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원조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등록 2009.11.25.
대한민국이 오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합니다. DAC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원조를 총괄하는 기구로, 공적개발원조(ODA)가 연간 1억 달러 이상 또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2% 이상인 국가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이 가입해 전 세계 원조의 90%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2008년 원조액은 8억 달러를 넘었지만 GNI 대비 0.09%에 불과합니다. 2015년까지 대외원조를 0.25%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의 약속을 해 가입의 문을 통과하게 됐습니다. OECD 가입 13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이지요.

무엇보다 기쁜 것은 우리가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해방 이후 50여 년 동안 현재가치로 600억 달러 상당의 원조를 외국으로부터 받았습니다. 50세 이상 세대들에게는 주한미군을 따라다니며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미국이 공법(PL) 480호에 따라 보내준 분유 밀가루 등을 먹던 기억도 잊을 수 없습니다. DAC 가입은 우리가 가난을 벗어던지고 남을 도울 능력이 있는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한국을 인색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개발센터(CGD)가 선진 22개국을 대상으로 `국력에 따른 개발기여도`를 조사해 지난 달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DAC 가입을 계기로 해외 원조에 대한 국민의 시각과 정부 정책이 변해야 합니다. 10위권 안팎의 경제력을 자랑만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한국은 6·25 전쟁 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국제사회에 갚아야 할 큰 채무가 있는 것입니다.

어제 서울에서 제2회 한-아프리카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2008년 1억800만 달러였던 아프리카에 대한 ODA 지원을 2012년까지 배로 늘리기로 약속했습니다. 조금은 어깨를 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후진국에서 OECD 회원국으로 발전한 개발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도 저개발국을 도울 수 있는 훌륭한 자산입니다. 능력껏 남을 도와야 국격(國格)도 올라갑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대한민국이 오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합니다. DAC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원조를 총괄하는 기구로, 공적개발원조(ODA)가 연간 1억 달러 이상 또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2% 이상인 국가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이 가입해 전 세계 원조의 90%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2008년 원조액은 8억 달러를 넘었지만 GNI 대비 0.09%에 불과합니다. 2015년까지 대외원조를 0.25%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의 약속을 해 가입의 문을 통과하게 됐습니다. OECD 가입 13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이지요.

무엇보다 기쁜 것은 우리가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해방 이후 50여 년 동안 현재가치로 600억 달러 상당의 원조를 외국으로부터 받았습니다. 50세 이상 세대들에게는 주한미군을 따라다니며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던 시절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미국이 공법(PL) 480호에 따라 보내준 분유 밀가루 등을 먹던 기억도 잊을 수 없습니다. DAC 가입은 우리가 가난을 벗어던지고 남을 도울 능력이 있는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한국을 인색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개발센터(CGD)가 선진 22개국을 대상으로 `국력에 따른 개발기여도`를 조사해 지난 달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DAC 가입을 계기로 해외 원조에 대한 국민의 시각과 정부 정책이 변해야 합니다. 10위권 안팎의 경제력을 자랑만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한국은 6·25 전쟁 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국제사회에 갚아야 할 큰 채무가 있는 것입니다.

어제 서울에서 제2회 한-아프리카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2008년 1억800만 달러였던 아프리카에 대한 ODA 지원을 2012년까지 배로 늘리기로 약속했습니다. 조금은 어깨를 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후진국에서 OECD 회원국으로 발전한 개발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도 저개발국을 도울 수 있는 훌륭한 자산입니다. 능력껏 남을 도와야 국격(國格)도 올라갑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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