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하면 발레계가 날 욕할지 몰라도…”

등록 2010.07.02.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2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요즘에는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꽤 오랫동안 발레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예술이었습니다.

(김정안 앵커) 국내 유일의 순수 민간발레단체인 서울발레시어터는 지난 15년 간 한국에서 발레를 대중화 시키는 한편 우리 문화와 어울리는 창작 발레를 만들어왔습니다. 서울 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 제임스 전을 영상뉴스팀 구가인 기자가 만났습니다.

***

죽어서 혼령이 된 대신, 살아서 몸을 팔며 아이를 기르는 지젤.

한복을 입은 마더 진저와 상모놀이가 등장하는 호두까기 인형.

대표적인 클래식 발레작품이 현대의 옷, 한국의 옷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전 / SBT 상임안무가·예술감독

“39:50 외국에서 만든 전막, 지젤, 백조의 호수 등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은 거죠. 그들이 만든 걸 다 분리시켜서 우리 색을 넣고, 우리 것이라고 내놓고 싶은 거죠. 제 욕심이에요. 되레 받아치는 거예요. You have your Giselle? I have my Gisell! 너네 스완(백조의 호수)이 그거야? 내 스완은 이거야. 호두까기도 마찬가지야. 비교해보자, 뭐가 더 재밌는지. 한국 사람으로 자존심이죠.”

서울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이자 상임안무가인 제임스 전.

어린시절 미국으로 이민 가 20대 중반까지 모리스베자르 발레단을 비롯해 해외 유명 발레단에 몸담았던 제임스 전은 오랫동안 한국인 무용가로서 정체성을 고민했습니다.

그는 한국 발레가 서양의 틀에 갇혀있는 한 그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27:45 영국스타일 미국스타일 독일스타일 러시아스타일 다 있어요. 그런데 우린 스타일이 없어요. 이 말하면 발레계가 날 욕할지 몰라도, 고전발레는 죽어도 못 이겨요. 걔네들은 예뻐요, 사이즈가 똑같아요. 그런 건 발레 학교를 통해 최소한 50년 이상 세월이 흘러야 나오는 건데 그걸 우리가 같이 하려면 되겠어요? 예를 들어 우리 승무와 부채춤을 미국 애들 시키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28:45 그래서 얘기하는 게... 유럽 애들, 서양 애들과 싸워 이기는 건 하나밖에 없어. 창작이야. 좋은 작품 만들면 이길 수 있는 거예요. 그들이 감동받는데.”

한국과 한국인에 맞는 창작발레를 만들어 대중화시키는 것. 지난 1995년, 당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커플이었던 제임스 전과 김인희 부부은 이 같은 꿈을 품고 국내최초 순수 민간발레단인 서울발레시어터, SBT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바람대로 지난 15년간 SBT는 제임스 전의 대표작인 현존을 비롯해 70여 편의 창작 발레를 선보이는 한편, 다양한 공연 사업과 교육 사업을 통해 한국 발레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특히 제임스 전의 작품 ‘생명의 선’과 ‘이너 무브즈’(inner moves) 등은 해외 발레단에 개런티를 받고 판매돼 국내 발레의 수출시대를 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발레 안무가 나와야 해요. 그게 싸움이에요. 무용수는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이제 싸움은 작품이에요. 물건이잖아요. 상품이라고.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걔네가 인정할 수 있는.”

그러나 무용 공연 시장이 척박한 한국에서 민간 발레단을 이끌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부는 자식 대신 발레단을 키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발레단을 세우고) 3년 안에 다 될 줄 알았어요. 그러면 애 낳고 가정을 이루게 될 줄 알았는데... 3년 만에 고민했어요. 그럼 애를 낳았다고 치자, 세 살인데 이 아이(발레단)를 버릴 거냐. 그래서 그런 얘길 하고, 차라리 애를 낳지 말자.”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발레단 역시 위기를 겪었습니다. 지난 경제위기에는 전 단원이 자발적으로 월급의 30~40%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가족 같은 단원들은 SBT의 진짜 힘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서울 발레시어터가 15년간 살아온 게 김인희 제임스 때문만은 아니에요. 우리 단원들 그 뒤에 있는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마어마한 사람들 에너지가 와있다는 거죠.”

올해 15주년을 맞은 SBT는 오는 8월 모던프로젝트 공연과 9월 운현궁에서 열리는 15주년 기념공연 등 굵직굵직한 공연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50대에 접어든 제임스 전은 이제 자신의 뒤를 잇는 젊은 안무가를 발굴해 한국 발레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인터뷰)

“마무리를 5년 뒤를 보고 있는데 예술가로 마무리해야 할 때가 있다고 봐요. 이제는 젊은 안무가를 빨리 발굴해야죠. 이어가야 한다는 거죠. 제가 길을 닦았으니까.”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2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요즘에는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꽤 오랫동안 발레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예술이었습니다.

(김정안 앵커) 국내 유일의 순수 민간발레단체인 서울발레시어터는 지난 15년 간 한국에서 발레를 대중화 시키는 한편 우리 문화와 어울리는 창작 발레를 만들어왔습니다. 서울 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 제임스 전을 영상뉴스팀 구가인 기자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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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혼령이 된 대신, 살아서 몸을 팔며 아이를 기르는 지젤.

한복을 입은 마더 진저와 상모놀이가 등장하는 호두까기 인형.

대표적인 클래식 발레작품이 현대의 옷, 한국의 옷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전 / SBT 상임안무가·예술감독

“39:50 외국에서 만든 전막, 지젤, 백조의 호수 등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은 거죠. 그들이 만든 걸 다 분리시켜서 우리 색을 넣고, 우리 것이라고 내놓고 싶은 거죠. 제 욕심이에요. 되레 받아치는 거예요. You have your Giselle? I have my Gisell! 너네 스완(백조의 호수)이 그거야? 내 스완은 이거야. 호두까기도 마찬가지야. 비교해보자, 뭐가 더 재밌는지. 한국 사람으로 자존심이죠.”

서울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이자 상임안무가인 제임스 전.

어린시절 미국으로 이민 가 20대 중반까지 모리스베자르 발레단을 비롯해 해외 유명 발레단에 몸담았던 제임스 전은 오랫동안 한국인 무용가로서 정체성을 고민했습니다.

그는 한국 발레가 서양의 틀에 갇혀있는 한 그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27:45 영국스타일 미국스타일 독일스타일 러시아스타일 다 있어요. 그런데 우린 스타일이 없어요. 이 말하면 발레계가 날 욕할지 몰라도, 고전발레는 죽어도 못 이겨요. 걔네들은 예뻐요, 사이즈가 똑같아요. 그런 건 발레 학교를 통해 최소한 50년 이상 세월이 흘러야 나오는 건데 그걸 우리가 같이 하려면 되겠어요? 예를 들어 우리 승무와 부채춤을 미국 애들 시키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28:45 그래서 얘기하는 게... 유럽 애들, 서양 애들과 싸워 이기는 건 하나밖에 없어. 창작이야. 좋은 작품 만들면 이길 수 있는 거예요. 그들이 감동받는데.”

한국과 한국인에 맞는 창작발레를 만들어 대중화시키는 것. 지난 1995년, 당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커플이었던 제임스 전과 김인희 부부은 이 같은 꿈을 품고 국내최초 순수 민간발레단인 서울발레시어터, SBT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바람대로 지난 15년간 SBT는 제임스 전의 대표작인 현존을 비롯해 70여 편의 창작 발레를 선보이는 한편, 다양한 공연 사업과 교육 사업을 통해 한국 발레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특히 제임스 전의 작품 ‘생명의 선’과 ‘이너 무브즈’(inner moves) 등은 해외 발레단에 개런티를 받고 판매돼 국내 발레의 수출시대를 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발레 안무가 나와야 해요. 그게 싸움이에요. 무용수는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이제 싸움은 작품이에요. 물건이잖아요. 상품이라고.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걔네가 인정할 수 있는.”

그러나 무용 공연 시장이 척박한 한국에서 민간 발레단을 이끌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부는 자식 대신 발레단을 키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발레단을 세우고) 3년 안에 다 될 줄 알았어요. 그러면 애 낳고 가정을 이루게 될 줄 알았는데... 3년 만에 고민했어요. 그럼 애를 낳았다고 치자, 세 살인데 이 아이(발레단)를 버릴 거냐. 그래서 그런 얘길 하고, 차라리 애를 낳지 말자.”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발레단 역시 위기를 겪었습니다. 지난 경제위기에는 전 단원이 자발적으로 월급의 30~40%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가족 같은 단원들은 SBT의 진짜 힘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서울 발레시어터가 15년간 살아온 게 김인희 제임스 때문만은 아니에요. 우리 단원들 그 뒤에 있는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마어마한 사람들 에너지가 와있다는 거죠.”

올해 15주년을 맞은 SBT는 오는 8월 모던프로젝트 공연과 9월 운현궁에서 열리는 15주년 기념공연 등 굵직굵직한 공연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50대에 접어든 제임스 전은 이제 자신의 뒤를 잇는 젊은 안무가를 발굴해 한국 발레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인터뷰)

“마무리를 5년 뒤를 보고 있는데 예술가로 마무리해야 할 때가 있다고 봐요. 이제는 젊은 안무가를 빨리 발굴해야죠. 이어가야 한다는 거죠. 제가 길을 닦았으니까.”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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