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무소유를 남기고 떠난 법정 스님>

등록 2010.03.12.
그 분은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불교 조계종단의 고위 직책이나 그 흔한 주지 자리 하나 맡지 않았지만 불교계의 큰 어른으로 통했습니다. 속세와 거리를 둔 삶을 살았지만 늘 사바세계의 대중과 함께 교감했습니다. 불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종교들과도 벽이 없이 소통했습니다. 평생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을 설파하고 실천했지만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많은 유산을 남겼습니다. 바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입니다.

특히 무소유는 법정 스님을 상징하는 그 자체였습니다. 스님은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깃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평생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았고, 생의 마지막 길에서도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자신이 죽더라도 일체 장례의식을 치르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 말며, 사리를 수습하지도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고 말한 그대로 스님은 비움으로써 진정 아름다운 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법 정 스님이 강조한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속세의 인간이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나친 탐욕을 버리라는 가르침입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재질, 특기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부나 자리를 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돈으로 자리를 사거나, 자리로 돈을 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한 돈이나 자리로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널린 부정부패나 비리, 갈등은 모두 분수를 넘어 많은 것, 큰 것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이런 성찰의 시간을 준 것이야말로 스님이 남긴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그 분은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불교 조계종단의 고위 직책이나 그 흔한 주지 자리 하나 맡지 않았지만 불교계의 큰 어른으로 통했습니다. 속세와 거리를 둔 삶을 살았지만 늘 사바세계의 대중과 함께 교감했습니다. 불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다른 종교들과도 벽이 없이 소통했습니다. 평생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을 설파하고 실천했지만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많은 유산을 남겼습니다. 바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입니다.

특히 무소유는 법정 스님을 상징하는 그 자체였습니다. 스님은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깃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평생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았고, 생의 마지막 길에서도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자신이 죽더라도 일체 장례의식을 치르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 말며, 사리를 수습하지도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고 말한 그대로 스님은 비움으로써 진정 아름다운 생을 마무리했습니다.

법 정 스님이 강조한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속세의 인간이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나친 탐욕을 버리라는 가르침입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재질, 특기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부나 자리를 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돈으로 자리를 사거나, 자리로 돈을 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한 돈이나 자리로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널린 부정부패나 비리, 갈등은 모두 분수를 넘어 많은 것, 큰 것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이런 성찰의 시간을 준 것이야말로 스님이 남긴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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