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5] 동아논평 ‘복지전달시스템 재점검하라’

등록 2009.02.25.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복지전달시스템 재점검하라`. 정성희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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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복지국가일까요? 제도만 보면 미국도 부러워할 정도로 잘 갖춰진 것이 사실입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실업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과 빈곤층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지원 체계가 존재합니다.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율을 상회하며 매년 증가해왔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퍼주기 복지`를 비판하던 이명박 정부도 금년 복지예산을 전년대비 10%이상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예산을 늘리고 제도를 세련되게 만든다 해도 전달과정에서 그 돈이 줄줄 샌다면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요즘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청 8급 기능직 공무원이 장애인보조금을 부풀려 신청하는 수법으로 3년간 26억원을 빼돌린 것이 한 예일 것입니다.

복지보조금과 관련된 횡령, 부정수급, 중복수급과 같은 사고가 잇따르는 까닭은 복잡한 복지전달시스템에서 기인되는 측면이 큽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서비스가 100개에 가까워 담당공무원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 15개과가 각자 사업비를 전국 16개 시도에 배분하고, 시도는 다시 시군구에 배분하는 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다보니 엄청난 규모의 복지예산을 주무르는 곳은 구청도 아닌 동사무소 단위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한두 명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각 부처가 즉흥적으로 민생대책을 쏟아내고, 정치권의 선심성 대책까지 더해지면 현장에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복지체계가 만들어집니다.

일선 공무원들은 그들대로 매일 `부정수급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동사무소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씩 정부지원을 호소하며 찾아옵니다.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거주지에 위장전입한 후 지원금을 타내려는 경우, 자식 등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안 된다고 거짓말하는 경우, 가짜 진단서를 들고 와 우기는 경우 등등, 끝이 없습니다. 이걸 일일이 가려내는 것도 일선 공무원의 몫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보호를 받아야할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장밋빛 복지제도를 내놓기에 앞서 복지전달체계부터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복지전달시스템 재점검하라`. 정성희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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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복지국가일까요? 제도만 보면 미국도 부러워할 정도로 잘 갖춰진 것이 사실입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실업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과 빈곤층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지원 체계가 존재합니다.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율을 상회하며 매년 증가해왔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퍼주기 복지`를 비판하던 이명박 정부도 금년 복지예산을 전년대비 10%이상 늘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예산을 늘리고 제도를 세련되게 만든다 해도 전달과정에서 그 돈이 줄줄 샌다면 진정한 복지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요즘 그런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청 8급 기능직 공무원이 장애인보조금을 부풀려 신청하는 수법으로 3년간 26억원을 빼돌린 것이 한 예일 것입니다.

복지보조금과 관련된 횡령, 부정수급, 중복수급과 같은 사고가 잇따르는 까닭은 복잡한 복지전달시스템에서 기인되는 측면이 큽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서비스가 100개에 가까워 담당공무원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 15개과가 각자 사업비를 전국 16개 시도에 배분하고, 시도는 다시 시군구에 배분하는 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다보니 엄청난 규모의 복지예산을 주무르는 곳은 구청도 아닌 동사무소 단위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한두 명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각 부처가 즉흥적으로 민생대책을 쏟아내고, 정치권의 선심성 대책까지 더해지면 현장에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복지체계가 만들어집니다.

일선 공무원들은 그들대로 매일 `부정수급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동사무소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씩 정부지원을 호소하며 찾아옵니다.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거주지에 위장전입한 후 지원금을 타내려는 경우, 자식 등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안 된다고 거짓말하는 경우, 가짜 진단서를 들고 와 우기는 경우 등등, 끝이 없습니다. 이걸 일일이 가려내는 것도 일선 공무원의 몫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보호를 받아야할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장밋빛 복지제도를 내놓기에 앞서 복지전달체계부터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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