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에서 빗물에 밥 말아먹다

등록 2009.05.29.
610m 높이의 운길산은 수종사(水鐘寺)와 양수리(兩水里)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행정구역상 양수리는 양평군 양서(楊西)면 양수(兩水)리 이고, 수종사는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 속해 있다. 수종사는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봉선사의 말사(末寺)이다.

양수리는 우리말로 `두물머리`라 한다. `물머리`란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곳(장소)을 말한다. `두 물머리` 즉, 양수(兩水)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운길산(雲吉山) 수종사 앞 뜰에 서노라면 양수(兩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소백, 속리의 북쪽 물을 모아 충청북도를 거친다. 장장 375Km를 흘러 이 곳 `두물머리`에 닿는다. 한편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은 설악산의 물을 만나 소양호에서 잠시 머물다가 371Km를 내달려 이곳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합류한 두 물줄기는 서울을 관통해 139Km를 더 흐르다가 마침내 서해로 들어간다.

한강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흘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운길산 수종사는 그런 한강을 묵묵히 내려다 보고 있는 절이다.

1458년(세조 4년)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二水頭 즉 양수리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18나한이 새겨진 바위 굴이 있고, 그 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오고 있었다. 왕은 그 곳에 수종사라는 절을 지었다.

그 후 조선 후기에 고종이 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요문화재로 보물 제259호인 수종사 부도(浮屠) 안에서 발견된 뚜껑있는 청자(청자유개호 靑瓷有蓋壺)와, 그 안에 있던 금과 구리로 만든 9층탑(금동제구층탑 金銅製九層塔)및 은으로 된 육각상자(은제도금6각감 銀製鍍金六角龕) 등 3개의 일괄유물이 그것이다. 이 유물들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운길산 7부능선 쯤의 전망 좋은 터에 자리잡은 수종사에서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수천 년 우리 민족의 역사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동아닷컴 컬럼비아 1기 필드테스터들은 2009년 5월 16일 10시 운길산 산행을 하기 위해, 작년 12월 29일에 개통된 새로운 명소, 비 내리는 운길산 역에 모였다.

아담하고 청결한 중앙선 전철 운길산 역사(驛舍) 휴게실에서 참가자들은 상견례를 하고, 우비를 갈아입은 다음 운길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일주일 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적중했다. 그래서인지 예정된 인원 22명 중 두 사람만을 제외한 20명이 모여 하루 종일 빗속에서 산길을 걸었다.

이 산의 특징은 무엇보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종사로서, 경관이 뛰어나 해동제일의 사찰이라고 옛사람들은 전했다. 서거정, 초의선사, 정약용, 송인, 이이 등이 머물던 곳으로 시 몇 수가 전해진다.

특히 물맛이 좋아 차(茶)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운길산 산행의 묘미는 서북능선을 타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맛보는 것이다. 이날 비로 인해 전망은 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수종사에 도착했을 때 안개 사이로 멀리 두물머리가 잠시 조망되었다.

운길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한 편이어서 가족 산행이나 주말 산행지로 적당한 곳이지만 강변에서 610m를 꼬박 올라야 하는 가파른 산이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수종사는 지방문화재 제22호인 팔각석탑과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우리 일행은 자동차 길을 피해 호젓한 산길을 골라 수종사에 도착했다. 온 산은 비에 젖었고 구름 아래로 한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했다.

운길산 역에서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한 번의 그침도 없이 계속 내렸다.

대원 중 누군가가 "빗물에 밥 말아 먹읍시다!"라고 한다. 그것은 웃자고 한 얘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정말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하산 길 급경사 사면은 비로 인해 매우 미끄러웠다. 흠뻑 젖은 숲 속에 은난초가 군락을 이루고 함초롬하게 피어있었다. 거기에 쪽동백 꽃잎이 내려앉았다. 굴참나무를 휘감고 오른 다래 덩굴은 한층 깊은 산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하산을 마칠 때까지 비는 계속 내렸다. 우중(雨中) 산행은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안개비가 내리는 산은 신비감을 더해준다. 그래서 진짜 산꾼들은 비오는 산행을 더 즐긴다. 우중(雨中) 산행은 말이 없어 좋다. 추위로 인해 계속 걸어야 하고 재잘거리며 떠들어도 서로에게 잘 들리지 않으므로 묵묵히 빗속을 걷게 된다. 그래서 좋다.

우중 산행을 하게 될 경우에는 방수 자켓과 방수 바지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겨울철에 사용하는 스패츠로 신발을 감싸고 바지를 스패츠 밖으로 덮으면 신발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 하산 후 갈아입을 옷을 비닐에 싸서 준비해가면 아무리 큰비가 내려도 쾌적한 귀가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마운틴월드 이규태 기자

610m 높이의 운길산은 수종사(水鐘寺)와 양수리(兩水里)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행정구역상 양수리는 양평군 양서(楊西)면 양수(兩水)리 이고, 수종사는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 속해 있다. 수종사는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봉선사의 말사(末寺)이다.

양수리는 우리말로 `두물머리`라 한다. `물머리`란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곳(장소)을 말한다. `두 물머리` 즉, 양수(兩水)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운길산(雲吉山) 수종사 앞 뜰에 서노라면 양수(兩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소백, 속리의 북쪽 물을 모아 충청북도를 거친다. 장장 375Km를 흘러 이 곳 `두물머리`에 닿는다. 한편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은 설악산의 물을 만나 소양호에서 잠시 머물다가 371Km를 내달려 이곳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합류한 두 물줄기는 서울을 관통해 139Km를 더 흐르다가 마침내 서해로 들어간다.

한강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흘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운길산 수종사는 그런 한강을 묵묵히 내려다 보고 있는 절이다.

1458년(세조 4년)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二水頭 즉 양수리兩水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18나한이 새겨진 바위 굴이 있고, 그 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오고 있었다. 왕은 그 곳에 수종사라는 절을 지었다.

그 후 조선 후기에 고종이 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요문화재로 보물 제259호인 수종사 부도(浮屠) 안에서 발견된 뚜껑있는 청자(청자유개호 靑瓷有蓋壺)와, 그 안에 있던 금과 구리로 만든 9층탑(금동제구층탑 金銅製九層塔)및 은으로 된 육각상자(은제도금6각감 銀製鍍金六角龕) 등 3개의 일괄유물이 그것이다. 이 유물들은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운길산 7부능선 쯤의 전망 좋은 터에 자리잡은 수종사에서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수천 년 우리 민족의 역사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동아닷컴 컬럼비아 1기 필드테스터들은 2009년 5월 16일 10시 운길산 산행을 하기 위해, 작년 12월 29일에 개통된 새로운 명소, 비 내리는 운길산 역에 모였다.

아담하고 청결한 중앙선 전철 운길산 역사(驛舍) 휴게실에서 참가자들은 상견례를 하고, 우비를 갈아입은 다음 운길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일주일 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적중했다. 그래서인지 예정된 인원 22명 중 두 사람만을 제외한 20명이 모여 하루 종일 빗속에서 산길을 걸었다.

이 산의 특징은 무엇보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종사로서, 경관이 뛰어나 해동제일의 사찰이라고 옛사람들은 전했다. 서거정, 초의선사, 정약용, 송인, 이이 등이 머물던 곳으로 시 몇 수가 전해진다.

특히 물맛이 좋아 차(茶)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운길산 산행의 묘미는 서북능선을 타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맛보는 것이다. 이날 비로 인해 전망은 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수종사에 도착했을 때 안개 사이로 멀리 두물머리가 잠시 조망되었다.

운길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한 편이어서 가족 산행이나 주말 산행지로 적당한 곳이지만 강변에서 610m를 꼬박 올라야 하는 가파른 산이다.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수종사는 지방문화재 제22호인 팔각석탑과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우리 일행은 자동차 길을 피해 호젓한 산길을 골라 수종사에 도착했다. 온 산은 비에 젖었고 구름 아래로 한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했다.

운길산 역에서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한 번의 그침도 없이 계속 내렸다.

대원 중 누군가가 "빗물에 밥 말아 먹읍시다!"라고 한다. 그것은 웃자고 한 얘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정말로 빗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하산 길 급경사 사면은 비로 인해 매우 미끄러웠다. 흠뻑 젖은 숲 속에 은난초가 군락을 이루고 함초롬하게 피어있었다. 거기에 쪽동백 꽃잎이 내려앉았다. 굴참나무를 휘감고 오른 다래 덩굴은 한층 깊은 산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하산을 마칠 때까지 비는 계속 내렸다. 우중(雨中) 산행은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안개비가 내리는 산은 신비감을 더해준다. 그래서 진짜 산꾼들은 비오는 산행을 더 즐긴다. 우중(雨中) 산행은 말이 없어 좋다. 추위로 인해 계속 걸어야 하고 재잘거리며 떠들어도 서로에게 잘 들리지 않으므로 묵묵히 빗속을 걷게 된다. 그래서 좋다.

우중 산행을 하게 될 경우에는 방수 자켓과 방수 바지를 입어야 한다. 그리고 겨울철에 사용하는 스패츠로 신발을 감싸고 바지를 스패츠 밖으로 덮으면 신발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 하산 후 갈아입을 옷을 비닐에 싸서 준비해가면 아무리 큰비가 내려도 쾌적한 귀가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마운틴월드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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