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라이프의 영원한 후원자 지프 그랜드체로키 시승기

등록 2009.06.18.
자동차는 인간에게 단순히 이동의 편리함을 넘어 많은 즐거움도 함께 제공해 왔다. 남보다 빨리 달리려는 욕구는 자동차 경주를 만들어 냈고, 가지 못하는 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 욕구는 오지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를 만들어 냈다. 특히 전쟁터라는 극한 상황에서 오지를 달리는 자동차는 더 발전하게 됐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지프’다.

미국의 풍요로움을 등에 업고 힘센 엔진과 터프한 디자인으로 대자연을 휘젓고 다니던 지프는 의외로 크라이슬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브랜드 중에 가장 가치가 높은 브랜드다. SUV스타일의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는 지프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과 함께 터프함에 매료된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프의 상위급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사진) 리미티드 버전을 시승해 봤다.

광고 사진에서 나오는 지프는 대부분 거친 암석지대, 뜨거운 사막 등 도로가 아닌 자연과 함께하고 있다.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 역시 자연과 어울리는 느낌이다. 언뜻 보기에도 꽤 큰 키, 단단해 보이는 보디, 간결한 디자인이 아웃도어 라이프를 상징한다. 나긋나긋한 선과 섬세한 디테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아래로 둘러쳐진 검은색 우레탄 차체 보호대, 뒷부분 하단으론 큼지막한 볼트들로 투박하게 조립된 디퍼렌션 등 구동장치가 그대로 보일 정도다.

확실히 매끈한 도로 위보다는 험준한 야산이 더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실내로 들어가 보면 인테리어가 외부와 마찬가지로 심플하고 약간은 거칠다.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여러 장치들은 요즘 자동차들과 비교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프만의 매력이라고 하니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포용력은 좀 넓어야 그런 이해력을 발휘할 수 있기는 하겠다.

동력계통은 나름 세련됐다. 새롭게 얹힌 배기량 3.0L 디젤엔진은 외부에서도 그다지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실내로 들어서면 더욱 음색이 부드러워진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온 것으로 무정차 16만km의 내구력 주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218마력을 내며, 52kg·m의 큰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8초 중반을 기록할 만큼 힘은 좋은 편이다. 2t이 넘는 거구의 차체를 감안하면, 전반적인 달리기 성능은 괜찮다.

콰드로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한 풀타임 사륜구동형인 그랜드체로키는 급한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 일반 SUV들과 달리 제법 듬직한 편인데, 비교적 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하게 느껴지는 조향감 덕분이다. 커브길을 약간 빠른 스피드로 진입해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주행 라인을 그려나간다. 장착되어 있는 타이어가 접지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오프로드 타입이고, 높은 차고와 큰 덩치를 생각하면 의외의 성능이다. L당 9.5km인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실제 주행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사흘간의 시승을 마치면서 ‘지프는 최근의 자동차 스타일로 보면 다소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지프만의 느낌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매력덩어리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하나가 아닌 만큼 자동차에 대한 평가기준도 여러 가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떠올렸던 시승이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자동차는 인간에게 단순히 이동의 편리함을 넘어 많은 즐거움도 함께 제공해 왔다. 남보다 빨리 달리려는 욕구는 자동차 경주를 만들어 냈고, 가지 못하는 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 욕구는 오지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를 만들어 냈다. 특히 전쟁터라는 극한 상황에서 오지를 달리는 자동차는 더 발전하게 됐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지프’다.

미국의 풍요로움을 등에 업고 힘센 엔진과 터프한 디자인으로 대자연을 휘젓고 다니던 지프는 의외로 크라이슬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브랜드 중에 가장 가치가 높은 브랜드다. SUV스타일의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는 지프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과 함께 터프함에 매료된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프의 상위급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사진) 리미티드 버전을 시승해 봤다.

광고 사진에서 나오는 지프는 대부분 거친 암석지대, 뜨거운 사막 등 도로가 아닌 자연과 함께하고 있다.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 역시 자연과 어울리는 느낌이다. 언뜻 보기에도 꽤 큰 키, 단단해 보이는 보디, 간결한 디자인이 아웃도어 라이프를 상징한다. 나긋나긋한 선과 섬세한 디테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아래로 둘러쳐진 검은색 우레탄 차체 보호대, 뒷부분 하단으론 큼지막한 볼트들로 투박하게 조립된 디퍼렌션 등 구동장치가 그대로 보일 정도다.

확실히 매끈한 도로 위보다는 험준한 야산이 더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실내로 들어가 보면 인테리어가 외부와 마찬가지로 심플하고 약간은 거칠다.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여러 장치들은 요즘 자동차들과 비교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프만의 매력이라고 하니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포용력은 좀 넓어야 그런 이해력을 발휘할 수 있기는 하겠다.

동력계통은 나름 세련됐다. 새롭게 얹힌 배기량 3.0L 디젤엔진은 외부에서도 그다지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실내로 들어서면 더욱 음색이 부드러워진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온 것으로 무정차 16만km의 내구력 주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218마력을 내며, 52kg·m의 큰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8초 중반을 기록할 만큼 힘은 좋은 편이다. 2t이 넘는 거구의 차체를 감안하면, 전반적인 달리기 성능은 괜찮다.

콰드로 드라이브 시스템을 장착한 풀타임 사륜구동형인 그랜드체로키는 급한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 일반 SUV들과 달리 제법 듬직한 편인데, 비교적 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하게 느껴지는 조향감 덕분이다. 커브길을 약간 빠른 스피드로 진입해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주행 라인을 그려나간다. 장착되어 있는 타이어가 접지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오프로드 타입이고, 높은 차고와 큰 덩치를 생각하면 의외의 성능이다. L당 9.5km인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실제 주행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사흘간의 시승을 마치면서 ‘지프는 최근의 자동차 스타일로 보면 다소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지프만의 느낌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매력덩어리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하나가 아닌 만큼 자동차에 대한 평가기준도 여러 가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떠올렸던 시승이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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