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덩치 키우느라 빚 늘린 LH공사

국내 공기업 중에서 빚이 가장 많은 곳은 작년에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라는 두 공기업이 합친 LH공사입니다. 무려 118조 원의 빚을 졌습니다. 빚에 눌려 사업을 취소하는 바람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엄청난 빚을 국민에 떠넘기게 되자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감사 결과 LH공사의 부실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간의 몸집 불리기 경쟁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통합할 경우 주도권을 잡기위해 사업도 확장하고 인원도 늘린 것이죠.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7조5000억 원이던 두 기관의 사업규모가 2009년에는 4배가 넘는 33조 원으로 커졌습니다. 같은 기간에 인력은 5270명에서 7367명으로 약 40%나 늘었습니다.

사업을 늘렸지만 이게 속빈 강정이었습니다. 토지와 주택 수요를 제대로 예상하지 않은 채 사업을 확대한 결과 미분양이 크게 늘었습니다. 부실이 늘고 부채가 쌓이는 게 당연합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보니 비용도 크게 늘어 부실이 심화됐습니다. 토지보상비나 기반시설 부담금은 급증한 겁니다. 적자가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을 밀어붙인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심지어는 통합을 앞두고 사내복지기금을 나눠 갖기도 했습니다. 통합 직전인 지난해 7월 사내근로복지기금 적립 규모가 큰 토공은 직원 1인당 평균 300만 원씩 지급했습니다. 경영진과 노조 그리고 감사까지 똘똘 뭉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져 있었던 겁니다. 두 공기업을 감독할 책무가 있는 국토해양부와 감사원이 눈감고 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어날리 없겠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0월 LH공사 출범 때 ＂공기업 선진화의 시금석이자 그 완성을 위한 새 출발＂이라며 공기업 개혁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LH공사의 통합이 채 1년도 안돼 부실의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공기업을 선진화한다면서 빚더미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다른 공기업 개혁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엉터리 통합을 하려면 차라리 안 하느니 만도 못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주택공사과 토지공사 그리고 LH공사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 합니다.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를 유능한 정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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