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된 금…한은, 왜 안 살까?
등록 2009.10.13.(박제균 앵커) 최근 금값이 급등하면서 말 그대로 `금값`이 됐습니다. 지난주에는 금이 온스 당 1062달러를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금값 상승에는 달러화 약세 영향이 큽니다.
(김현수 앵커) 최근에는 중동 산유국 들이 석유 결제통화로 달러화 대신 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금값이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경제부 정재윤 기자와 함께 최근 금값 상승의 배경과 달러화 기축통화 논쟁,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최근 금값이 이렇게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재윤 기자) 금값은 크게 보면 2000년 이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요. 최근 금값 급등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매력이 떨어진 달러 대신 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국제자금이 금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 상품 가격 급등을 부릅니다. 이번에도 금값 상승과 함께 원유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박 앵커)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화 대신 금으로 석유값을 결제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면서요.
(정 기자) 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6일자에서 보도한 내용인데요. 인디펜던트는 "아랍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프랑스와 비밀 회동을 열고 원유 거래 결제에 달러 대신 엔, 위안, 유로화, 금 등을 포함한 `바스킷 통화`로 교체할 것을 논의하기 위해 비밀 회동을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들 국가들이 원유 결제통화 교체를 2018년까지 완료하며 교체기간 중에는 금을 결제통화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앵커)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을 사들이고 있다면서요.
(정 기자) 네. 전통적으로 과거 금본위제의 산물로 서방 선진국 중앙은행은 막대한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면서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중국인민은행은 보유금이 2003년 600t에서 현재 1054t으로 6년 만에 76%가 늘었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6년 동안 400t이 넘는 금을 몰래 사들이고 있었던 것이죠.
세계금위원회(WGC)가 각국 중앙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보고한 자료로 작성한 `9월 기준 각국 중앙은행 금보유액`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3분기에 31.5t의 금을 사모아 보유금이 총 568.4t으로 늘었습니다.
(박 앵커) 한국은행도 금을 사고 있나요.
(정 기자) 한국은 이러한 중앙은행의 `골드러시`에서는 철저하게 뒤로 빠져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경제규모 13위,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이고,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금 보유 순위는 세계 56위에 불과합니다. 9월말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14.4t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시가기준 0.2%, 장부가 기준으로는 0.03%로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은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로 3t의 금을 사들인 뒤 11년 동안 단 1g의 금도 사지 않았습니다.
(김 앵커) 한은은 금을 왜 안 사는 것이죠?
(정 기자) 한은도 금 보유량을 늘릴 필요성은 인정하고 금 시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자수익이 없으며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은도 곧 금을 매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은이 망설이는 사이 금값이 워낙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지금은 한은이 금을 사기에 투자적기인지 의문도 있습니다.
(박 앵커) 앞으로 금과 달러 가격 전망은 어떻습니까?
(정 기자) 금의 가격 변동을 보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면 금값은 오릅니다. 다른 화폐보다도 금이 가치를 잘 보전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에 불확실성이 크거나 금융기관 신뢰도가 떨어졌을 때도 오르는 경향이 있지요. 장기적으로 금값은 오를 것이다 이렇게 봐야겠죠.
하지만 최근 금값 급등에는 `달러 가치 추락`이라는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함께 오고 있습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각국 정부는 물론 투자자들이 "달러를 더는 못 믿겠다"고 손을 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이를 그냥 내버려둘 것이냐를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이 미국 달러화의 지위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지만 실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도 중국입니다. 달러화 채권을 2조 달러나 외환보유고로 들고 있는 중국으로서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것이란 얘기죠.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관리된 약 달러`, 즉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원인이 된 미국과 중국간의 국제수지 불균형이 완만하게 해소될 수 있을 정도의 느슨한 형태의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 앵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지금이라도 금을 사야할까요.
(정 기자) 일반인이 무턱대고 금 투자에 들어서기에는 주의해야할 점도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달러화가 약세고 금이 강세라는 것이 대다수 전망이지만 실제 얼마나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최근 원자재 투자에서 세계적인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10년 내 온스당 2000달러는 너끈히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금은 안정자산이지만 가격 변동성은 무척 큽니다. 국제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변동 폭이 크고 투기적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투자전문가들은 금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 헤지와 투자자산 분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권합니다. 시중은행에는 직접 금을 사지 않더라도 금값 상승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습니다.
(박 앵커) 네.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한국, 경제규모는 선진국권, 금 보유는 최하위권
(박제균 앵커) 최근 금값이 급등하면서 말 그대로 `금값`이 됐습니다. 지난주에는 금이 온스 당 1062달러를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금값 상승에는 달러화 약세 영향이 큽니다.
(김현수 앵커) 최근에는 중동 산유국 들이 석유 결제통화로 달러화 대신 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금값이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경제부 정재윤 기자와 함께 최근 금값 상승의 배경과 달러화 기축통화 논쟁,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최근 금값이 이렇게 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재윤 기자) 금값은 크게 보면 2000년 이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요. 최근 금값 급등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매력이 떨어진 달러 대신 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국제자금이 금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 상품 가격 급등을 부릅니다. 이번에도 금값 상승과 함께 원유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박 앵커)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화 대신 금으로 석유값을 결제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면서요.
(정 기자) 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6일자에서 보도한 내용인데요. 인디펜던트는 "아랍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프랑스와 비밀 회동을 열고 원유 거래 결제에 달러 대신 엔, 위안, 유로화, 금 등을 포함한 `바스킷 통화`로 교체할 것을 논의하기 위해 비밀 회동을 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들 국가들이 원유 결제통화 교체를 2018년까지 완료하며 교체기간 중에는 금을 결제통화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앵커)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을 사들이고 있다면서요.
(정 기자) 네. 전통적으로 과거 금본위제의 산물로 서방 선진국 중앙은행은 막대한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면서 금값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중국인민은행은 보유금이 2003년 600t에서 현재 1054t으로 6년 만에 76%가 늘었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6년 동안 400t이 넘는 금을 몰래 사들이고 있었던 것이죠.
세계금위원회(WGC)가 각국 중앙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보고한 자료로 작성한 `9월 기준 각국 중앙은행 금보유액`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3분기에 31.5t의 금을 사모아 보유금이 총 568.4t으로 늘었습니다.
(박 앵커) 한국은행도 금을 사고 있나요.
(정 기자) 한국은 이러한 중앙은행의 `골드러시`에서는 철저하게 뒤로 빠져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경제규모 13위,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이고,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금 보유 순위는 세계 56위에 불과합니다. 9월말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14.4t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시가기준 0.2%, 장부가 기준으로는 0.03%로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은은 1998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로 3t의 금을 사들인 뒤 11년 동안 단 1g의 금도 사지 않았습니다.
(김 앵커) 한은은 금을 왜 안 사는 것이죠?
(정 기자) 한은도 금 보유량을 늘릴 필요성은 인정하고 금 시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이자수익이 없으며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은도 곧 금을 매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은이 망설이는 사이 금값이 워낙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지금은 한은이 금을 사기에 투자적기인지 의문도 있습니다.
(박 앵커) 앞으로 금과 달러 가격 전망은 어떻습니까?
(정 기자) 금의 가격 변동을 보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면 금값은 오릅니다. 다른 화폐보다도 금이 가치를 잘 보전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에 불확실성이 크거나 금융기관 신뢰도가 떨어졌을 때도 오르는 경향이 있지요. 장기적으로 금값은 오를 것이다 이렇게 봐야겠죠.
하지만 최근 금값 급등에는 `달러 가치 추락`이라는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함께 오고 있습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각국 정부는 물론 투자자들이 "달러를 더는 못 믿겠다"고 손을 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이를 그냥 내버려둘 것이냐를 살펴봐야 합니다. 중국이 미국 달러화의 지위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지만 실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도 중국입니다. 달러화 채권을 2조 달러나 외환보유고로 들고 있는 중국으로서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것이란 얘기죠.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관리된 약 달러`, 즉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원인이 된 미국과 중국간의 국제수지 불균형이 완만하게 해소될 수 있을 정도의 느슨한 형태의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 앵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지금이라도 금을 사야할까요.
(정 기자) 일반인이 무턱대고 금 투자에 들어서기에는 주의해야할 점도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달러화가 약세고 금이 강세라는 것이 대다수 전망이지만 실제 얼마나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최근 원자재 투자에서 세계적인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10년 내 온스당 2000달러는 너끈히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금은 안정자산이지만 가격 변동성은 무척 큽니다. 국제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변동 폭이 크고 투기적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투자전문가들은 금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 헤지와 투자자산 분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권합니다. 시중은행에는 직접 금을 사지 않더라도 금값 상승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습니다.
(박 앵커) 네.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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