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해설가 이병훈 “마해영 정신 차려라”

등록 2009.05.22.
[인터뷰] KBSN 이병훈 야구해설위원 “국내선수 중에 금지약물 복용 선수 없다”

“마해영에게 묻고 싶습니다. 약물하는 선수를 실제로 봤는가? 봤다면 실명을 거론해라.

그의 무책임한 발언은 야구인 전체를 매도하는 처사입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당최 그칠 줄 몰랐다. 거침없는 그의 말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이병훈 해설위원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프로선수생활을 했던 야구인으로서, 팬들에게 야구의 재미를 풀어내야하는 해설위원으로서, 마해영의 선배로서, 그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던 듯했다.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 된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출신의 현직 해설위원 중 가장 젊은 이 위원이야말로 오해와 의혹으로 점철된 야구판을 가장 신랄하게 파헤쳐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위원은 마해영의 대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이 위원은 야구경기가 없는 날은 골프를 친다고 했다.

“야구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요. 일단 골프가 휘두르는건 비슷하니까...” 라고 말하는 그는 자칭 ‘뼈속까지 야구인’이다.

그에게 최근 금지약물 파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마해영 자서전을 보았으냐고 물었다.

그는 조용히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타 들어가는 담배가 마치 뇌관을 향해 달려가는 도화선의 불꽃 같았다.

한 개피를 다 피운 그가 재떨이에 담배를 끔과 동시에 폭탄이 터졌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마해영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얘기를 자서전에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

물론 일부 내용에는 동의합니다. 외국인선수들 중에는 분명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는 한 국내 선수중에는 없습니다. ”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마해영 자서전의 내용 중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

혹시 이 위원이 모르는 사례가 있지는 않았을까? 이 위원은 자신있게 말했다.

“일 년중 2/3를 선수들이 함께 지냅니다. 서로의 몸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아요.

금지 약물을 하면 갑자기 타율이 높아지고 장타력이 좋아지는데 선수끼리 모르겠습니까?

그러면 선수끼리 가만 안놔두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프로’라는 속성 때문이라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프로’라는게 뭡니까? 경쟁사회예요. 저 선수가 떨어져야 내가 올라가는 겁니다.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기저귀값도 없고 애기 분유살 돈도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약물을 하는 선수가 있다? 그러면 다른 선수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 위원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마해영 자서전의 사실여부를 떠나 발언 시점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야구인 개인이 아닌 국내 야구인들의 대표가 되어있는 듯 했다.

“설령 마해영 자서전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칩시다.

마해영 자신도 2군에 내려갔을때 약물 유혹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안 했는데 다른 선수들은 했다는 걸 이제와서 말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요?

자기도 그때 약을 했으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고

선수생활을 2~3년 더 연장 할 수 있었는데 안해서 억울하단 얘기입니까?

그것만큼 비겁하고 무책임한 얘기가 어디있어요. 그건 정말 “마해영다운 것”입니다.

그에게 ‘마해영답다’라는 말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은 마해영의 선수 시절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선수가 감독을 비난한 사례는 마해영이 유일했다고.

이번에도 마해영이 야구인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KBO가 도핑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이 근거없는 루머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되고, 일부 외국인 선수들에게 유입되는 금지약물도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해영 자서전이 가져온 또 하나의 이슈는 사인거래 파문.

이 위원은 야구판에는 분명히 서로에게 사인을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마해영이 직접 해명했듯, 그것은 돈이나 다른 대가와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졌을때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일화를 소개했다.

“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졌는데 타석에 올라온 선수가 제 후배였어요.

2군에서 막 올라온 친구인데 안타가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외야 수비였는데 그 친구가 친 타구가 제 쪽으로 오는거예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살짝 돌아 뛰어서 못 잡은 것처럼 안 잡았습니다.

그때가 7월이었는데 그 친구가 기록한 첫 안타였어요.

경기 끝나고 전화가 오더라구요. ‘형, 일부러 안 잡았죠?’그러길래

‘넌 날 뭘로보냐 못 잡은거다 첫 안타 축하한다’그랬죠.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엄연히 승부의 세계. 그러나 그는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용인되어야 하는 이유는 ‘야구판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왕년에 H선수가 구종을 알려줘 J선수 홈런을 만들어줬다는 얘기나 S감독이 선수시절에 다른 팀으로 이적한 H선수한테 치기 쉬운 공을 내줬다는 얘기는 유명하잖아요.

그게 좋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 경기에 1~2번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고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이니까

쉬쉬해주고 눈감아주고 그런거죠. 그런게 인간미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위원은 마지막으로 마해영 자서전으로 인해 야구판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골프채를 잡았다.

휘두르는 것이 본업이었던 그답게 스윙은 간결하고 힘있었다.

야구판이 직면한 의혹들을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는 그의 생각처럼 그가 쳐낸 공은 빗줄기를 가르며 시원스럽게 뻗어나갔다.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영상취재 : 동아닷컴 서중석 기자 mission@donga.com

[인터뷰] KBSN 이병훈 야구해설위원 “국내선수 중에 금지약물 복용 선수 없다”

“마해영에게 묻고 싶습니다. 약물하는 선수를 실제로 봤는가? 봤다면 실명을 거론해라.

그의 무책임한 발언은 야구인 전체를 매도하는 처사입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당최 그칠 줄 몰랐다. 거침없는 그의 말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이병훈 해설위원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프로선수생활을 했던 야구인으로서, 팬들에게 야구의 재미를 풀어내야하는 해설위원으로서, 마해영의 선배로서, 그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던 듯했다.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 된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출신의 현직 해설위원 중 가장 젊은 이 위원이야말로 오해와 의혹으로 점철된 야구판을 가장 신랄하게 파헤쳐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위원은 마해영의 대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이 위원은 야구경기가 없는 날은 골프를 친다고 했다.

“야구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요. 일단 골프가 휘두르는건 비슷하니까...” 라고 말하는 그는 자칭 ‘뼈속까지 야구인’이다.

그에게 최근 금지약물 파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마해영 자서전을 보았으냐고 물었다.

그는 조용히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타 들어가는 담배가 마치 뇌관을 향해 달려가는 도화선의 불꽃 같았다.

한 개피를 다 피운 그가 재떨이에 담배를 끔과 동시에 폭탄이 터졌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마해영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얘기를 자서전에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

물론 일부 내용에는 동의합니다. 외국인선수들 중에는 분명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아는 한 국내 선수중에는 없습니다. ”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마해영 자서전의 내용 중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

혹시 이 위원이 모르는 사례가 있지는 않았을까? 이 위원은 자신있게 말했다.

“일 년중 2/3를 선수들이 함께 지냅니다. 서로의 몸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아요.

금지 약물을 하면 갑자기 타율이 높아지고 장타력이 좋아지는데 선수끼리 모르겠습니까?

그러면 선수끼리 가만 안놔두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프로’라는 속성 때문이라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프로’라는게 뭡니까? 경쟁사회예요. 저 선수가 떨어져야 내가 올라가는 겁니다.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기저귀값도 없고 애기 분유살 돈도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약물을 하는 선수가 있다? 그러면 다른 선수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 위원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마해영 자서전의 사실여부를 떠나 발언 시점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야구인 개인이 아닌 국내 야구인들의 대표가 되어있는 듯 했다.

“설령 마해영 자서전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칩시다.

마해영 자신도 2군에 내려갔을때 약물 유혹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안 했는데 다른 선수들은 했다는 걸 이제와서 말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요?

자기도 그때 약을 했으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고

선수생활을 2~3년 더 연장 할 수 있었는데 안해서 억울하단 얘기입니까?

그것만큼 비겁하고 무책임한 얘기가 어디있어요. 그건 정말 “마해영다운 것”입니다.

그에게 ‘마해영답다’라는 말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은 마해영의 선수 시절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선수가 감독을 비난한 사례는 마해영이 유일했다고.

이번에도 마해영이 야구인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KBO가 도핑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이 근거없는 루머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되고, 일부 외국인 선수들에게 유입되는 금지약물도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해영 자서전이 가져온 또 하나의 이슈는 사인거래 파문.

이 위원은 야구판에는 분명히 서로에게 사인을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마해영이 직접 해명했듯, 그것은 돈이나 다른 대가와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졌을때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일화를 소개했다.

“승부가 완전히 기울어졌는데 타석에 올라온 선수가 제 후배였어요.

2군에서 막 올라온 친구인데 안타가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외야 수비였는데 그 친구가 친 타구가 제 쪽으로 오는거예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살짝 돌아 뛰어서 못 잡은 것처럼 안 잡았습니다.

그때가 7월이었는데 그 친구가 기록한 첫 안타였어요.

경기 끝나고 전화가 오더라구요. ‘형, 일부러 안 잡았죠?’그러길래

‘넌 날 뭘로보냐 못 잡은거다 첫 안타 축하한다’그랬죠.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엄연히 승부의 세계. 그러나 그는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용인되어야 하는 이유는 ‘야구판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왕년에 H선수가 구종을 알려줘 J선수 홈런을 만들어줬다는 얘기나 S감독이 선수시절에 다른 팀으로 이적한 H선수한테 치기 쉬운 공을 내줬다는 얘기는 유명하잖아요.

그게 좋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 경기에 1~2번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고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이니까

쉬쉬해주고 눈감아주고 그런거죠. 그런게 인간미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위원은 마지막으로 마해영 자서전으로 인해 야구판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골프채를 잡았다.

휘두르는 것이 본업이었던 그답게 스윙은 간결하고 힘있었다.

야구판이 직면한 의혹들을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는 그의 생각처럼 그가 쳐낸 공은 빗줄기를 가르며 시원스럽게 뻗어나갔다.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영상취재 : 동아닷컴 서중석 기자 mi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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