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친북세력은 민주도, 진보도 아니다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주역인 박상증 목사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10년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현재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온 박 목사가 최근 현실 문제를 둘러싼 종교계 일각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재단법인 굿 소사이어티가 `종교의 현실참여`를 주제로 마련한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미국에 가 천안함 폭침 사건 조사 결과를 비판한 일부 종교인 등 좌파세력에 대해 ＂그들은 친북파여서 과거 민주화운동을 할 때도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계속해서 김정일과는 친한데 이명박 정권은 타도해야 할 정권으로 인식했다＂며 ＂그런 식의 시민운동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동승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양심적 종교인들은 권력의 횡포에 맞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사라진 뒤에도 일부 종교인이 독선적이고 편향적인 현실인식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김정일 찬양`에 열을 올린 한상렬 씨처럼 종교인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친북, 종북적 행태를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실참여형 목회자인 박 목사가 요즘 종교계 일각의 움직임을 질타한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올해 80세인 박 목사는 ＂남한단독정부 부정(否定)을 앞세우며 북한정부 수립을 위한 비밀선거에 동참을 강요하던 세력과 광우병 촛불시위에 비쳐진 선거부정의 정서에 어떤 역사적 연결고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종교인의 4대강 사업 반대는 대(對)정권 투쟁 같다＂면서 ＂유신체제도 아닌데 교회가 정당정치에 휘말려 들어가 어느 한편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경청할 만합니다.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일부 종교인은 박 목사의 충고를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친북 좌파세력은 결코 민주주의자도, 진보주의자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와 언론도 그들을 `민주와 진보`라는 잘못된 용어로 미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