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앉는 美日, 당겨앉은 中日, 마주앉은 美中

등록 2009.12.14.
◆동북아 新 4국지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1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를 둘러싼 3강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확고한 동맹을 자랑하던 미일 관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반면 긴장이 팽팽했던 중일 관계는 상생과 협력을 `합창`하고 있습니다.

(구 가인 앵커) 은인자중하던 중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태도를 바꾸면서 미중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데요, 이 같은 미중일 사이의 관계 변화는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국제부 하종대 차장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 앵커) 네, 하 차장,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후텐마 미군 비행장의 이전 문제로 불거진 미국과 일본의 갈등인데요. 양국 관계가 지금 악화일로를 걷고 있죠?

(하 종대 차장) 네. 후텐마 비행장은 일본 오키나와 섬에 위치한 미 해병대 소속의 작은 비행장인데요, 도심에 위치해 있어 1945년 건설 직후부터 주민의 이전 요구가 많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에 따라 1996년 이를 같은 오키나와 현의 나고 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나고 시민들이 반발하면서 13년 째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9월 새롭게 출범한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가 기존의 미일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서자 미국이 크게 반발하면서 양국의 최대 외교현안이 됐습니다.

미국은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이 전체적인 미군 재편과 연결된 문제여서 일본 정부가 당초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에 재협상을 공식 요구키로 해 양국 갈등은 점차 두 나라 정권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 앵커) 미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데 반해 중일 관계는 호전되고 있지 않나요?

(하 차장) 네, 그렇습니다. 4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반일 시위가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역사 문제와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 문제, 영토 갈등이 뒤섞이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었는데요, 양국의 이런 대결 자세는 2007년 4월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와 지난해 5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일로 다소 누그러졌지만 양국의 근본적인 견제와 대결 구도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가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을 천명한 뒤 중일 관계는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정계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는 전체 일본 의원의 5분의 1 규모인 142명의 의원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해 중국인을 감동시켰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오자와 간사장에게 경의를 표시했을 정도입니다.

오늘부터는 중국의 차세대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일본을 방문 중인데요, 양국은 지난달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상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갖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양국이 상호 협력의 시대로 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 앵커) 미중 관계는 어떻습니까?

(하 차장) 네.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상호 방문하거나 양국의 중요 대화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물건을 사주곤 했습니다. 또 미국이 인권이나 소수민족 문제를 제기할 때도 방어에 급급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대미 자세는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은 이제 G2, 즉 세계 주요 2개국"이라며 국제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을 은근히 주문하자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은 G2로 불릴 수 없다. 또 세계 문제는 모두 해결해야지 한두 나라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테러 문제와 아프간 사태, 이라크 문제 등 각종 국제문제 해결과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미국으로서는 상대를 G2로 추켜세우며 저자세를 보였지만 되레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구 앵커) 이들 3국의 이런 급격한 관계 변화는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하 차장)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전통적인 미일 동맹의 균열 조짐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체제가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북한을 제외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5국 공조가 갈등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미 공군력과 미군 파병의 1차 발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미일 동맹이 파국을 맞아 주일미군의 주력부대가 괌으로 옮긴다면 한반도가 잠재적 안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과거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의 역할을 맡았던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비준을 앞당길 수 있는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이 마냥 커져만 가는 중국을 그냥 관망할 수만은 없는데다 최근 3국 관계의 변화가 3국의 근본적인 이익과 전략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일의 갈등이 양국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거나 중일의 접근이 밀월관계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박 앵커) 네, 아무튼 동북아에서 한국을 둘러싼 3강의 관계가 요동치면서 새로운 동북아 4국지가 펼쳐지는 양상입니다. 하 차장, 수고했습니다.

◆동북아 新 4국지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1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미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를 둘러싼 3강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확고한 동맹을 자랑하던 미일 관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반면 긴장이 팽팽했던 중일 관계는 상생과 협력을 `합창`하고 있습니다.

(구 가인 앵커) 은인자중하던 중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태도를 바꾸면서 미중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데요, 이 같은 미중일 사이의 관계 변화는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국제부 하종대 차장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 앵커) 네, 하 차장,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후텐마 미군 비행장의 이전 문제로 불거진 미국과 일본의 갈등인데요. 양국 관계가 지금 악화일로를 걷고 있죠?

(하 종대 차장) 네. 후텐마 비행장은 일본 오키나와 섬에 위치한 미 해병대 소속의 작은 비행장인데요, 도심에 위치해 있어 1945년 건설 직후부터 주민의 이전 요구가 많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에 따라 1996년 이를 같은 오키나와 현의 나고 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나고 시민들이 반발하면서 13년 째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9월 새롭게 출범한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가 기존의 미일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서자 미국이 크게 반발하면서 양국의 최대 외교현안이 됐습니다.

미국은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이 전체적인 미군 재편과 연결된 문제여서 일본 정부가 당초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에 재협상을 공식 요구키로 해 양국 갈등은 점차 두 나라 정권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 앵커) 미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데 반해 중일 관계는 호전되고 있지 않나요?

(하 차장) 네, 그렇습니다. 4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반일 시위가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역사 문제와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 문제, 영토 갈등이 뒤섞이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었는데요, 양국의 이런 대결 자세는 2007년 4월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와 지난해 5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일로 다소 누그러졌지만 양국의 근본적인 견제와 대결 구도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가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을 천명한 뒤 중일 관계는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정계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는 전체 일본 의원의 5분의 1 규모인 142명의 의원을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해 중국인을 감동시켰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오자와 간사장에게 경의를 표시했을 정도입니다.

오늘부터는 중국의 차세대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일본을 방문 중인데요, 양국은 지난달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상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갖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양국이 상호 협력의 시대로 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 앵커) 미중 관계는 어떻습니까?

(하 차장) 네.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상호 방문하거나 양국의 중요 대화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물건을 사주곤 했습니다. 또 미국이 인권이나 소수민족 문제를 제기할 때도 방어에 급급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대미 자세는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은 이제 G2, 즉 세계 주요 2개국"이라며 국제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중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을 은근히 주문하자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은 G2로 불릴 수 없다. 또 세계 문제는 모두 해결해야지 한두 나라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테러 문제와 아프간 사태, 이라크 문제 등 각종 국제문제 해결과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미국으로서는 상대를 G2로 추켜세우며 저자세를 보였지만 되레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구 앵커) 이들 3국의 이런 급격한 관계 변화는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하 차장)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전통적인 미일 동맹의 균열 조짐은 필연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체제가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북한을 제외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5국 공조가 갈등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미 공군력과 미군 파병의 1차 발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미일 동맹이 파국을 맞아 주일미군의 주력부대가 괌으로 옮긴다면 한반도가 잠재적 안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과거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의 역할을 맡았던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비준을 앞당길 수 있는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이 마냥 커져만 가는 중국을 그냥 관망할 수만은 없는데다 최근 3국 관계의 변화가 3국의 근본적인 이익과 전략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일의 갈등이 양국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거나 중일의 접근이 밀월관계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박 앵커) 네, 아무튼 동북아에서 한국을 둘러싼 3강의 관계가 요동치면서 새로운 동북아 4국지가 펼쳐지는 양상입니다. 하 차장,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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