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보금자리 주택’

갈 곳 잃은 `보금자리`

(박제균 앵커) 얼마 전 과도한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LH에 대해 보도해드렸는데요. LH가 추진하는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고 있습니다.

(구가인 앵커) 사업 진행을 두고 원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가 하면 주변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로 청약미달 사태까지 벌어진 곳도 있습니다. 경제부 김철중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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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시 은계지구. 이곳은 작년 12월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토지보상금 문제로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인터뷰) 은계지구 주민 이종원(69)

＂집 없는 서민들을 웃게 하는 정책인데 원주민들을 위한 대책은 너무나 미흡하기 짝이 없다. 배려하는 흔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

이 곳은 보상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미 토지 보상가가 시세의 70% 수준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일상적인 거래조차 뚝 끊긴 상황입니다.

보금자리지구로 선정된 뒤 주변 땅값이 치솟아 원주민들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인근에 정착할 수 없고 다른 곳으로 쫓겨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은계지구 원주민들은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차라리 보금자리주택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다른 보금자리주택지구인 경기 하남시 미사지역은 2009년 5월 사업 선정 이후 1년이 넘는 진통 끝에 지난 주 보상계획공고가 났습니다. 그러나 보상방식을 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금보상이 원칙이지만 LH측에서는 5년 만기 채권을 제시하는 한편 자금 사정에 따라 월별 보상한도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미사지구 주민 박순창(62)

＂집이 있어도 수리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풀 한포기 뽑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빨리 마음의 결정을 하고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성남시와 광명시 등은 지구 지정부터 계획 승인까지 모든 권한을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로 예정된 3차 지구 사전예약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서민용 주택이라는 본래 목적 달성도 힘들어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5월 공급한 시흥 은계지구의 예정 분양가는 3.3㎡당 최고 820만원으로 700만원 후반 대인 인근 아파트보다 비싼 상황입니다. 2차 보금자리 주택지구 사전 청약에서는 미달인 곳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이 보금자리 주택 정책 전반을 축소 조정하는, 그리고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그런 부분이 필요하고요. 특히 서민 주거 약자를 위한 맞춤형 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LH측은 보금자리주택사업의 경우 정부의 주력사업인데다 이미 청약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재검토하더라도 취소는 어렵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지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법률에 따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입니다.

(스탠드업)

LH는 다음 달 안으로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동아일보 김철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