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빚을 졌다? 방점이 다른거죠”

등록 2010.08.10.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10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영화 `이끼`가 최근 3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요. 그 원작인 인터넷 만화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구가인 앵커) 독특한 시선과 탄탄한 캐릭터로 한국만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만화가 윤태호 씨를 만났습니다.

***

영화 `이끼`는 원작 만화에 일부분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얼개와 캐릭터, 배경과 주요 대사에서 영화는 만화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만화 원작자이자 영화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던 윤태호 작가는 두 작품이 최종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윤태호 / 만화가

"당연히 뉘앙스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점도 분명히 다르고요. 만화에서는 류해국의 지난한 과정을 거친 소소한 승리, 개념적인 승리 쪽이라면…. 영화는 굉장히 다르죠. 느낌자체가."

2008년 8월 시작된 만화는 연재가 끝나는 1년 동안 3600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영화의 인기를 업고 하루 평균 조회수가 340만 건을 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만든 강우석 감독은 원작이 주는 부담감으로 한때 우울증에 걸릴 뻔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인터뷰)

" 원작소스가 있는 작품을 처음 해 보시는 경우라 그러셨을 거예요. 이 작품은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활어 같은 느낌이라 이걸 조리하자니 자꾸 걸리는 거죠. 이 생선 잡은 사람들, 또 생선 보고 환호한 사람들. 그걸 그렇게 밖에 회를 못 치냐고 비난할까봐 마음에 걸린 거죠."

`이끼`는 윤태호 작가가 만화가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웹툰입니다.

앞서 작품 10여 편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지만, 웹툰 연재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인터뷰)

" 저도 출판만화 어법에 익숙한 사람이라, 이 포인트가 사람들이 재밌어할 포인튼가 그걸 찾는 게 너무 힘들었죠. 계속 스크롤을 내려보고, 반복해 보고. 출판만화에서 쌓아온 내 노하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걸 확인 받고 싶진 않았거든요."

가 정과 사회에서 실패한 남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찾아간 한 은폐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끼`부터,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발생한 사건사고와 두 소년의 성장담을 엮은 `야후`, 노인들의 성과 사랑, 삶의 해학을 이야기하는 만화 `로망스` 등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는 패배한 사람들,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는 이 같은 관심이 자신의 가난했고 소외됐던 어린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집안사정으로 미대 진학을 포기한 것은 20대의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 아버지가 미대 시험보지 마라, 집이 어려우니까. 저는 싸워 본 적이 없는 거예요. 미대 시험으로. 그래서 실패를 했는데…. 만화 그리러 올라와서 지하철역에서 제 고등학교 동기를 만났어요. 우연찮게. `야, 이번 주 어디에서 우리 학교 애들 만나는데 너 와라.` 장소를 알아보려고 고등학교 때 반장에게 전화했더니, 굉장히 미안해하면서 `태호야 우리 합격한 애들만 만나기로 한거야`. 그 기억이 20대를 지배했어요."

패배의 경험은 그를 더욱 만화에 매달리게 했습니다.

허영만, 조운학 화백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험생마냥 시간표에 맞춰 생활했고, 스토리 능력을 키우려고 유명 드라마 대본을 필사했습니다.

(인터뷰)

" 데뷔하고 나서, 스토리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처절하게 느끼고…. 다시 문하생으로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스토리 공부만 계속했죠. 서점한 번만 가면 책 이만큼씩. 그림에 익숙한 손을 글 쓰는 데도 익숙하게 하기 위해 무조건 글을 쓰고. `모래시계`가 한창이어서. 모래시계 대본 하이텔에서 다운 받아서, 다 베껴 쓰고…."

윤 작가는 만화 창작을 통해 삶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 만화가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했다면. 예를 들어 큰 사고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내가 일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견딜 수 있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만화를 하다보니 남의 인생의 드라마도 써보고, 그러면서 저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윤 작가는 현재 실패한 바둑기사를 소재로 한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시각을 담아,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작가입니다.

(인터뷰)

" 대체되지 않는 작가. 창작 쪽은 내가 이 사람보다 그림을 잘 그려도 매력이 떨어지면 대체가 되요. 내 자리가 보장이 안 되는 거죠. 대체되지 않는 사람. 끊임없이 내 매력을 발전시키고 싶고, 자라게 할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죠."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10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영화 `이끼`가 최근 3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요. 그 원작인 인터넷 만화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구가인 앵커) 독특한 시선과 탄탄한 캐릭터로 한국만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만화가 윤태호 씨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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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끼`는 원작 만화에 일부분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얼개와 캐릭터, 배경과 주요 대사에서 영화는 만화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만화 원작자이자 영화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던 윤태호 작가는 두 작품이 최종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윤태호 / 만화가

"당연히 뉘앙스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방점도 분명히 다르고요. 만화에서는 류해국의 지난한 과정을 거친 소소한 승리, 개념적인 승리 쪽이라면…. 영화는 굉장히 다르죠. 느낌자체가."

2008년 8월 시작된 만화는 연재가 끝나는 1년 동안 3600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영화의 인기를 업고 하루 평균 조회수가 340만 건을 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만든 강우석 감독은 원작이 주는 부담감으로 한때 우울증에 걸릴 뻔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인터뷰)

" 원작소스가 있는 작품을 처음 해 보시는 경우라 그러셨을 거예요. 이 작품은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활어 같은 느낌이라 이걸 조리하자니 자꾸 걸리는 거죠. 이 생선 잡은 사람들, 또 생선 보고 환호한 사람들. 그걸 그렇게 밖에 회를 못 치냐고 비난할까봐 마음에 걸린 거죠."

`이끼`는 윤태호 작가가 만화가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한 웹툰입니다.

앞서 작품 10여 편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지만, 웹툰 연재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인터뷰)

" 저도 출판만화 어법에 익숙한 사람이라, 이 포인트가 사람들이 재밌어할 포인튼가 그걸 찾는 게 너무 힘들었죠. 계속 스크롤을 내려보고, 반복해 보고. 출판만화에서 쌓아온 내 노하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걸 확인 받고 싶진 않았거든요."

가 정과 사회에서 실패한 남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찾아간 한 은폐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끼`부터,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발생한 사건사고와 두 소년의 성장담을 엮은 `야후`, 노인들의 성과 사랑, 삶의 해학을 이야기하는 만화 `로망스` 등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는 패배한 사람들,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는 이 같은 관심이 자신의 가난했고 소외됐던 어린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집안사정으로 미대 진학을 포기한 것은 20대의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 아버지가 미대 시험보지 마라, 집이 어려우니까. 저는 싸워 본 적이 없는 거예요. 미대 시험으로. 그래서 실패를 했는데…. 만화 그리러 올라와서 지하철역에서 제 고등학교 동기를 만났어요. 우연찮게. `야, 이번 주 어디에서 우리 학교 애들 만나는데 너 와라.` 장소를 알아보려고 고등학교 때 반장에게 전화했더니, 굉장히 미안해하면서 `태호야 우리 합격한 애들만 만나기로 한거야`. 그 기억이 20대를 지배했어요."

패배의 경험은 그를 더욱 만화에 매달리게 했습니다.

허영만, 조운학 화백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험생마냥 시간표에 맞춰 생활했고, 스토리 능력을 키우려고 유명 드라마 대본을 필사했습니다.

(인터뷰)

" 데뷔하고 나서, 스토리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처절하게 느끼고…. 다시 문하생으로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스토리 공부만 계속했죠. 서점한 번만 가면 책 이만큼씩. 그림에 익숙한 손을 글 쓰는 데도 익숙하게 하기 위해 무조건 글을 쓰고. `모래시계`가 한창이어서. 모래시계 대본 하이텔에서 다운 받아서, 다 베껴 쓰고…."

윤 작가는 만화 창작을 통해 삶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 만화가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했다면. 예를 들어 큰 사고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내가 일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견딜 수 있을까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만화를 하다보니 남의 인생의 드라마도 써보고, 그러면서 저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윤 작가는 현재 실패한 바둑기사를 소재로 한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시각을 담아,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작가입니다.

(인터뷰)

" 대체되지 않는 작가. 창작 쪽은 내가 이 사람보다 그림을 잘 그려도 매력이 떨어지면 대체가 되요. 내 자리가 보장이 안 되는 거죠. 대체되지 않는 사람. 끊임없이 내 매력을 발전시키고 싶고, 자라게 할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죠."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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