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장터가 생태호수 품은 재생마을로

등록 2009.02.11.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는 2012년 올림픽을 앞둔 런던 스카이라인의 분주한 변화를 상징하는 퍼블릭 하우징이다. 파랑 빨강 주황 초록으로 측면을 칠한 발코니와 노란색 외벽은 안개가 없을 때에도 흐릿하게 느껴지는 무채색 런던 도심과 대조적이다. 알록달록 채색된 건물들은 단지 한복판 호수공원과 어우러져 이 땅에 자리 잡은 삶의 기운을 드러낸다.

4개 단지로 구성된 퍼블릭 하우징의 면적은 29만1378m²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의 5분의 1 크기다. 1999년 착공해 2005년 1377가구로 1차 완공했으며 2012년까지 2950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총 연면적 6000m² 공간에 상업시설, 헬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생태습지공원 넓이는 1만6000m²에 이른다. 편리하고 쾌적해 보이지만 얼핏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런던 시가 10년 넘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가 모두 숨어 있다.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가 도시 ‘재개발(redevelopment)’이 아닌 ‘재생(regene-ration)’ 프로젝트의 일부라는 사실은 그 입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는 100년 가까이 가스공장이 서 있었다. 1985년 공장이 폐쇄된 뒤에는 건축폐기물로 뒤덮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런 곳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 협력해 구성한 부동산개발사업체 ‘잉글리시 파트너십’이 인접 금융가 카나리워프의 연계 주거지로서 퍼블릭 하우징 개발 계획을 구상했다. 1998년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스웨덴 건축가 랠프 어스킨 씨는 심혈을 기울여 환경친화적인 공동주택단지를 설계했다.

주거동 높이는 6∼10층으로 낮은 편이다. 여러 개의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이곳저곳 둘러앉은 듯 배치돼 시골마을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호수를 빙 둘러싼 발코니에 나서면 공원과 함께 옆집 사람의 옆얼굴도 보인다. 외롭게 풍경만 바라보지 않고 함께 사는 이웃을 만나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배치다.

1435대의 차를 수용하는 주차장은 중앙광장 지하에 감춰져 있다. 이곳저곳 걸어 다니는 동안 들려오는 것은 자동차 경적과 소음이 아니라 희미한 새 울음소리다. 도로는 포장을 최소화하고 산책로 포장도 투수성이 좋은 재료로 해결했다.

6개월 전 이곳으로 이사 온 대학원생 빌리 창(29) 씨는 “주택조합 지원금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려한 채색이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이런 독특함이 좋습니다. 사치스럽지 않으면서 개성적이고 재미있잖아요. 우중충한 콘크리트 건물이었다면 아무리 넓은 공원이 있더라도 지금 같은 활기가 없었을 겁니다.”

단지 중앙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는 물을 공급하는 펌프의 전력으로 사용한다. 개별 주거에는 모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어스킨 씨는 1차 완공을 눈앞에 둔 2005년 3월 9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 주 진입로 초입에 세워진 현판에 쓰인 글은 그가 이 프로젝트에 바친 의지를 전하고 있다.

“이것은 내 삶의 궁극적인 도전이다. 살아오면서 쌓아 온 모든 경험을 쏟아 붓는 노력이 필요했다. 몇 년 전 이 땅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이곳에는 최고의 병원, 학교, 생태공원이 갖춰졌다. 텅 빈 백지 같았던 땅에 지금은 삶이 숨쉰다.”

런던=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는 2012년 올림픽을 앞둔 런던 스카이라인의 분주한 변화를 상징하는 퍼블릭 하우징이다. 파랑 빨강 주황 초록으로 측면을 칠한 발코니와 노란색 외벽은 안개가 없을 때에도 흐릿하게 느껴지는 무채색 런던 도심과 대조적이다. 알록달록 채색된 건물들은 단지 한복판 호수공원과 어우러져 이 땅에 자리 잡은 삶의 기운을 드러낸다.

4개 단지로 구성된 퍼블릭 하우징의 면적은 29만1378m²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의 5분의 1 크기다. 1999년 착공해 2005년 1377가구로 1차 완공했으며 2012년까지 2950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총 연면적 6000m² 공간에 상업시설, 헬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생태습지공원 넓이는 1만6000m²에 이른다. 편리하고 쾌적해 보이지만 얼핏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런던 시가 10년 넘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가 모두 숨어 있다.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가 도시 ‘재개발(redevelopment)’이 아닌 ‘재생(regene-ration)’ 프로젝트의 일부라는 사실은 그 입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는 100년 가까이 가스공장이 서 있었다. 1985년 공장이 폐쇄된 뒤에는 건축폐기물로 뒤덮인 채 방치돼 있었다.

이런 곳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 협력해 구성한 부동산개발사업체 ‘잉글리시 파트너십’이 인접 금융가 카나리워프의 연계 주거지로서 퍼블릭 하우징 개발 계획을 구상했다. 1998년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스웨덴 건축가 랠프 어스킨 씨는 심혈을 기울여 환경친화적인 공동주택단지를 설계했다.

주거동 높이는 6∼10층으로 낮은 편이다. 여러 개의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이곳저곳 둘러앉은 듯 배치돼 시골마을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호수를 빙 둘러싼 발코니에 나서면 공원과 함께 옆집 사람의 옆얼굴도 보인다. 외롭게 풍경만 바라보지 않고 함께 사는 이웃을 만나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배치다.

1435대의 차를 수용하는 주차장은 중앙광장 지하에 감춰져 있다. 이곳저곳 걸어 다니는 동안 들려오는 것은 자동차 경적과 소음이 아니라 희미한 새 울음소리다. 도로는 포장을 최소화하고 산책로 포장도 투수성이 좋은 재료로 해결했다.

6개월 전 이곳으로 이사 온 대학원생 빌리 창(29) 씨는 “주택조합 지원금을 받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려한 채색이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이런 독특함이 좋습니다. 사치스럽지 않으면서 개성적이고 재미있잖아요. 우중충한 콘크리트 건물이었다면 아무리 넓은 공원이 있더라도 지금 같은 활기가 없었을 겁니다.”

단지 중앙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는 물을 공급하는 펌프의 전력으로 사용한다. 개별 주거에는 모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어스킨 씨는 1차 완공을 눈앞에 둔 2005년 3월 9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 주 진입로 초입에 세워진 현판에 쓰인 글은 그가 이 프로젝트에 바친 의지를 전하고 있다.

“이것은 내 삶의 궁극적인 도전이다. 살아오면서 쌓아 온 모든 경험을 쏟아 붓는 노력이 필요했다. 몇 년 전 이 땅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이곳에는 최고의 병원, 학교, 생태공원이 갖춰졌다. 텅 빈 백지 같았던 땅에 지금은 삶이 숨쉰다.”

런던=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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