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세계 여성의 날…100주년, 한국의 현실

등록 2010.03.08.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지 100년을 맞는 날입니다. 1910년 17개국 여성 대표들이 덴마크에 모여 여성의 권익 향상에 뜻을 모았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투표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1920년, 프랑스는 1946년에 이르러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습니다. 오늘날 여성의 지위는 100년 전과 비교해 크게 향상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한 자녀, 혹은 두 자녀를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고학력 여성들이 많이 배출됐습니다. 여러 자녀를 두는 시대에는 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들만 잘 키우려는 의지가 강했으나 한, 두 자녀 시대에는 부모들이 딸 아들을 같이 잘 키우는 쪽으로 달라졌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사상 처음으로 남학생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여성의 학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사회진출이 늘었습니다. 사법고시, 공무원 시험, 교원 채용에서 여성 합격자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남성들은 은근히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현상은 일부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렵고 대학에서 여성 교수의 비율은 10%를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여성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38%나 적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남녀 차이가 심한 나라에 속합니다. 사법고시 등에 여성 합격자가 늘어난 것은 공식적인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차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은 최근 뚜렷한 국력 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에서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분석해본 결과 여성 취업률이 크게 늘어난 게 가장 큰 배경이었습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서 전체적인 경제 규모를 늘린 것입니다. 한국도 선진 경제 진입을 위해 고학력 여성들을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양성 평등의 정착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만 국가발전과도 직결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지 100년을 맞는 날입니다. 1910년 17개국 여성 대표들이 덴마크에 모여 여성의 권익 향상에 뜻을 모았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투표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1920년, 프랑스는 1946년에 이르러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습니다. 오늘날 여성의 지위는 100년 전과 비교해 크게 향상됐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한 자녀, 혹은 두 자녀를 두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고학력 여성들이 많이 배출됐습니다. 여러 자녀를 두는 시대에는 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들만 잘 키우려는 의지가 강했으나 한, 두 자녀 시대에는 부모들이 딸 아들을 같이 잘 키우는 쪽으로 달라졌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사상 처음으로 남학생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여성의 학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사회진출이 늘었습니다. 사법고시, 공무원 시험, 교원 채용에서 여성 합격자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남성들은 은근히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현상은 일부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렵고 대학에서 여성 교수의 비율은 10%를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여성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38%나 적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남녀 차이가 심한 나라에 속합니다. 사법고시 등에 여성 합격자가 늘어난 것은 공식적인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차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은 최근 뚜렷한 국력 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에서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분석해본 결과 여성 취업률이 크게 늘어난 게 가장 큰 배경이었습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서 전체적인 경제 규모를 늘린 것입니다. 한국도 선진 경제 진입을 위해 고학력 여성들을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양성 평등의 정착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만 국가발전과도 직결되어 있는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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