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9] 아, 옛날이여! 베네수엘라 차베스정권 휘청

등록 2009.05.29.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29일 동아 뉴스스테이션입니다.

오일달러를 믿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처지가 딱해졌습니다. 유가하락 등으로 현금이 고갈되면서 이제 석유를 담보로 이웃 브라질에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현수 앵커) 한때 반미 좌파의 선봉장으로 기세를 올릴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데요. 국제부 김재영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최근 베네수엘라 경제사정은 어떻습니까?

(김재영 기자) 유가 상승기에 흥청거렸던 베네수엘라는 경기불황과 유가하락,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26일 브라질과의 정상회의에서 석유를 담보로 10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외국기업의 국유화를 추진해 왔지만 "브라질 기업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재정난으로 예산 규모가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줄어들면서 인기의 비결이었던 서민복지정책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달러 부족으로 수입이 지연되면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부 상점에는 생필품과 의약품이 동이 났습니다. 대학 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도 이어졌습니다. 외환보유액이 줄고 수입물가가 상승해 물가상승률도 30%대로 치솟았습니다.

(박 앵커) 베네수엘라는 남미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요. 경제위기 이후 입지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김) 중남미의 중소국가 대부분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및 자금 지원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베네수엘라가 남미 좌파의 핵심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790억 달러였던 대외 원조액이 올해는 60억 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 브라질 중국 등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메르코수르, 즉 남미공동시장 가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등 입지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김 앵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다른 국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죠?

(김)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유가에 힘입어 해외 원조를 늘리고 미국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옛 소련 시절 대국의 영광을 찾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유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주가 폭락, 자본 유출, 생산 감소로 이어지면서 힘이 빠졌습니다. 러시아 재무차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8%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극우 민족주의가 발호하고 각종 시위가 일어나는 등 사회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아르헨티나는 대두 가격 하락에 가뭄까지 겹쳐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고유가 시절 세계 건설 붐의 중심지였던 중동지역 산유국들도 유가 하락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 앵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아닐까요?

(김) 물론 어느 국가도 경제위기를 피해갈 순 없습니다. 유가가 회복되면 이들 국가의 경제가 반등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의 오만에 빠져 위기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이들 국가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칠레 역시 경제위기로 구리 값이 폭락하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기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통화가치도 안정적이고 국가신용등급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칠레는 2006년 구리 값이 폭등해 호황을 누릴 때 이미 위기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불황에 대비해 당시의 높은 구리 가격이 아닌 향후 10년 간 평균가격을 근거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구리 가격이 예상보다 올라 발생하는 수입은 모두 비축펀드에 넣어 관리했습니다.

(김 앵커) 호황기에 긴축정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주변의 반대는 없었습니까?

(김) 넘쳐나는 돈을 연금보장 복지확대 등에 쓰라는 요구와 함께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안드레스 벨라스코 칠레 재무장관의 뚝심이 빛을 발했습니다. "호황일 때 돈을 아껴야 어려울 때를 대비할 수 있다"는 원칙을 꿋꿋이 지켰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사임 압력을 받았지만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원 아래 밀어붙였습니다.

이렇게 모아 놓은 돈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종자돈이 됐습니다. 칠레 정부가 확보한 유동자금은 487억 달러로 국내총생산, GDP의 30%나 됩니다. 이 돈을 일자리 창출, 감세, 설비 투자, 저소득층 지원 등 경기부양책에 투입했습니다. 호황 때 은행을 건전하게 운영한 덕에 부실 은행 구제에는 한 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해 정부 지지율이 오히려 호황 때보다 상승했습니다.

(박 앵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생각나네요.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 29일 동아 뉴스스테이션입니다.

오일달러를 믿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처지가 딱해졌습니다. 유가하락 등으로 현금이 고갈되면서 이제 석유를 담보로 이웃 브라질에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현수 앵커) 한때 반미 좌파의 선봉장으로 기세를 올릴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데요. 국제부 김재영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최근 베네수엘라 경제사정은 어떻습니까?

(김재영 기자) 유가 상승기에 흥청거렸던 베네수엘라는 경기불황과 유가하락,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26일 브라질과의 정상회의에서 석유를 담보로 10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외국기업의 국유화를 추진해 왔지만 "브라질 기업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재정난으로 예산 규모가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줄어들면서 인기의 비결이었던 서민복지정책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달러 부족으로 수입이 지연되면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정부 상점에는 생필품과 의약품이 동이 났습니다. 대학 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도 이어졌습니다. 외환보유액이 줄고 수입물가가 상승해 물가상승률도 30%대로 치솟았습니다.

(박 앵커) 베네수엘라는 남미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요. 경제위기 이후 입지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김) 중남미의 중소국가 대부분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및 자금 지원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베네수엘라가 남미 좌파의 핵심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790억 달러였던 대외 원조액이 올해는 60억 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 브라질 중국 등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메르코수르, 즉 남미공동시장 가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등 입지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김 앵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다른 국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죠?

(김)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유가에 힘입어 해외 원조를 늘리고 미국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옛 소련 시절 대국의 영광을 찾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유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주가 폭락, 자본 유출, 생산 감소로 이어지면서 힘이 빠졌습니다. 러시아 재무차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8%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극우 민족주의가 발호하고 각종 시위가 일어나는 등 사회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아르헨티나는 대두 가격 하락에 가뭄까지 겹쳐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고유가 시절 세계 건설 붐의 중심지였던 중동지역 산유국들도 유가 하락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 앵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아닐까요?

(김) 물론 어느 국가도 경제위기를 피해갈 순 없습니다. 유가가 회복되면 이들 국가의 경제가 반등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의 오만에 빠져 위기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이들 국가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칠레 역시 경제위기로 구리 값이 폭락하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기 속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통화가치도 안정적이고 국가신용등급은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칠레는 2006년 구리 값이 폭등해 호황을 누릴 때 이미 위기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불황에 대비해 당시의 높은 구리 가격이 아닌 향후 10년 간 평균가격을 근거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구리 가격이 예상보다 올라 발생하는 수입은 모두 비축펀드에 넣어 관리했습니다.

(김 앵커) 호황기에 긴축정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주변의 반대는 없었습니까?

(김) 넘쳐나는 돈을 연금보장 복지확대 등에 쓰라는 요구와 함께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안드레스 벨라스코 칠레 재무장관의 뚝심이 빛을 발했습니다. "호황일 때 돈을 아껴야 어려울 때를 대비할 수 있다"는 원칙을 꿋꿋이 지켰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사임 압력을 받았지만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원 아래 밀어붙였습니다.

이렇게 모아 놓은 돈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종자돈이 됐습니다. 칠레 정부가 확보한 유동자금은 487억 달러로 국내총생산, GDP의 30%나 됩니다. 이 돈을 일자리 창출, 감세, 설비 투자, 저소득층 지원 등 경기부양책에 투입했습니다. 호황 때 은행을 건전하게 운영한 덕에 부실 은행 구제에는 한 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해 정부 지지율이 오히려 호황 때보다 상승했습니다.

(박 앵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생각나네요.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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