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 ‘UAE의 눈물’ 잊고 비상하라
등록 2009.03.09.지난달 25일 ‘2009 국제방산전시회(IDEX)’가 열린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전시관 내 기자회견장. 아랍에미리트 당국자의 발표에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사 관계자들의 얼굴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바로 옆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 임원은 눈시울을 붉힌 채 입술을 깨물었다. 4년여간 공들인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골든이글)의 첫 수출 도전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김홍경 KAI 사장은 사내 전산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2800여 명의 전 사원에게 ‘비보(悲報)’를 전한 뒤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충격과 낙담으로 할 말을 잃었다.
국내외 언론의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정부와 KAI의 마케팅 전략이 미흡해 13년간 2조 원을 들여 개발한 T-50의 수출이 무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선 T-50이 세계무대로 비상(飛上)도 못한 채 ‘날개 꺾인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6일 오후 경남 사천시의 KAI 조립공장을 찾았다. 대형 태극기가 걸린 축구장 3배 넓이의 공장 안에서 직원 수백 명이 T-50 제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각종 기계 장비들의 소음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조립작업의 각 공정은 활기가 넘쳤다. 정밀 항전(航電·항공전자) 장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기체에 장착하는 공정의 직원들은 바로 옆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도 모를 만큼 작업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다.
조립 공정을 하나씩 거치면서 날렵한 모습을 갖춰가는 T-50 10여 대의 꼬리날개에는 생산번호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모두 공군에 납품될 물량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T-50은 2011년까지 90여 대가 공군에 인도될 계획이다.
T-50은 부품만 32만 개에 이르는 국내 항공기술의 결정체다. 첨단 항법장비와 고기동성을 갖춘 세계 유일의 초음속 훈련기로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같은 제5세대 전투기 조종사의 훈련에 적합한 기종으로 평가된다.
많은 직원은 “아랍에미리트 수출이 무산돼 실망이 크지만 최고의 고등훈련기를 만든다는 자부심까지 포기할 수 없다”며 “T-50의 진가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때가 곧 올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배기홍 항공기생산기술1팀장은 “수출 추진을 위해 대형수송기에 T-50을 싣고 아랍에미리트를 몇 차례나 오간 기억이 생생하다”며 “모든 임직원에게 T-50은 땀과 눈물이 밴 자식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T-50을 개발하느라 1300여 명의 기술진이 수년간 밤낮없이 심혈을 기울였고, 그 가운데 2명이 과로로 순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조립된 T-50은 기능 점검과 도색 작업을 거친 뒤 최종 납품을 위한 비행시험을 실시한다.
공장 밖으로 나오자 막 비행시험을 끝내고 착륙한 T-50 1대가 서서히 격납고로 들어섰다. 양산 36호기인 이 기체는 4만 피트(약 12km) 상공에서 초음속 비행을 하며 항전 장비의 성능을 점검했다.
비행시험 조종사인 권희만 수석연구원은 “공군조종사 출신으로 많은 기종을 몰아봤지만 T-50을 비행할 때마다 명품(名品)임을 실감한다”며 “아랍에미리트도 오랜 시험평가를 통해 T-50이 M-346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랍에미리트는 기종 선정 조건으로 입찰 국가에 기체의 성능 외에 각종 산업협력 등을 요구했고 국제자동차경주대회(F1) 경기장 유치 등 20억 달러 규모의 ‘물량 공세’를 편 이탈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탈리아 정부는 M-346의 판매 조건으로 각종 산업협력 프로젝트들을 적극 수용하고 최단 기간에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KAI와 한국 정부는 제대로 공동 보조를 취하지 못했고 결국 이탈리아에 밀리고 말았다.
그러나 9월 기종 선정을 앞둔 싱가포르의 고등훈련기 사업은 상황이 다르다고 KAI 측은 내다보고 있다.
최상열 수출사업담당(부장급)은 “싱가포르 수주전도 T-50과 M-346의 2파전으로 압축됐지만 싱가포르는 다른 조건 없이 성능과 가격으로 기종을 선정할 방침”이라며 “T-50이 ‘희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의 성패는 폴란드와 그리스, 이스라엘 등 T-50 도입 의사를 비친 다른 나라들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KAI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M-346에 대한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정부도 아랍에미리트에서의 수주에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바람에 쓰라린 실패를 한 것을 교훈 삼아 T-50의 수출시장 개척에 비상한 결의를 갖고 앞장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KAI 혼자 힘으로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고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은 세계 유수의 방산업체들을 상대하기란 버거운 게 사실”이라며 “T-50은 휴대전화나 반도체처럼 ‘수출 일등공신’이 될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을 둘러본 뒤 들어선 한 사무실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김 사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발견했다.
“침통하고 애석하지만 부족한 역량은 인정하고 뼈저리게 반성합시다. 그리고 서로 격려하고 조속히 재기해 다음 시장에 도전합시다. 이번 사태는 T-50의 수출시장 개척에 시련입니다. 하지만 결코 실패는 없습니다.”
사천=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영상=정영준 기자 yjjun@donga.com
“이탈리아의 M-346이 우선협상대상 기종에 선정됐으며….”
지난달 25일 ‘2009 국제방산전시회(IDEX)’가 열린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전시관 내 기자회견장. 아랍에미리트 당국자의 발표에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사 관계자들의 얼굴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바로 옆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 임원은 눈시울을 붉힌 채 입술을 깨물었다. 4년여간 공들인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골든이글)의 첫 수출 도전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김홍경 KAI 사장은 사내 전산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2800여 명의 전 사원에게 ‘비보(悲報)’를 전한 뒤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충격과 낙담으로 할 말을 잃었다.
국내외 언론의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정부와 KAI의 마케팅 전략이 미흡해 13년간 2조 원을 들여 개발한 T-50의 수출이 무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선 T-50이 세계무대로 비상(飛上)도 못한 채 ‘날개 꺾인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6일 오후 경남 사천시의 KAI 조립공장을 찾았다. 대형 태극기가 걸린 축구장 3배 넓이의 공장 안에서 직원 수백 명이 T-50 제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각종 기계 장비들의 소음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조립작업의 각 공정은 활기가 넘쳤다. 정밀 항전(航電·항공전자) 장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기체에 장착하는 공정의 직원들은 바로 옆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도 모를 만큼 작업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다.
조립 공정을 하나씩 거치면서 날렵한 모습을 갖춰가는 T-50 10여 대의 꼬리날개에는 생산번호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모두 공군에 납품될 물량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T-50은 2011년까지 90여 대가 공군에 인도될 계획이다.
T-50은 부품만 32만 개에 이르는 국내 항공기술의 결정체다. 첨단 항법장비와 고기동성을 갖춘 세계 유일의 초음속 훈련기로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같은 제5세대 전투기 조종사의 훈련에 적합한 기종으로 평가된다.
많은 직원은 “아랍에미리트 수출이 무산돼 실망이 크지만 최고의 고등훈련기를 만든다는 자부심까지 포기할 수 없다”며 “T-50의 진가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때가 곧 올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배기홍 항공기생산기술1팀장은 “수출 추진을 위해 대형수송기에 T-50을 싣고 아랍에미리트를 몇 차례나 오간 기억이 생생하다”며 “모든 임직원에게 T-50은 땀과 눈물이 밴 자식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T-50을 개발하느라 1300여 명의 기술진이 수년간 밤낮없이 심혈을 기울였고, 그 가운데 2명이 과로로 순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조립된 T-50은 기능 점검과 도색 작업을 거친 뒤 최종 납품을 위한 비행시험을 실시한다.
공장 밖으로 나오자 막 비행시험을 끝내고 착륙한 T-50 1대가 서서히 격납고로 들어섰다. 양산 36호기인 이 기체는 4만 피트(약 12km) 상공에서 초음속 비행을 하며 항전 장비의 성능을 점검했다.
비행시험 조종사인 권희만 수석연구원은 “공군조종사 출신으로 많은 기종을 몰아봤지만 T-50을 비행할 때마다 명품(名品)임을 실감한다”며 “아랍에미리트도 오랜 시험평가를 통해 T-50이 M-346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랍에미리트는 기종 선정 조건으로 입찰 국가에 기체의 성능 외에 각종 산업협력 등을 요구했고 국제자동차경주대회(F1) 경기장 유치 등 20억 달러 규모의 ‘물량 공세’를 편 이탈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탈리아 정부는 M-346의 판매 조건으로 각종 산업협력 프로젝트들을 적극 수용하고 최단 기간에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KAI와 한국 정부는 제대로 공동 보조를 취하지 못했고 결국 이탈리아에 밀리고 말았다.
그러나 9월 기종 선정을 앞둔 싱가포르의 고등훈련기 사업은 상황이 다르다고 KAI 측은 내다보고 있다.
최상열 수출사업담당(부장급)은 “싱가포르 수주전도 T-50과 M-346의 2파전으로 압축됐지만 싱가포르는 다른 조건 없이 성능과 가격으로 기종을 선정할 방침”이라며 “T-50이 ‘희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의 성패는 폴란드와 그리스, 이스라엘 등 T-50 도입 의사를 비친 다른 나라들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KAI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M-346에 대한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정부도 아랍에미리트에서의 수주에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바람에 쓰라린 실패를 한 것을 교훈 삼아 T-50의 수출시장 개척에 비상한 결의를 갖고 앞장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KAI 혼자 힘으로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고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업은 세계 유수의 방산업체들을 상대하기란 버거운 게 사실”이라며 “T-50은 휴대전화나 반도체처럼 ‘수출 일등공신’이 될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을 둘러본 뒤 들어선 한 사무실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김 사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발견했다.
“침통하고 애석하지만 부족한 역량은 인정하고 뼈저리게 반성합시다. 그리고 서로 격려하고 조속히 재기해 다음 시장에 도전합시다. 이번 사태는 T-50의 수출시장 개척에 시련입니다. 하지만 결코 실패는 없습니다.”
사천=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영상=정영준 기자 yjj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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