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양공주’의 비극은 아직도…

등록 2010.04.27.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2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오늘은 탐사리포트 두 번째 순서로 미군 남편에게 버림받고 한국에 남겨진 외국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구가인 앵커) 얼마 전 주한미군이 도망간 미군 남편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화제가 됐는데요. 실상을 집중 취재한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우선 미군들에게 버림받는 여성들이 아직도도 많이 있습니까.

(신광영 기자) 기지촌에서 미군들을 상대하는 여성들 하면 통상 `양공주`라고 불리는 한국인 여성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엔 외국인 여성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데요. 사람이 바뀌어도 과거 기지촌에서 벌어졌던 비극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미군부대 앞 밤거리.

한 남성이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여성을 부축하며 어디론가 향합니다.

미군부대 이전 논의가 한창이지만 부대 주변 클럽가는 여전히 불야성입니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외국인 전용클럽이지만 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여종업원들이 합석하고, 특유한 억양의 영어가 들려옵니다.

(인터뷰) 클럽 종업원

"필리핀에서 왔다. 요즘 (필리핀 사람) 많다. 우리 클럽에는 8명이 있다."

과거 `양공주`라고 불리며 미군들을 상대했던 한국인 여성들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필리핀 등 외국인 여성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주 고객인 미군과 결혼하는 여성들도 국적만 바뀌었을 뿐 예전 그대로. 이들과 결혼한 미군 남편들이 부인과 자녀를 버리고 떠나는 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주한미군은 다른 나라 미군기지에는 없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도망간 미군 남편을 찾아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

한국에 온 지 올해로 6년째인 필리핀 여성 멜리사. 그가 남편을 만난 건 클럽에서였습니다.

당시 멜리사는 매달 주스 300잔을 팔아야 했습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얼마 안 되는 월급이 깎이고 많이 못 미칠 경우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주스는 손님들이 합석한 여종업원에게 사주는 것으로 10달러짜리 작은 잔은 쿠폰 1장, 20달러짜리 큰 잔은 쿠폰 2장이 여성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인터뷰(멜리사)

"주스를 할당량 이상 팔지 못하면 클럽 주인들이 많이 화를 냈다. 월급도 제가 주스를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주스만 팔아서는 매달 300장의 쿠폰을 모으기가 힘들어 멜리사는 손님들과 2차를 나가야 했습니다.

일명 `바 파인`이라고 불리는 성접대를 하면 한 번에 20장의 쿠폰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멜리사

"(바 파인을 나가본 적 있어요?) 그렇다. 2차를 나가라고 강요했다. 기분이 정말 나빴다. 내가 그거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잖나."

클럽에서 만난 여성들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인터뷰) 클럽 종업원

"하룻밤에 주스를 몇 잔을 팔았느냐. 하루에 25잔이나 35잔 같은 쿼터를 채우지 못하면 손님들하고 2차를 나가라고 한다. 아니면 제 돈으로 매상을 메워야 하고."

(인터뷰) 클럽 종업원

"한 달 반 정도 일할 때 까지만 해도 2차는 허락되지 않는다고 하더니 2달이 지나니까 2차를 나가라고 했다. 괜찮다면서. 내가 일해본 대부분 클럽에서는 다 2차를 나갔다."

주스 할당량을 모두 채워야 90만원 남짓한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차는 불가피했습니다.

몸을 팔아야만 한다면 한 사람과만 관계를 맺자는 것이 멜리사가 짜낸 고육책.

그렇게 만난 미군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면서 멜리사는 클럽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클럽을 이탈하면 불법체류가 되지만) 남편이 자기와 결혼하면 나도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결혼 당시 남편의 나이는 7살 연하인 스무 살.

남편이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준 돈은 고작 10만원이었고 실제 생계는 멜리사가 공장에서 일하며 유지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같이 살아보니 남편을 어린 아이처럼 키워야 했다. 항상 나가서 클럽에서 술 마시고 놀기를 좋아했다."

그래도 멜리사는 남편이 본국으로 복귀하면 함께 미국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남편과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멜리사가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한국에 돌아온 날. 꿈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남편이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상황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임신 3개월 검진을 받았다. 일단 미국에 가서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가고 나서 연락을 완전히 끊겼다."

졸지에 이국땅에서 싱글맘이 된 멜리사. 남편이 한국을 떠나면서 미군 가족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 신분이 됐고 결국 클럽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휴일 없이 꼬박 일해도 한 달에 버는 돈은 70만원 정도. 그 돈의 반이 보모 월급으로 쓰입니다.

(인터뷰) 멜리사

"나는 일을 해야 하니까 아이를 누군가가 돌봐야 한다. 할 수 없이 보모를 고용했는데 많이 비싸다. 한 달에 35만원."

집 월세를 빼고 나면 10만원으로 한 달 식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폐렴을 앓고 있는 딸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보니 병원비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다 썼습니다.

양육비라도 받기 위해 미군 부대를 수없이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그쪽에선 내가 어떤 부탁을 하던 남편에게 압박을 가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할 힘이 없는 곳이었다. 정말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아이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었다."

딸과 함께 버려진 멜리사는 이젠 한국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신세.

인터뷰(멜리사)

"여기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 난 여기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애를 키울 수 있다."

***

멜리사에게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주한미군이 지난 1월부터 도망 간 미군 남편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겁니다.

전용 연락망을 통해 남편을 찾아달라고 신고하면 미군당국이 남편의 위치를 파악한 뒤 필요한 절차를 안내해줍니다.

하지만 대상자가 되려면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춰야 합니다.

(인터뷰) 브랜다 맥콜 / 미2사단 가족상담소

"여성들은 미군과 결혼을 한 상태여야 하고 ID카드와 여권, 비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미군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있다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한 배우자가 아닐 경우 미군 자녀임을 증명하기 위해 해당 미군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이미 도망간 미군으로부터 확인 서명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별다른 친자 확인 절차는 없는 상탭니다.

(인터뷰) 브랜다 맥콜 / 미2사단 가족상담소

"(그런 서류가 없을 경우에 친자 확인을 위해 DNA 테스트도 하나) 그건 우리 업무 외의 일이다. DNA 테스트를 하지는 않는다."

주한미군은 가족 부양을 거부하는 미군에 대해선 지휘관의 결정에 따라 군법회의에 회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시행 후 3개월 간 30여명이 지원했지만 아직 강제적인 절차가 진행된 사례는 없습니다.

(인터뷰) 브랜다 맥콜 / 미2사단 가족상담소

"이 조치가 강제성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미군들에게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다. 그게 미군들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거다."

미군 배우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프로그램이 미군에게 버림받은 여성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숩니다.

결혼 이전인 동거 단계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수미 소장 / 두레방 쉼터

"저희의 주된 클라이언트들이 법적으로 결혼을 한 여성들 보다는 동거를 통해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라든가 이런 경우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죠."

***

(박 앵커) 도망간 미군 남편들을 찾는데 군 당국이 나선 것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많은데요.

(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군과 동거 중에 출산한 여성들의 경우 동거남의 소속 부대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많고, 주소지 등 개인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이 더 절실합니다.

***

필리핀 여성 재키는 미군 남성과 동거 중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미군은 아이 키울 돈을 마련하겠다고 재키를 안심시킨 뒤 훈련을 떠났습니다. 그리곤 연락이 끊겼습니다.

동거남과 연락하게 해달라며 미군 쪽에 여러 번 호소했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재키

"친구 하나가 저를 미군 부대로 데려가서 제 상황을 위해 무얼 해줄 수 있는 지 문의했다. 결혼한 배우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담당 변호사가 대놓고 거절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군 장교를 통해 어렵게 동거남의 주소를 알게 됐고 아들 양육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미군 동거남은 넉 달 만에 보낸 답장에서 아기용품을 보내고 싶다며 집주소를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던 아기 용품은 오지 않았고 대신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인터뷰) 재키

"알고 보니 제 주소를 알아서 카투사 친구를 통해 출입국관리소에 신고를 하려던 거였다. 내가 어디 있는지 알면 나를 출입국 관리소에 신고해 추방시키고 아이만 데려가려고 했던 거다."

당시 클럽 일을 그만두고 나왔던 재키는 사업장 이탈 혐의로 불법 체류 상태였습니다.

가까스로 도망친 재키는 그 후 친구 집에 숨어 지내며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오후 10시가 지나서야 아들에게 저녁을 챙겨 먹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며 아들을 키우는 재키는 임금을 여러 번 체불 당했지만 불법 체류 상태라 변변히 따지지도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수미 소장

"한국정부에서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취약한 조건을 이 미군들은 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미군 부대를 통해선 양육비 해결이 안 되자 재키는 기지촌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미국 현지 법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재키는 아들을 뺏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4년이 넘도록 은신처에 숨어 지냈습니다.

그 기간동안 미군 동거남은 부대에 아들의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자녀 지원비 명목으로 부대로부터 매달 220달러를 꼬박꼬박 챙겼습니다.

가족을 두고 도망친 가장에게도 경제적 혜택은 예외 없이 제공되고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재키)

"지금으로선 내 아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그 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필리핀에는 미군 부대가 없으니까."

***

불법 체류 신분으로 숨어 지내며 미군 남편이나 애인을 찾는 외국인 중 상당수는 마땅한 거처가 없어 두레방 등 시민단체가 마련한 쉼터에서 지냅니다.

멜리사나 재키와 같은 처지의 이들 필리핀 여성들은 대부분 가수 지망생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필리핀 현지 기획사의 권유로 오디션에 응시해 치열한 경쟁을 뚫은 여성들입니다.

(인터뷰) 쉼터여성

"합격했을 때 `오 하느님이여`라며 환호했다. 오디션을 통과한 10명이 교육을 받았고 심사를 거쳐 절반만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비자 인터뷰 때문에 갔던 대사관에서도 우리의 전문성을 꽤 인정해줬다."

외국인 관광 진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예술흥행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을 때 그들 앞의 현실은 기대와 크게 달랐습니다.

마음껏 노래를 부를 무대를 기대했지만 입국 당일부터 미군 부대 주변 클럽에 배치돼 접대부로 일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쉼터여성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 얘기해준 사람 있었나)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았다면 한국에 왜 왔겠나. 비행기도 취소했을 것이다. 모두 멈출 것이다. 더 안 좋은 일을 위해 여길 와야 했다면 당연히 응하지 않았다."

지난 2003년 한국 내 러시아 여성들의 매춘행위 등이 문제가 되면서 러시아인들에 대한 예술흥행비자 발급이 중단됐지만, 필리핀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선 비자가 계속 발급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예술흥행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오는 필리핀 여성들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외국인 여성의 성매매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미군부대 주변 클럽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시인합니다.

(인터뷰)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관계자

"기자님한테 아까는 전혀 없다고 얘기했는데 전혀 없는 게 아니에요 사실은. 세상 입장에서는 전혀 없다고 해야 옳은데 내가 기자님한테 거짓말 시킬 수 없잖아요.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면 간혹 한 둘 씩 발견이 되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필리핀 여성들을 관리하는 연예 기획사의 계약서와 오디션 동영상 등을 심사하지만 입국한 여성들이 계약대로 활동하는 지는 확인할 권한이 없습니다.

비자발급을 하는 출입국관리소에서 사후 감독을 해야 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출입국관리소 관계자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모든 행정력이 출입국이나 경찰 등 단속 기관에서 일일이 맨투맨 식으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우리나라가 성매매에 관한 법 제정해서 그렇게 단속을 하고 했지만 그게 다 100% 없어졌나요? 똑같은 거죠."

미군 남편으로부터 버림받는 필리핀 아내와 자녀들.

외견상으론 외국인들 사이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들이 만나고 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기반은 한국인들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나영 교수 / 중앙대 사회학과

"값싼 성노동자로서 외국 사람을 수입한 것도 한국 사람이고, 그 과정에 개입해서 원활하게 중재한 것도 한국 사람이고, 그들이 일하는 곳의 업주도 한국 사람이죠. 그렇다고 본다면 결국 이것은 대한민국의 문제입니다."

6.25전쟁 후 한국에 주둔한 미군들로부터 외화를 버는 창구로 운영됐던 우리의 기지촌.

전쟁 60주년이 됐지만 기지촌의 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양공주`들의 비극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미군 남편 찾아주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나영 교수 / 중앙대 사회학과

"미군기지 옆에 이렇게 기지촌이 활성화되어 있는 곳은 대한민국 한 곳 밖에 없어요. 필리핀같은 데가 남아있긴 하지만 거긴 미군이 이미 철수한 상태고 오키나와도 이렇지 않거든요. 물론 독일 같은데도 미군이 아주 오랫동안 있었지만 거기는 기지촌이 없어요. 우리나라가 아주 심각한 상태로 남아있었고 그것은 한국 정부의 묵인과 지원이 있었던 때문이죠."

가수로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재키는 단칸방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며 힘겨운 한국 생활을 달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When you told me you love me)` 미군 애인이 전화를 걸어올 때 휴대폰 연결음이었던 노랩니다.

*노래*

우리 현대사의 자화상인 필리핀 아내들. 그들의 애달픈 현실이 2010년 대한민국의 국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

***

(박 앵커) 얼마 전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금지하면서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는데요. 약소국에서 온 외국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나라의 격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고했습니다, 신 기자.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2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오늘은 탐사리포트 두 번째 순서로 미군 남편에게 버림받고 한국에 남겨진 외국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구가인 앵커) 얼마 전 주한미군이 도망간 미군 남편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화제가 됐는데요. 실상을 집중 취재한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우선 미군들에게 버림받는 여성들이 아직도도 많이 있습니까.

(신광영 기자) 기지촌에서 미군들을 상대하는 여성들 하면 통상 `양공주`라고 불리는 한국인 여성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요즘엔 외국인 여성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데요. 사람이 바뀌어도 과거 기지촌에서 벌어졌던 비극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미군부대 앞 밤거리.

한 남성이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여성을 부축하며 어디론가 향합니다.

미군부대 이전 논의가 한창이지만 부대 주변 클럽가는 여전히 불야성입니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외국인 전용클럽이지만 막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여종업원들이 합석하고, 특유한 억양의 영어가 들려옵니다.

(인터뷰) 클럽 종업원

"필리핀에서 왔다. 요즘 (필리핀 사람) 많다. 우리 클럽에는 8명이 있다."

과거 `양공주`라고 불리며 미군들을 상대했던 한국인 여성들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필리핀 등 외국인 여성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주 고객인 미군과 결혼하는 여성들도 국적만 바뀌었을 뿐 예전 그대로. 이들과 결혼한 미군 남편들이 부인과 자녀를 버리고 떠나는 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주한미군은 다른 나라 미군기지에는 없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도망간 미군 남편을 찾아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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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올해로 6년째인 필리핀 여성 멜리사. 그가 남편을 만난 건 클럽에서였습니다.

당시 멜리사는 매달 주스 300잔을 팔아야 했습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얼마 안 되는 월급이 깎이고 많이 못 미칠 경우 폭행까지 당했습니다.

주스는 손님들이 합석한 여종업원에게 사주는 것으로 10달러짜리 작은 잔은 쿠폰 1장, 20달러짜리 큰 잔은 쿠폰 2장이 여성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인터뷰(멜리사)

"주스를 할당량 이상 팔지 못하면 클럽 주인들이 많이 화를 냈다. 월급도 제가 주스를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주스만 팔아서는 매달 300장의 쿠폰을 모으기가 힘들어 멜리사는 손님들과 2차를 나가야 했습니다.

일명 `바 파인`이라고 불리는 성접대를 하면 한 번에 20장의 쿠폰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멜리사

"(바 파인을 나가본 적 있어요?) 그렇다. 2차를 나가라고 강요했다. 기분이 정말 나빴다. 내가 그거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잖나."

클럽에서 만난 여성들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인터뷰) 클럽 종업원

"하룻밤에 주스를 몇 잔을 팔았느냐. 하루에 25잔이나 35잔 같은 쿼터를 채우지 못하면 손님들하고 2차를 나가라고 한다. 아니면 제 돈으로 매상을 메워야 하고."

(인터뷰) 클럽 종업원

"한 달 반 정도 일할 때 까지만 해도 2차는 허락되지 않는다고 하더니 2달이 지나니까 2차를 나가라고 했다. 괜찮다면서. 내가 일해본 대부분 클럽에서는 다 2차를 나갔다."

주스 할당량을 모두 채워야 90만원 남짓한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차는 불가피했습니다.

몸을 팔아야만 한다면 한 사람과만 관계를 맺자는 것이 멜리사가 짜낸 고육책.

그렇게 만난 미군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면서 멜리사는 클럽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클럽을 이탈하면 불법체류가 되지만) 남편이 자기와 결혼하면 나도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결혼 당시 남편의 나이는 7살 연하인 스무 살.

남편이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준 돈은 고작 10만원이었고 실제 생계는 멜리사가 공장에서 일하며 유지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같이 살아보니 남편을 어린 아이처럼 키워야 했다. 항상 나가서 클럽에서 술 마시고 놀기를 좋아했다."

그래도 멜리사는 남편이 본국으로 복귀하면 함께 미국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남편과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멜리사가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한국에 돌아온 날. 꿈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남편이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상황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임신 3개월 검진을 받았다. 일단 미국에 가서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가고 나서 연락을 완전히 끊겼다."

졸지에 이국땅에서 싱글맘이 된 멜리사. 남편이 한국을 떠나면서 미군 가족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 신분이 됐고 결국 클럽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휴일 없이 꼬박 일해도 한 달에 버는 돈은 70만원 정도. 그 돈의 반이 보모 월급으로 쓰입니다.

(인터뷰) 멜리사

"나는 일을 해야 하니까 아이를 누군가가 돌봐야 한다. 할 수 없이 보모를 고용했는데 많이 비싸다. 한 달에 35만원."

집 월세를 빼고 나면 10만원으로 한 달 식비를 감당해야 합니다.

폐렴을 앓고 있는 딸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보니 병원비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다 썼습니다.

양육비라도 받기 위해 미군 부대를 수없이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멜리사

"그쪽에선 내가 어떤 부탁을 하던 남편에게 압박을 가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할 힘이 없는 곳이었다. 정말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아이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었다."

딸과 함께 버려진 멜리사는 이젠 한국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신세.

인터뷰(멜리사)

"여기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 난 여기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애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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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에게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주한미군이 지난 1월부터 도망 간 미군 남편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겁니다.

전용 연락망을 통해 남편을 찾아달라고 신고하면 미군당국이 남편의 위치를 파악한 뒤 필요한 절차를 안내해줍니다.

하지만 대상자가 되려면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춰야 합니다.

(인터뷰) 브랜다 맥콜 / 미2사단 가족상담소

"여성들은 미군과 결혼을 한 상태여야 하고 ID카드와 여권, 비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미군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있다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한 배우자가 아닐 경우 미군 자녀임을 증명하기 위해 해당 미군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이미 도망간 미군으로부터 확인 서명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별다른 친자 확인 절차는 없는 상탭니다.

(인터뷰) 브랜다 맥콜 / 미2사단 가족상담소

"(그런 서류가 없을 경우에 친자 확인을 위해 DNA 테스트도 하나) 그건 우리 업무 외의 일이다. DNA 테스트를 하지는 않는다."

주한미군은 가족 부양을 거부하는 미군에 대해선 지휘관의 결정에 따라 군법회의에 회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시행 후 3개월 간 30여명이 지원했지만 아직 강제적인 절차가 진행된 사례는 없습니다.

(인터뷰) 브랜다 맥콜 / 미2사단 가족상담소

"이 조치가 강제성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미군들에게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다. 그게 미군들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거다."

미군 배우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프로그램이 미군에게 버림받은 여성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숩니다.

결혼 이전인 동거 단계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수미 소장 / 두레방 쉼터

"저희의 주된 클라이언트들이 법적으로 결혼을 한 여성들 보다는 동거를 통해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라든가 이런 경우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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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앵커) 도망간 미군 남편들을 찾는데 군 당국이 나선 것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힘이 되지 못한다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많은데요.

(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군과 동거 중에 출산한 여성들의 경우 동거남의 소속 부대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많고, 주소지 등 개인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이 더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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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성 재키는 미군 남성과 동거 중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미군은 아이 키울 돈을 마련하겠다고 재키를 안심시킨 뒤 훈련을 떠났습니다. 그리곤 연락이 끊겼습니다.

동거남과 연락하게 해달라며 미군 쪽에 여러 번 호소했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재키

"친구 하나가 저를 미군 부대로 데려가서 제 상황을 위해 무얼 해줄 수 있는 지 문의했다. 결혼한 배우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담당 변호사가 대놓고 거절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군 장교를 통해 어렵게 동거남의 주소를 알게 됐고 아들 양육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미군 동거남은 넉 달 만에 보낸 답장에서 아기용품을 보내고 싶다며 집주소를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던 아기 용품은 오지 않았고 대신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인터뷰) 재키

"알고 보니 제 주소를 알아서 카투사 친구를 통해 출입국관리소에 신고를 하려던 거였다. 내가 어디 있는지 알면 나를 출입국 관리소에 신고해 추방시키고 아이만 데려가려고 했던 거다."

당시 클럽 일을 그만두고 나왔던 재키는 사업장 이탈 혐의로 불법 체류 상태였습니다.

가까스로 도망친 재키는 그 후 친구 집에 숨어 지내며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오후 10시가 지나서야 아들에게 저녁을 챙겨 먹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며 아들을 키우는 재키는 임금을 여러 번 체불 당했지만 불법 체류 상태라 변변히 따지지도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수미 소장

"한국정부에서 책임을 안 져도 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취약한 조건을 이 미군들은 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미군 부대를 통해선 양육비 해결이 안 되자 재키는 기지촌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미국 현지 법원에서 양육비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재키는 아들을 뺏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4년이 넘도록 은신처에 숨어 지냈습니다.

그 기간동안 미군 동거남은 부대에 아들의 인적사항을 등록하고 자녀 지원비 명목으로 부대로부터 매달 220달러를 꼬박꼬박 챙겼습니다.

가족을 두고 도망친 가장에게도 경제적 혜택은 예외 없이 제공되고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재키)

"지금으로선 내 아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그 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필리핀에는 미군 부대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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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 신분으로 숨어 지내며 미군 남편이나 애인을 찾는 외국인 중 상당수는 마땅한 거처가 없어 두레방 등 시민단체가 마련한 쉼터에서 지냅니다.

멜리사나 재키와 같은 처지의 이들 필리핀 여성들은 대부분 가수 지망생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필리핀 현지 기획사의 권유로 오디션에 응시해 치열한 경쟁을 뚫은 여성들입니다.

(인터뷰) 쉼터여성

"합격했을 때 `오 하느님이여`라며 환호했다. 오디션을 통과한 10명이 교육을 받았고 심사를 거쳐 절반만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비자 인터뷰 때문에 갔던 대사관에서도 우리의 전문성을 꽤 인정해줬다."

외국인 관광 진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예술흥행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을 때 그들 앞의 현실은 기대와 크게 달랐습니다.

마음껏 노래를 부를 무대를 기대했지만 입국 당일부터 미군 부대 주변 클럽에 배치돼 접대부로 일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쉼터여성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 얘기해준 사람 있었나)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았다면 한국에 왜 왔겠나. 비행기도 취소했을 것이다. 모두 멈출 것이다. 더 안 좋은 일을 위해 여길 와야 했다면 당연히 응하지 않았다."

지난 2003년 한국 내 러시아 여성들의 매춘행위 등이 문제가 되면서 러시아인들에 대한 예술흥행비자 발급이 중단됐지만, 필리핀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선 비자가 계속 발급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예술흥행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오는 필리핀 여성들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외국인 여성의 성매매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미군부대 주변 클럽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시인합니다.

(인터뷰)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관계자

"기자님한테 아까는 전혀 없다고 얘기했는데 전혀 없는 게 아니에요 사실은. 세상 입장에서는 전혀 없다고 해야 옳은데 내가 기자님한테 거짓말 시킬 수 없잖아요. 전국을 돌아다니다보면 간혹 한 둘 씩 발견이 되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필리핀 여성들을 관리하는 연예 기획사의 계약서와 오디션 동영상 등을 심사하지만 입국한 여성들이 계약대로 활동하는 지는 확인할 권한이 없습니다.

비자발급을 하는 출입국관리소에서 사후 감독을 해야 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출입국관리소 관계자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모든 행정력이 출입국이나 경찰 등 단속 기관에서 일일이 맨투맨 식으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우리나라가 성매매에 관한 법 제정해서 그렇게 단속을 하고 했지만 그게 다 100% 없어졌나요? 똑같은 거죠."

미군 남편으로부터 버림받는 필리핀 아내와 자녀들.

외견상으론 외국인들 사이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들이 만나고 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기반은 한국인들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이나영 교수 / 중앙대 사회학과

"값싼 성노동자로서 외국 사람을 수입한 것도 한국 사람이고, 그 과정에 개입해서 원활하게 중재한 것도 한국 사람이고, 그들이 일하는 곳의 업주도 한국 사람이죠. 그렇다고 본다면 결국 이것은 대한민국의 문제입니다."

6.25전쟁 후 한국에 주둔한 미군들로부터 외화를 버는 창구로 운영됐던 우리의 기지촌.

전쟁 60주년이 됐지만 기지촌의 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양공주`들의 비극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미군 남편 찾아주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시작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나영 교수 / 중앙대 사회학과

"미군기지 옆에 이렇게 기지촌이 활성화되어 있는 곳은 대한민국 한 곳 밖에 없어요. 필리핀같은 데가 남아있긴 하지만 거긴 미군이 이미 철수한 상태고 오키나와도 이렇지 않거든요. 물론 독일 같은데도 미군이 아주 오랫동안 있었지만 거기는 기지촌이 없어요. 우리나라가 아주 심각한 상태로 남아있었고 그것은 한국 정부의 묵인과 지원이 있었던 때문이죠."

가수로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재키는 단칸방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며 힘겨운 한국 생활을 달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When you told me you love me)` 미군 애인이 전화를 걸어올 때 휴대폰 연결음이었던 노랩니다.

*노래*

우리 현대사의 자화상인 필리핀 아내들. 그들의 애달픈 현실이 2010년 대한민국의 국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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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앵커) 얼마 전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금지하면서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는데요. 약소국에서 온 외국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나라의 격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고했습니다, 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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