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너무 차면 맛 떨어져” 달인이 전하는 맥주의 모든것

등록 2009.06.26.
‘색’다르고 ‘살아있는’ ‘다양한’ 맛의 하우스 맥주. 하우스 맥주는 소규모 맥주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뜻한다. 이런 하우스맥주를 직접 맛보기 위해선 ‘브루마스터’가 빠질 수 없다. ‘브루마스터’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malt:뿌리를 제거한 보리)와 홉(hop:맥주의 독특한 아로마와 쓴 맛을 냄), 효모를 감별하는 일부터 맥주의 제조과정을 전부 책임지는 양조 엔지니어다.

하우스 맥주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 협회에 따르면 하우스 맥주는 2002년 주세법 개정 후 한국에 등장한지 올해로 7년째다. 현재 국내에서 하우스맥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브루마스터’는 4명 정도다. 그 중 한 명인 송 훈(35)씨를 만났다.

송 씨는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 독일의 하우스맥주 매력에 푹 빠졌다. 그 때 ‘맥주 민간 외교관’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독일 뮌헨공대 양조과 석사 출신인 그는 2005년 한국에 귀국해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호텔 맥주집 메가씨씨에서 5년째 ‘브루마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송 씨의 근무지를 찾았다. 매장을 들어서자 넓은 홀 한 켠에는 독일 맥주 집에 있을 법한 누런 구리빛을 띤 담금조 2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송 씨는 아침부터 하우스맥주를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송 씨는 보통 일주일에 3~4번 기계를 돌려 맥주를 만든다. 매장 맥주 기계로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맥주의 양은 1000L다. 일반 맥주 500cc잔으로 2000잔이 나오는 양이다. 가공된 보리인 ‘메가’를 빻고 담금조에 넣어 가열, 여과 등까지의 과정은 8시간을 소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2~3주동안 숙성, 저장되어 진다.

현재 송 씨가 매장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하우스 맥주의 종류는 필스너, 둔 클래스, 바이젠 등 총 3가지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맥주는 과일향이 풍부한 바이젠이다. 바이젠은 원재료 50% 이상이 밀인 밀맥주로 독일남부 뮌헨지방에서 많이 마시는 맥주다. 둔켈은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거품의 흑맥주, 필스는 쌉싸름하고 향이 깊은 맥주다.

그렇다면 기존 맥주와 다르게 하우스 맥주만의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 송 씨는 제일 먼저 다양성을 꼽았다. ‘브루마스터’의 개성과 창의를 반영할 수 있는 하우스 맥주는 ‘각 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이 같은 맛의 맥주도 술집에 따라 맛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송 씨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연꽃 맥주, 쌀 맥주 등 다양한 맛의 하우스 맥주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어 송 씨는 하우스 맥주의 ‘살아있음’을 자랑했다. 대형 공장에서 나오는 기본 맥주는 필터링, 살균처리, 비열처리 등을 거쳐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 송 씨의 설명이다. 바꾸어 말해 하우스 맥주는 효모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하우스 맥주는 유통기한이 짧고 빨리 소비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살아있는’ 맥주를 신선하고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맥주지만 남들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송 씨는 “맥주를 얼음컵에 담는 등 차갑게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맥주가 0~1도가 되면 혀의 감각이 마비가 되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로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름에는 6~7도, 겨울에는 9~10도를 추천했다.

현재 국내에서 ‘브루마스터’ 자격을 부여하는 곳은 없다. 보통 송 씨와 같이 해외유학을 거쳐 타이틀을 얻거나 국내에서 직접 일대일로 기술을 전수받는 도제식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송 씨는 국내에서 하우스 맥주가 발전하기에는 법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 때 관광객 유치 등을 목적으로 생겨난 ‘브루어리(brewary:하우스 맥주를 만드는 곳)’는 120여 곳 정도.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50여 곳만 남아있다고 한다. 브루어리가 많이 생겨나야 관련된 컨설팅 등 인프라 구축이 생겨나는데 그렇지 않아 홍보나 마케팅도 어렵다는 것이 송 씨의 설명.

원료 수입과 보급도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여러 원료들을 수입해 다양한 맛의 하우스 맥주를 개발하고 싶지만 현재 송 씨가 사용하고 있는 보리의 종류는 단 두 종류다.

송 씨에 따르면 요즘 국내 대학에서는 양조과를 만들려는 움직임 등이 있다고 한다. 송 씨는 이런 움직임들로 맥주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승해 하우스 맥주의 개발여건이 더 좋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맥아 저장고: 톱니 날의 맥아 분쇄기, 가용성 물질의 용출과 효소에 의한 분해를 도와준다.

담금조: 분쇄된 맥아에서 양질의 엑기스 추출, 효모의 생육과 발효에 필요한 발효성 당류를 얻는다.

여과조: 깨끗한 맥즙을 여과한다. (담금 지게미 제거)

자비조: 맥즙에 호프를 가하고 끓인다. 엑기스분 농축, 호프의 고미, 향기 부여, 맥즙 살균

침전조: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하여 핫트룹을 제거

열교환기: 농축이 끝난 맥즙을 발효 온도로(9도~21도) 냉각

발효조: 냉각된 맥즙에 효모와 산소를 가하여 3~7일간 알코올 발효한다. (부산물과 탄산가스 생성)

숙성, 저장조: 2~3주간 저온에서 숙성과 저장을 거쳐 맥주 완료

‘색’다르고 ‘살아있는’ ‘다양한’ 맛의 하우스 맥주. 하우스 맥주는 소규모 맥주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뜻한다. 이런 하우스맥주를 직접 맛보기 위해선 ‘브루마스터’가 빠질 수 없다. ‘브루마스터’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malt:뿌리를 제거한 보리)와 홉(hop:맥주의 독특한 아로마와 쓴 맛을 냄), 효모를 감별하는 일부터 맥주의 제조과정을 전부 책임지는 양조 엔지니어다.

하우스 맥주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 협회에 따르면 하우스 맥주는 2002년 주세법 개정 후 한국에 등장한지 올해로 7년째다. 현재 국내에서 하우스맥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브루마스터’는 4명 정도다. 그 중 한 명인 송 훈(35)씨를 만났다.

송 씨는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 독일의 하우스맥주 매력에 푹 빠졌다. 그 때 ‘맥주 민간 외교관’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독일 뮌헨공대 양조과 석사 출신인 그는 2005년 한국에 귀국해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호텔 맥주집 메가씨씨에서 5년째 ‘브루마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송 씨의 근무지를 찾았다. 매장을 들어서자 넓은 홀 한 켠에는 독일 맥주 집에 있을 법한 누런 구리빛을 띤 담금조 2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송 씨는 아침부터 하우스맥주를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송 씨는 보통 일주일에 3~4번 기계를 돌려 맥주를 만든다. 매장 맥주 기계로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맥주의 양은 1000L다. 일반 맥주 500cc잔으로 2000잔이 나오는 양이다. 가공된 보리인 ‘메가’를 빻고 담금조에 넣어 가열, 여과 등까지의 과정은 8시간을 소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2~3주동안 숙성, 저장되어 진다.

현재 송 씨가 매장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하우스 맥주의 종류는 필스너, 둔 클래스, 바이젠 등 총 3가지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맥주는 과일향이 풍부한 바이젠이다. 바이젠은 원재료 50% 이상이 밀인 밀맥주로 독일남부 뮌헨지방에서 많이 마시는 맥주다. 둔켈은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거품의 흑맥주, 필스는 쌉싸름하고 향이 깊은 맥주다.

그렇다면 기존 맥주와 다르게 하우스 맥주만의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 송 씨는 제일 먼저 다양성을 꼽았다. ‘브루마스터’의 개성과 창의를 반영할 수 있는 하우스 맥주는 ‘각 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이 같은 맛의 맥주도 술집에 따라 맛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송 씨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연꽃 맥주, 쌀 맥주 등 다양한 맛의 하우스 맥주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어 송 씨는 하우스 맥주의 ‘살아있음’을 자랑했다. 대형 공장에서 나오는 기본 맥주는 필터링, 살균처리, 비열처리 등을 거쳐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 송 씨의 설명이다. 바꾸어 말해 하우스 맥주는 효모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하우스 맥주는 유통기한이 짧고 빨리 소비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살아있는’ 맥주를 신선하고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맥주지만 남들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송 씨는 “맥주를 얼음컵에 담는 등 차갑게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맥주가 0~1도가 되면 혀의 감각이 마비가 되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로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름에는 6~7도, 겨울에는 9~10도를 추천했다.

현재 국내에서 ‘브루마스터’ 자격을 부여하는 곳은 없다. 보통 송 씨와 같이 해외유학을 거쳐 타이틀을 얻거나 국내에서 직접 일대일로 기술을 전수받는 도제식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송 씨는 국내에서 하우스 맥주가 발전하기에는 법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 때 관광객 유치 등을 목적으로 생겨난 ‘브루어리(brewary:하우스 맥주를 만드는 곳)’는 120여 곳 정도.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50여 곳만 남아있다고 한다. 브루어리가 많이 생겨나야 관련된 컨설팅 등 인프라 구축이 생겨나는데 그렇지 않아 홍보나 마케팅도 어렵다는 것이 송 씨의 설명.

원료 수입과 보급도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여러 원료들을 수입해 다양한 맛의 하우스 맥주를 개발하고 싶지만 현재 송 씨가 사용하고 있는 보리의 종류는 단 두 종류다.

송 씨에 따르면 요즘 국내 대학에서는 양조과를 만들려는 움직임 등이 있다고 한다. 송 씨는 이런 움직임들로 맥주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승해 하우스 맥주의 개발여건이 더 좋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맥아 저장고: 톱니 날의 맥아 분쇄기, 가용성 물질의 용출과 효소에 의한 분해를 도와준다.

담금조: 분쇄된 맥아에서 양질의 엑기스 추출, 효모의 생육과 발효에 필요한 발효성 당류를 얻는다.

여과조: 깨끗한 맥즙을 여과한다. (담금 지게미 제거)

자비조: 맥즙에 호프를 가하고 끓인다. 엑기스분 농축, 호프의 고미, 향기 부여, 맥즙 살균

침전조: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하여 핫트룹을 제거

열교환기: 농축이 끝난 맥즙을 발효 온도로(9도~21도) 냉각

발효조: 냉각된 맥즙에 효모와 산소를 가하여 3~7일간 알코올 발효한다. (부산물과 탄산가스 생성)

숙성, 저장조: 2~3주간 저온에서 숙성과 저장을 거쳐 맥주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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