮게 비행을 하셨습니다. 하하하…."

그녀의 목소리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완벽한 발음, 청명한 목소리, 적당한 높낮이…. 그런데 웃기지가 않았다. 굳은 얼굴로 듣고 있던 정 부장은 버럭 화를 냈다.

"정연주, 저기 가서 벽보고 서있어. 그리고 계속 소리쳐. `나는 왜 이럴까`하고."

`이럴 리가 없는데….`

그동안 누굴 만나도 예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을 칭찬받아온 그녀였다. 하지만 라디오는 달랐다. 오로지 목소리에만 의지해서 감정을 전달하고 청취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정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너무 `도덕 선생님` 같다는 게 정 부장의 얘기였다.

● 추웠던 1997년 겨울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후 정 아나운서는 당초 자신이 합격권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다른 선배로부터 전해 들었다.

면접을 본 김동건(당시 TBS 사외이사) 아나운서가 "쟤는 지금 당장 투입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있을 것"이라며 종합 점수 3등 밖이었던 그녀를 적극 추천했다고 했다.

1998년 2월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를 꿈꾸던 그에게 서울시가 운영하는 `마이너 매체`인 TBS 교통방송은 성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문에 신입사원 선발 자체가 거의 없던 때였다. 정 아나운서는 입사할 때부터 TBS에서 경험을 쌓은 뒤 다른 매체로 옮겨가리라 작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합격 순위권`조차 아니었다니….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 `거름`이 된 `고생`

6개월간의 혹독한 수습 교육이 끝난 뒤 정 아나운서에겐 개그맨 조정현 씨와 함께 하는 `토요, 일요대행진`이 맡겨졌다.

그녀는 첫 진행 때 조정현 씨가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들으라는 듯 한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런 신참이랑 뭘 하라는 거야?"

조정현 씨의 옆자리가 가시방석 같았지만, 정 아나운서는 꾹 참고 견뎠다. 속으로는 무섭고 떨렸지만 목소리만은 낭랑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뒤, 기회가 왔다.

김상희 씨의 `길 따라 노래 따라`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새로 생긴 `정보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 단독 진행을 맡게 된 것.

그 후 `아름다운 서울의 저녁입니다`(평일 오후 8시), `굿모닝 서울`(오전 6시), `음악이 있는 거리`(오전 9시) 등을 잇달아 진행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증명해 갔다.

회원수 1300여명 규모의 팬 카페(cafe.daum.net/annjeong)가 생긴 건 `음악이 있는 거리`를 진행하던 2002년경이었다.

●"너 참 안전하게 생겼다"

정연주 아나운서의 이름이 프로그램 명에 걸린 것은 2003년 3월.

벽보고 서서 "난 왜 이럴까?"를 외치며 울던 정 아나운서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된 것이다.

정 아나운서는 수동적인 `간판` 노릇에 그치지 않았다. 제작 회의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다른 방송사들이 `영어 한마디`를 판박이 같이 따라 할 때 `상쾌한 아침`은 과감하게 중국어를 내세웠다.

담당 PD의 후배가 "중국어 학원에 다니는데 강사가 아주 웃긴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제작진은 바로 그 강사 홍상욱씨를 불러 `얼마나 웃긴지` 확인했다.

`아주 웃길` 뿐 아니라 정 아나운서와도 궁합이 맞았다.

매일 오전 8시 15분, 호탕하게 웃는 여자 아나운서와 개그맨처럼 웃기는 중국어 강사가 2분씩 "너 참 안전하게 생겼다"(`장도 안췐`), "점심 먹었니"(니 츠 팔 너마) 등의 표현을 주고받는다는 `홍상욱의 별난 중국어`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도전, 퇴근길

지난해 3월. TBS는 배한성 송도순씨가 17년간 진행해온 `함께 가는 저녁길`을 폐지하고 새 진행자로 가수 김흥국을 낙점했다. 그리고 김흥국의 파트너로 정 아나운서를 불러들였다.

명실공히 간판 프로그램의 간판 MC로 자리 잡았지만 한동안 정 아나운서는 편치 못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흥국의 개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진땀을 뺐다.

한번은 가야금으로 비틀즈 음악을 연주하는 노래가 나간 뒤 김흥국이 "아 역시 음악은 `휴전`(Fusion)이에요"라고 소리쳤다.

`휴전(休戰)?, 음악이?`,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0.5초 사이에 정 아나운서는 그만 타이밍을 놓쳐 버렸고, 어색하게 다음 코너로 넘어가야 했다. 이 같은 일이 수도 없이 반복됐다.

김흥국은 "야, 다른 진행자 같았으면 그런 거 수도 없이 받아먹었겠다. 줘도 못 받아 먹냐"며 정 아나운서를 나무랐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마이크에 대고 하는 얘기 말고는 서로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청취자들도 알게 모르게 냉랭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요즘 분위기 너무 차분하다"는 청취자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그렇게 1달여가 지난 뒤.

정 아나운서는 인삼 음료 한 상자를 김흥국에게 불쑥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저 잘 하고 싶어요."

김흥국도 "아니, 뭐, 나도…"하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지금 김흥국은 여전히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정 아나운서는 그럴 때마다 호탕한 웃음으로 응수하고 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뜨고 있다.

`하루 종일 지쳤었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시원한 웃음소리에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김흥국은 웃기고, 여자 아나운서는 너무 잘 웃어서 좋아요.`

●알고 보니 `공주병`(?)

"제가 그때 왜 김흥국 아저씨한테 `저 잘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정 아나운서는 "우리 잘 해봐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막상 입으로는 "나 잘 하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공주병 환자`라고 부른다. 칭찬처럼 듣고 싶은 얘기만 잘 들리고 험담, 비난처럼 안 좋은 얘기는 "신기하게 귀에 안 들어와서 세상이 늘 아름다웠다"는 것.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소문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정 아나운서는 지금까지도 "역시 쟤가 하면 잘 돼", "정연주 목소리를 들으면 신이 나", 이런 얘기만 귀에 들린다고 한다.

"안 좋은 이야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지레 짐작으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겠지` 이런 걱정을 했다면 일에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또 사실 안 좋은 얘기들은 사실무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공주병` 아나운서는 현재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영역이 넓어졌잖아요. TBS가 그동안은 라디오 위주였지만 케이블TV, DMB, IPTV, 영어전문FM 등 매체가 다양해졌어요."

그는 1주일에 3번은 2시간씩 녹초가 될 때까지 수영을 하고, 1주일에 한 번은 피부 관리실을 찾는다.

"기술은 노력하면 금방 습득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몸은 단시간에 준비될 수 없어요. 갑자기 닥치더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뭐든지 잘 할 자신이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냥 준비만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한마디와 또 한번 호탕한 웃음소리.

"제가 오늘 좀 잘난 척?"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영상=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1998년 1월 어느 날. 벽을 보고 소리치는 22살 여자 아나운서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TBS 교통방송 정연주(32) 아나운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연예인 김흥국과 함께 오후 6시20분~8시 방송되는 `김흥국 정연주의 행복합니다`를 진행 중인 TBS 간판 아나운서다.

당초 이 시간대는 1990년 TBS 개국 이후 17년간 배한성 송도순씨가 진행해온 `함께 가는 저녁길` 차지였다. 간판 프로그램 MC는 연예인 또는 외부인사에 맡겨온 관례를 깨고 정 씨가 이 프로그램을 맡게 되기까지,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8년 그를 울린 사람은 당시 정승원 아나운서 부장이었다.

정 부장은 1997년 12월 입사한 정 아나운서를 포함한 여성 아나운서 2명과 남성 아나운서 1명에게 "나를 웃겨보라"는 과제를 줬다.

정 아나운서는 신문에서 본 유머를 외워뒀다가 부장 앞에 섰다.

"부장님, 경찰이 과속하는 차를 세워서 운전자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너무 낮게 비행을 하셨습니다. 하하하…."

그녀의 목소리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완벽한 발음, 청명한 목소리, 적당한 높낮이…. 그런데 웃기지가 않았다. 굳은 얼굴로 듣고 있던 정 부장은 버럭 화를 냈다.

"정연주, 저기 가서 벽보고 서있어. 그리고 계속 소리쳐. `나는 왜 이럴까`하고."

`이럴 리가 없는데….`

그동안 누굴 만나도 예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을 칭찬받아온 그녀였다. 하지만 라디오는 달랐다. 오로지 목소리에만 의지해서 감정을 전달하고 청취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정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너무 `도덕 선생님` 같다는 게 정 부장의 얘기였다.

● 추웠던 1997년 겨울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후 정 아나운서는 당초 자신이 합격권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다른 선배로부터 전해 들었다.

면접을 본 김동건(당시 TBS 사외이사) 아나운서가 "쟤는 지금 당장 투입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있을 것"이라며 종합 점수 3등 밖이었던 그녀를 적극 추천했다고 했다.

1998년 2월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를 꿈꾸던 그에게 서울시가 운영하는 `마이너 매체`인 TBS 교통방송은 성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문에 신입사원 선발 자체가 거의 없던 때였다. 정 아나운서는 입사할 때부터 TBS에서 경험을 쌓은 뒤 다른 매체로 옮겨가리라 작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합격 순위권`조차 아니었다니….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 `거름`이 된 `고생`

6개월간의 혹독한 수습 교육이 끝난 뒤 정 아나운서에겐 개그맨 조정현 씨와 함께 하는 `토요, 일요대행진`이 맡겨졌다.

그녀는 첫 진행 때 조정현 씨가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들으라는 듯 한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런 신참이랑 뭘 하라는 거야?"

조정현 씨의 옆자리가 가시방석 같았지만, 정 아나운서는 꾹 참고 견뎠다. 속으로는 무섭고 떨렸지만 목소리만은 낭랑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뒤, 기회가 왔다.

김상희 씨의 `길 따라 노래 따라`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새로 생긴 `정보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 단독 진행을 맡게 된 것.

그 후 `아름다운 서울의 저녁입니다`(평일 오후 8시), `굿모닝 서울`(오전 6시), `음악이 있는 거리`(오전 9시) 등을 잇달아 진행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증명해 갔다.

회원수 1300여명 규모의 팬 카페(cafe.daum.net/annjeong)가 생긴 건 `음악이 있는 거리`를 진행하던 2002년경이었다.

●"너 참 안전하게 생겼다"

정연주 아나운서의 이름이 프로그램 명에 걸린 것은 2003년 3월.

벽보고 서서 "난 왜 이럴까?"를 외치며 울던 정 아나운서가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된 것이다.

정 아나운서는 수동적인 `간판` 노릇에 그치지 않았다. 제작 회의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다른 방송사들이 `영어 한마디`를 판박이 같이 따라 할 때 `상쾌한 아침`은 과감하게 중국어를 내세웠다.

담당 PD의 후배가 "중국어 학원에 다니는데 강사가 아주 웃긴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제작진은 바로 그 강사 홍상욱씨를 불러 `얼마나 웃긴지` 확인했다.

`아주 웃길` 뿐 아니라 정 아나운서와도 궁합이 맞았다.

매일 오전 8시 15분, 호탕하게 웃는 여자 아나운서와 개그맨처럼 웃기는 중국어 강사가 2분씩 "너 참 안전하게 생겼다"(`장도 안췐`), "점심 먹었니"(니 츠 팔 너마) 등의 표현을 주고받는다는 `홍상욱의 별난 중국어`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도전, 퇴근길

지난해 3월. TBS는 배한성 송도순씨가 17년간 진행해온 `함께 가는 저녁길`을 폐지하고 새 진행자로 가수 김흥국을 낙점했다. 그리고 김흥국의 파트너로 정 아나운서를 불러들였다.

명실공히 간판 프로그램의 간판 MC로 자리 잡았지만 한동안 정 아나운서는 편치 못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흥국의 개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진땀을 뺐다.

한번은 가야금으로 비틀즈 음악을 연주하는 노래가 나간 뒤 김흥국이 "아 역시 음악은 `휴전`(Fusion)이에요"라고 소리쳤다.

`휴전(休戰)?, 음악이?`,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0.5초 사이에 정 아나운서는 그만 타이밍을 놓쳐 버렸고, 어색하게 다음 코너로 넘어가야 했다. 이 같은 일이 수도 없이 반복됐다.

김흥국은 "야, 다른 진행자 같았으면 그런 거 수도 없이 받아먹었겠다. 줘도 못 받아 먹냐"며 정 아나운서를 나무랐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마이크에 대고 하는 얘기 말고는 서로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청취자들도 알게 모르게 냉랭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요즘 분위기 너무 차분하다"는 청취자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그렇게 1달여가 지난 뒤.

정 아나운서는 인삼 음료 한 상자를 김흥국에게 불쑥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저 잘 하고 싶어요."

김흥국도 "아니, 뭐, 나도…"하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지금 김흥국은 여전히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정 아나운서는 그럴 때마다 호탕한 웃음으로 응수하고 있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뜨고 있다.

`하루 종일 지쳤었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시원한 웃음소리에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김흥국은 웃기고, 여자 아나운서는 너무 잘 웃어서 좋아요.`

●알고 보니 `공주병`(?)

"제가 그때 왜 김흥국 아저씨한테 `저 잘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정 아나운서는 "우리 잘 해봐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막상 입으로는 "나 잘 하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공주병 환자`라고 부른다. 칭찬처럼 듣고 싶은 얘기만 잘 들리고 험담, 비난처럼 안 좋은 얘기는 "신기하게 귀에 안 들어와서 세상이 늘 아름다웠다"는 것.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소문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정 아나운서는 지금까지도 "역시 쟤가 하면 잘 돼", "정연주 목소리를 들으면 신이 나", 이런 얘기만 귀에 들린다고 한다.

"안 좋은 이야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지레 짐작으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겠지` 이런 걱정을 했다면 일에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또 사실 안 좋은 얘기들은 사실무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공주병` 아나운서는 현재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영역이 넓어졌잖아요. TBS가 그동안은 라디오 위주였지만 케이블TV, DMB, IPTV, 영어전문FM 등 매체가 다양해졌어요."

그는 1주일에 3번은 2시간씩 녹초가 될 때까지 수영을 하고, 1주일에 한 번은 피부 관리실을 찾는다.

"기술은 노력하면 금방 습득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몸은 단시간에 준비될 수 없어요. 갑자기 닥치더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뭐든지 잘 할 자신이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냥 준비만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한마디와 또 한번 호탕한 웃음소리.

"제가 오늘 좀 잘난 척?"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영상=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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