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는 실패 했지만 꿈은 계속된다

등록 2009.09.01.
(박제균 앵커) 지난달 25일 오후 5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한국의 10대 스페이스 클럽 가입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우주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하지만 발사 1시간여 뒤 나로호 상단에 실려 있던 과학기술위성 2호가 `실종`됐습니다.

(김현수 앵커) 이 때문에 나로호 발사는 부분성공이냐, 실패냐를 놓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나로호 발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동아사이언스 이현경 기자와 함께 나로호 발사 당시와 그 이후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기자, 과학기술위성 2호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밝혀졌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나로호는 25일 오후 5시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1단 액체로켓이 정상적으로 점화되면서 성공적으로 이륙했습니다. 하지만 이륙한지 216초 뒤 위성을 덮고 있던 페어링, 즉 보호덮개 중 한 쪽은 정상적으로 분리됐지만 나머지 한 쪽은 나로호 상단에 붙은 채 비행을 계속했습니다. 페어링 한 쪽 무게는 330kg 정도로 무거운 편인데요, 이 때문에 나로호는 무게중심을 잃고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목표궤도인 지구 표면과 수평으로 날지 못하고 예상보다 85km나 더 올라갔습니다. 고도는 높아졌지만 무게 때문에 속도가 느려졌고, 결국 과학기술위성 2호는 궤도 진입에 필요한 속도를 얻지 못한 채 지구로 떨어지면서 불에 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앵커) 그렇다면 이번 나로호 발사는 실패로 규정해도 될까요?

(이 기자) 안타깝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가장 큰 임무는 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입니다. 나로호가 당초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실패로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페어링 분리 실패를 제외하고는 1단과 2단 분리에 모두 성공했으므로 부분 성공으로 보기도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측도 이번 나로호 발사를 부분 성공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앵커) 이렇게 되면 남한과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기자) 올해 4월 북한은 은하 2호 로켓에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를 실어 발사했습니다. 나로호는 2단 로켓인 반면 은하 2호는 3단 로켓인데요, 당시 은하 2호는 2단과 3단 분리를 못한 채 발사에 실패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남북 모두 실패했다는 점에서는 기술 수준이 비슷합니다. 다만 북한은 외부지원 없이 스커드 미사일을 30년 이상 개량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액체 로켓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나로호는 액체 로켓 기술을 모두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로호 발사를 통해 로켓 발사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는 얻었지만 우주기술보호협정에 발이 묶여 러시아로부터 액체 로켓 기술을 얼마나 전수받았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앵커) 러시아를 파트너로 삼은 일이 적절한 결정이었는지를 두고도 말이 많은데요?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와의 파트너십 문제는 나로호 발사 전부터 불거져 나왔습니다. 나로호 발사 일정이 7월 30일에서 8월 11일로, 다시 8월 19일로 연거푸 세 차례나 미뤄지는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나로호 발사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책임 소재를 놓고도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다소 어색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한국의 우주기술 파트너는 러시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발사체 기술이 국방에 직결되는 만큼 미국이나 유럽 등 어느 나라에서도 기술 이전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김 앵커) 25일 나로호 발사 당일로 돌아가 보죠. 당시 1시간여 동안은 성공으로 알려졌는데요, 왜 이런 착오가 생겼습니까?

(이 기자) 제가 당시 발사통제동에 들어가 연구원들이 나로호 발사를 지휘하는 광경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요, 저도 1시간 동안은 발사가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나로호의 비행 상태를 알려주는 안내방송 때문이었는데요, 나로호는 이륙 후 10여 초가 지나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 때부터는 나로호의 속도와 고도 등 각종 비행 데이터를 토대로 나로호의 상태를 판단해야 합니다. 나로호에서 위성이 분리되기까지 9분 동안 안내방송은 계속해서 나로호의 비행 상태가 정상이라고 알렸고, 이 때문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생긴 셈입니다. 다음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측은 안내방송을 담당한 연구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앵커)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불에 타 사라졌을 가능성도 발사 다음날에야 제기됐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발사 직후 브리핑에서 나로호 1단과 2단이 모두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며 과학기술위성 2호는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 같다고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브리핑에서 뒤늦게 페어링 분리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대기권에서 불에 탔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김 앵커) 오늘로 나로호를 발사한 지 일주일이 됐는데요, 앞으로 일정을 어떻습니까?

(이 기자) 대학과 기업 등 민간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지난달 28일 1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페어링 분리 실패 원인으로 서너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과부와 항우연 측은 내년 5월 2차 발사를 밀어붙이는 분위기입니다.

(박 앵커) 실패는 아픕니다. 하지만 실패한 뒤에 더욱 잘 해야 비로소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지난달 25일 오후 5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한국의 10대 스페이스 클럽 가입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우주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하지만 발사 1시간여 뒤 나로호 상단에 실려 있던 과학기술위성 2호가 `실종`됐습니다.

(김현수 앵커) 이 때문에 나로호 발사는 부분성공이냐, 실패냐를 놓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나로호 발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동아사이언스 이현경 기자와 함께 나로호 발사 당시와 그 이후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기자, 과학기술위성 2호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밝혀졌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나로호는 25일 오후 5시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1단 액체로켓이 정상적으로 점화되면서 성공적으로 이륙했습니다. 하지만 이륙한지 216초 뒤 위성을 덮고 있던 페어링, 즉 보호덮개 중 한 쪽은 정상적으로 분리됐지만 나머지 한 쪽은 나로호 상단에 붙은 채 비행을 계속했습니다. 페어링 한 쪽 무게는 330kg 정도로 무거운 편인데요, 이 때문에 나로호는 무게중심을 잃고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목표궤도인 지구 표면과 수평으로 날지 못하고 예상보다 85km나 더 올라갔습니다. 고도는 높아졌지만 무게 때문에 속도가 느려졌고, 결국 과학기술위성 2호는 궤도 진입에 필요한 속도를 얻지 못한 채 지구로 떨어지면서 불에 탄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앵커) 그렇다면 이번 나로호 발사는 실패로 규정해도 될까요?

(이 기자) 안타깝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가장 큰 임무는 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입니다. 나로호가 당초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실패로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페어링 분리 실패를 제외하고는 1단과 2단 분리에 모두 성공했으므로 부분 성공으로 보기도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측도 이번 나로호 발사를 부분 성공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앵커) 이렇게 되면 남한과 북한의 로켓 기술 수준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기자) 올해 4월 북한은 은하 2호 로켓에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를 실어 발사했습니다. 나로호는 2단 로켓인 반면 은하 2호는 3단 로켓인데요, 당시 은하 2호는 2단과 3단 분리를 못한 채 발사에 실패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남북 모두 실패했다는 점에서는 기술 수준이 비슷합니다. 다만 북한은 외부지원 없이 스커드 미사일을 30년 이상 개량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액체 로켓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나로호는 액체 로켓 기술을 모두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로호 발사를 통해 로켓 발사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는 얻었지만 우주기술보호협정에 발이 묶여 러시아로부터 액체 로켓 기술을 얼마나 전수받았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앵커) 러시아를 파트너로 삼은 일이 적절한 결정이었는지를 두고도 말이 많은데요?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와의 파트너십 문제는 나로호 발사 전부터 불거져 나왔습니다. 나로호 발사 일정이 7월 30일에서 8월 11일로, 다시 8월 19일로 연거푸 세 차례나 미뤄지는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나로호 발사가 사실상 실패하면서 책임 소재를 놓고도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다소 어색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한국의 우주기술 파트너는 러시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발사체 기술이 국방에 직결되는 만큼 미국이나 유럽 등 어느 나라에서도 기술 이전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김 앵커) 25일 나로호 발사 당일로 돌아가 보죠. 당시 1시간여 동안은 성공으로 알려졌는데요, 왜 이런 착오가 생겼습니까?

(이 기자) 제가 당시 발사통제동에 들어가 연구원들이 나로호 발사를 지휘하는 광경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요, 저도 1시간 동안은 발사가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나로호의 비행 상태를 알려주는 안내방송 때문이었는데요, 나로호는 이륙 후 10여 초가 지나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 때부터는 나로호의 속도와 고도 등 각종 비행 데이터를 토대로 나로호의 상태를 판단해야 합니다. 나로호에서 위성이 분리되기까지 9분 동안 안내방송은 계속해서 나로호의 비행 상태가 정상이라고 알렸고, 이 때문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했다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생긴 셈입니다. 다음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측은 안내방송을 담당한 연구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앵커) 과학기술위성 2호가 불에 타 사라졌을 가능성도 발사 다음날에야 제기됐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발사 직후 브리핑에서 나로호 1단과 2단이 모두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며 과학기술위성 2호는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 같다고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브리핑에서 뒤늦게 페어링 분리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대기권에서 불에 탔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김 앵커) 오늘로 나로호를 발사한 지 일주일이 됐는데요, 앞으로 일정을 어떻습니까?

(이 기자) 대학과 기업 등 민간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지난달 28일 1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페어링 분리 실패 원인으로 서너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과부와 항우연 측은 내년 5월 2차 발사를 밀어붙이는 분위기입니다.

(박 앵커) 실패는 아픕니다. 하지만 실패한 뒤에 더욱 잘 해야 비로소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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