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사흘간의 열전, 특별했던 현대캐피탈의 열정

등록 2010.09.17.
치열했던 사흘간의 열전, 특별했던 현대캐피탈의 열정

-스포츠 마케팅에 새 전기 마련한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한·일골프대항전



2010년, 골프 한일전이 부활했다. 9월 10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 해비치 C.C.에서 개최된 ‘현대캐피탈 Invitational 한·일골프대항전’이 그것이다. 금융회사 현대캐피탈은 ‘Invit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싸이클, 체조 등의 비인기 종목으로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치러내 업계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현대캐피탈은 아직 충분히 대중화되지 못한 골프를 국가대항전, 그것도 한일 라이벌전 구도로 구성해 골프매니아가 아닌 사람들도 즐기며 응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골프대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현대캐피탈의 열정과 크리에이티브



현대캐피탈은 이번 대회를 아시아 최고의 국가대항전이자 축제로 만든다는 방침 아래, 그동안 골프 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로 대회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먼저 대회 우승 트로피. 현대캐피탈은 기존 골프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컵이나 도자기모양의 천편일률적 형태를 지양하고, 트로피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자 골프 퍼터를 형상화해 우승 트로피를 만들었다. ‘챔피언 퍼터(Champion Putter)’로 명명된 이 트로피는 플래티넘으로 도금 처리해 세련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디자인을 매우 중시하는 현대캐피탈다운 발상이다.



대회 후원사가 트로피 디자인까지 주도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현대캐피탈은 트로피가 대회 자체를 상징하고 대회의 의미와 전통, 가치, 권위를 가장 먼저 대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미국 방송사 CBS가 ‘최고의 골프 트로피’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브리티시오픈과 마스터즈, PGA 챔피언십의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 그린 재킷,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대회의 권위와 전통만큼 우승 트로피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양국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한일골프대항전의 새로운 전통을 시작하고, 대회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독창적인 트로피를 만든 현대캐피탈의 노력은 돋보인다.



선수를 위한 필드에서의 세심한 배려도 남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의 시각적 부담을 고려해 러프 주변의 A보드(광고판)를 단색 레터링 형식으로 구성하고 수량을 최소화해 경기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일반 대회의 경우 100개 내외의 A보드가 설치되지만 이번 대회에는 그 절반도 안되는 47개만이 설치됐다. 또 가장 노출이 많이 되는 티잉 그라운드에도 홀안내보드 이외에 어떤 광고물도 넣지 않아 선수나 갤러리 모두 시원한 티잉 그라운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의 모자에도 현대캐피탈의 이름을 넣는 대신, 기업 CI를 형상화한 요소만 넣었다. 후원하는 기업의 로고와 형형색색 광고 일색인 기존 대회와는 분명히 차별화된 선택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의 유니폼도 국가대항전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디자인했다.

한일 각국을 대표하는 두가지 색상인 빨간색과 파란색을 모티브로 라운드별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복장만 봐도 누가 어느 나라의 선수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색상의 대비를 통해 한일국가대항전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현대캐피탈 특유의 마케팅 센스가 발휘될 차례였다. 대회장소가 제주도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캐피탈은 제주 공항에 대회 안내를 위한 아치 기둥을 세우고 현지에서 홍보차량을 운행했다. 대회 안내 문구를 입힌 대형 윙바디 차량과 리무진, 캠핑카의 차량행렬은 제주 전역을 운행하며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고, 독특한 홍보 방법에 ‘참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캐피탈은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 뿐 아니라 아이폰 어플리케이션과 QR코드 등 모바일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회관련 소식을 전하고 팬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특히,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은 경기스코어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현장에서 스코어가 궁금한 갤러리들로부터 호응을 얻았고,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한일전을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블로그, 트위터에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경기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멀리서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대회가 한일 국가대항전인 만큼, 골프매니아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갤러리 이벤트도 준비했다. 입장권 추첨, 승리팀 맞추기, 벙커샷 이벤트, 퍼팅 이벤트 등을 통해 기아자동차 쏘울과 모닝을 비롯, 전자제품과 골프용품 등 총 1억원의 경품을 내걸고 갤러리를 손짓했다.



코스 정비에만 6개월 정성쏟아



대회 장소인 제주 해비치C.C.는 국제 대회에 걸맞는 코스를 만들기 위해, 대회 6개월 전부터 개·보수 작업을 단행했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의 폭을 좁히고 러프를 넓히는 등 국제 대회에 걸맞는 코스로 재탄생 시켰으며, 5개의 벙커를 추가하고 그린사이드 벙커 또한 깊고 넓게 확장해 박진감 넘치는 코스로 설계했다.



최상의 코스에서 최고의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는 각오로 코스상태를 최상으로 만들기 위한 대회 주최측의 노력도 눈물겨웠다. 지독하게 더웠던 올 여름, 30일 가까이 지속된 열대야로 잔디는 타들어갔고, 주최측의 가슴도 함께 타들어갔다. 밤새 스프링쿨러를 돌리고 타들어간 잔디들을 보수하면서 대회 이전까지 최상의 코스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제주 해비치C.C 전직원이 매달렸다.



특히 대회 3주전부터는 내장객을 받지 않는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최상의 코스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기울였다.



그러나 대회 직전, 현대캐피탈과 양국 프로골프 협회, 그리고 출전선수를 포함한 모든 대회 관계자들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 한반도를 강타한 7호 태풍 ‘콘파스’의 영향으로 해비치 C.C의 경기코스인 ‘팜(Palm)코스’와 ‘레이크(Lake)코스’ 중 ‘팜코스’ 일부가 물에 잠기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회 3일 전에는 9호 태풍 ‘말로’가 상륙했고, 대회 전날인 9월 9일에도 시간당 4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악조건이 계속됐다. 물에 잠긴 코스를 완벽히 복구하기가 시간적·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대회 전날 한국프로골프투어 송병주 국장, 일본프로골프투어 히로시 야마나카 전무 등 양국 협회와 현대캐피탈 관계자가 참석한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한국 측은 코스 상태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원안대로 ‘팜코스’와 ‘레이크코스’를 모두 활용해 18홀로 경기를 치르고자 했다. 6년 만에 재개되는 골프 한일전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측은 폭우에 의한 프로암 취소로 인해 선수들이 ‘팜코스’에 대한 적응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레이크코스’ 9홀을 두 바퀴 도는 방식을 제안했다. 여러 차례 전지훈련을 통해 코스를 익힌 한국선수들에 비해 한차례도 코스를 경험하지 못해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본 측 주장의 이면에는 9홀을 반복함으로써 선수들이 빨리 코스에 익숙해져, 한국팀의 홈어드밴티지 효과를 줄이고자하는 계산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결국 일본측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양국은 상태가 양호한 ‘레이크코스’의 9홀을 두 바퀴 도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경기 방식은 기상악화로 인해 코스상태가 불비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방식이지만, PGA투어에서도 이용될만큼 국제적으로는 공인된 방식이다.



하지만,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선수들은 이번 한일 대항전에서의 필승을 다짐하며 팽팽한 긴장감과 전운을 조성했다. 평균 연령 24.4세로 32.4세의 일본팀보다 8살이나 낮은 한국팀의 김대현 선수는 “우리는 젊은 패기로 뭉쳐있다. 반드시 우승컵을 지켜내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일본팀의 이시카와 료 선수는 “일본은 사상 최고의 정예 멤버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질 수 없는 게임”이라고 응수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서 이시카와는 “한일 양국은 축구나 야구에서도 라이벌이지만 경쟁을 통해 서로가 수준을 높여왔다”며, “태풍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대회를 마련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어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매너를 보이기도 했다. 일본의 ‘차세대 슈퍼스타’다운 이시카와의 이런 면모는 한국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팽팽한 접전으로 양국 팬들 긴장감 속 사흘보내



다음 날부터 펼쳐진 ‘현대캐피탈 Invitational 한일골프대항전’은 골프 경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박진감과 긴장감, 그리고 짜릿함이 사흘 내내 계속됐다. 한국팀은 첫날 두 선수가 공을 번갈아 치는 포섬 스트로크 방식으로 열린 1라운드에서 필승 카드 김대현-김대섭과 배상문-김경태가 승리했지만, 이시카와 료와 가타야마 신고 등을 앞세운 일본에 3경기를 내줘 2승3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한일전다운 접전의 승부에 갤러리들은 환호했고, TV중계를 통해 방송을 본 국민들은 ‘새로운 한일전’의 등장에 주목했다.



둘째 날도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배상문과 강경남은 포볼 방식으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에이스’ 이시카와 료와 소노다 순스케를 2타 차로 제압했다. 김도훈-김대섭 조도 승리를 거뒀고, 이승호-손준업 조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틀 간 중간 전적으로는 한국이 일본에 승점 1점차로 뒤지게 됐지만, 각 팀 10명이 싱글 스트로크플레이로 1:1 ‘맞짱’을 펼치는 최종일 경기에서 역전 가능성을 남겨 대회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대회 마지막 날. 9백명에 이르는 갤러리들이 해비치C.C.를 찾았다.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과 기상 악조건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였다. 입장하는 갤러리들은 한결같이 “현재 스코어가 어떻게 되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봉에 선 김대섭이 오다 류이치를 7타 차로 눌러 출발은 좋았으나, 두 번째 주자이자 팀의 맏형 김형성이 역전패한 게 아쉬웠다. 이후 김비오, 김도훈, 이승호가 연달아 지면서 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 다음 주자인 손준업이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1타 차 역전승을 거뒀으나, 김대현이 양국 최장타자 대결에서 소노다 šœ스케에게 패하자 3일간 누적 점수는 결국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자존심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를 위해 뒤쪽에 배치된 한국의 주력 선수들은 일본의 간판 스타들에게 모두 이겼다. 강경남은 이케다 유타와 접전 끝에 한 타 차로 이겼으며, 김경태는 무려 7타차로 이시카와 료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마지막 주자 배상문도 베테랑 가타야마 신고를 4타 차로 누르며 멋지게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자타가 인정하는 베스트 멤버로 구성돼 큰 점수차로 이길 것이라고 자부해온 일본 측 언론들도 박빙의 승부를 펼친 한국선수들의 실력과 패기에 큰 찬사를 보냈다.



비록 우승 트로피 ‘챔피언 퍼터’는 일본 대표팀이 가져갔지만, ‘현대캐피탈 Invitational 한일골프대항전’은 국내 골프계에 큰 의미를 남겼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연한 경기 운영능력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은 놀랍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회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존대회와의 철저한 차별화를 꾀한 노력도 돋보인다. ‘골프’라는 스포츠로 한일전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 ‘현대캐피탈 Invitational’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영상제공=현대캐피탈

치열했던 사흘간의 열전, 특별했던 현대캐피탈의 열정

-스포츠 마케팅에 새 전기 마련한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한·일골프대항전



2010년, 골프 한일전이 부활했다. 9월 10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 해비치 C.C.에서 개최된 ‘현대캐피탈 Invitational 한·일골프대항전’이 그것이다. 금융회사 현대캐피탈은 ‘Invit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싸이클, 체조 등의 비인기 종목으로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치러내 업계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현대캐피탈은 아직 충분히 대중화되지 못한 골프를 국가대항전, 그것도 한일 라이벌전 구도로 구성해 골프매니아가 아닌 사람들도 즐기며 응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골프대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현대캐피탈의 열정과 크리에이티브



현대캐피탈은 이번 대회를 아시아 최고의 국가대항전이자 축제로 만든다는 방침 아래, 그동안 골프 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로 대회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먼저 대회 우승 트로피. 현대캐피탈은 기존 골프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컵이나 도자기모양의 천편일률적 형태를 지양하고, 트로피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자 골프 퍼터를 형상화해 우승 트로피를 만들었다. ‘챔피언 퍼터(Champion Putter)’로 명명된 이 트로피는 플래티넘으로 도금 처리해 세련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디자인을 매우 중시하는 현대캐피탈다운 발상이다.



대회 후원사가 트로피 디자인까지 주도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현대캐피탈은 트로피가 대회 자체를 상징하고 대회의 의미와 전통, 가치, 권위를 가장 먼저 대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미국 방송사 CBS가 ‘최고의 골프 트로피’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브리티시오픈과 마스터즈, PGA 챔피언십의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 그린 재킷,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대회의 권위와 전통만큼 우승 트로피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양국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한일골프대항전의 새로운 전통을 시작하고, 대회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독창적인 트로피를 만든 현대캐피탈의 노력은 돋보인다.



선수를 위한 필드에서의 세심한 배려도 남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의 시각적 부담을 고려해 러프 주변의 A보드(광고판)를 단색 레터링 형식으로 구성하고 수량을 최소화해 경기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일반 대회의 경우 100개 내외의 A보드가 설치되지만 이번 대회에는 그 절반도 안되는 47개만이 설치됐다. 또 가장 노출이 많이 되는 티잉 그라운드에도 홀안내보드 이외에 어떤 광고물도 넣지 않아 선수나 갤러리 모두 시원한 티잉 그라운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의 모자에도 현대캐피탈의 이름을 넣는 대신, 기업 CI를 형상화한 요소만 넣었다. 후원하는 기업의 로고와 형형색색 광고 일색인 기존 대회와는 분명히 차별화된 선택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의 유니폼도 국가대항전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디자인했다.

한일 각국을 대표하는 두가지 색상인 빨간색과 파란색을 모티브로 라운드별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복장만 봐도 누가 어느 나라의 선수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색상의 대비를 통해 한일국가대항전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현대캐피탈 특유의 마케팅 센스가 발휘될 차례였다. 대회장소가 제주도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캐피탈은 제주 공항에 대회 안내를 위한 아치 기둥을 세우고 현지에서 홍보차량을 운행했다. 대회 안내 문구를 입힌 대형 윙바디 차량과 리무진, 캠핑카의 차량행렬은 제주 전역을 운행하며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고, 독특한 홍보 방법에 ‘참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캐피탈은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 뿐 아니라 아이폰 어플리케이션과 QR코드 등 모바일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회관련 소식을 전하고 팬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특히,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은 경기스코어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현장에서 스코어가 궁금한 갤러리들로부터 호응을 얻았고,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한일전을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블로그, 트위터에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경기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멀리서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대회가 한일 국가대항전인 만큼, 골프매니아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갤러리 이벤트도 준비했다. 입장권 추첨, 승리팀 맞추기, 벙커샷 이벤트, 퍼팅 이벤트 등을 통해 기아자동차 쏘울과 모닝을 비롯, 전자제품과 골프용품 등 총 1억원의 경품을 내걸고 갤러리를 손짓했다.



코스 정비에만 6개월 정성쏟아



대회 장소인 제주 해비치C.C.는 국제 대회에 걸맞는 코스를 만들기 위해, 대회 6개월 전부터 개·보수 작업을 단행했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의 폭을 좁히고 러프를 넓히는 등 국제 대회에 걸맞는 코스로 재탄생 시켰으며, 5개의 벙커를 추가하고 그린사이드 벙커 또한 깊고 넓게 확장해 박진감 넘치는 코스로 설계했다.



최상의 코스에서 최고의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는 각오로 코스상태를 최상으로 만들기 위한 대회 주최측의 노력도 눈물겨웠다. 지독하게 더웠던 올 여름, 30일 가까이 지속된 열대야로 잔디는 타들어갔고, 주최측의 가슴도 함께 타들어갔다. 밤새 스프링쿨러를 돌리고 타들어간 잔디들을 보수하면서 대회 이전까지 최상의 코스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제주 해비치C.C 전직원이 매달렸다.



특히 대회 3주전부터는 내장객을 받지 않는 손해까지 감수하면서 최상의 코스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기울였다.



그러나 대회 직전, 현대캐피탈과 양국 프로골프 협회, 그리고 출전선수를 포함한 모든 대회 관계자들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 한반도를 강타한 7호 태풍 ‘콘파스’의 영향으로 해비치 C.C의 경기코스인 ‘팜(Palm)코스’와 ‘레이크(Lake)코스’ 중 ‘팜코스’ 일부가 물에 잠기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회 3일 전에는 9호 태풍 ‘말로’가 상륙했고, 대회 전날인 9월 9일에도 시간당 4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악조건이 계속됐다. 물에 잠긴 코스를 완벽히 복구하기가 시간적·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대회 전날 한국프로골프투어 송병주 국장, 일본프로골프투어 히로시 야마나카 전무 등 양국 협회와 현대캐피탈 관계자가 참석한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한국 측은 코스 상태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원안대로 ‘팜코스’와 ‘레이크코스’를 모두 활용해 18홀로 경기를 치르고자 했다. 6년 만에 재개되는 골프 한일전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측은 폭우에 의한 프로암 취소로 인해 선수들이 ‘팜코스’에 대한 적응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레이크코스’ 9홀을 두 바퀴 도는 방식을 제안했다. 여러 차례 전지훈련을 통해 코스를 익힌 한국선수들에 비해 한차례도 코스를 경험하지 못해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본 측 주장의 이면에는 9홀을 반복함으로써 선수들이 빨리 코스에 익숙해져, 한국팀의 홈어드밴티지 효과를 줄이고자하는 계산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결국 일본측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양국은 상태가 양호한 ‘레이크코스’의 9홀을 두 바퀴 도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경기 방식은 기상악화로 인해 코스상태가 불비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방식이지만, PGA투어에서도 이용될만큼 국제적으로는 공인된 방식이다.



하지만,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선수들은 이번 한일 대항전에서의 필승을 다짐하며 팽팽한 긴장감과 전운을 조성했다. 평균 연령 24.4세로 32.4세의 일본팀보다 8살이나 낮은 한국팀의 김대현 선수는 “우리는 젊은 패기로 뭉쳐있다. 반드시 우승컵을 지켜내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일본팀의 이시카와 료 선수는 “일본은 사상 최고의 정예 멤버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질 수 없는 게임”이라고 응수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서 이시카와는 “한일 양국은 축구나 야구에서도 라이벌이지만 경쟁을 통해 서로가 수준을 높여왔다”며, “태풍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대회를 마련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어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매너를 보이기도 했다. 일본의 ‘차세대 슈퍼스타’다운 이시카와의 이런 면모는 한국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팽팽한 접전으로 양국 팬들 긴장감 속 사흘보내



다음 날부터 펼쳐진 ‘현대캐피탈 Invitational 한일골프대항전’은 골프 경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박진감과 긴장감, 그리고 짜릿함이 사흘 내내 계속됐다. 한국팀은 첫날 두 선수가 공을 번갈아 치는 포섬 스트로크 방식으로 열린 1라운드에서 필승 카드 김대현-김대섭과 배상문-김경태가 승리했지만, 이시카와 료와 가타야마 신고 등을 앞세운 일본에 3경기를 내줘 2승3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한일전다운 접전의 승부에 갤러리들은 환호했고, TV중계를 통해 방송을 본 국민들은 ‘새로운 한일전’의 등장에 주목했다.



둘째 날도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배상문과 강경남은 포볼 방식으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에이스’ 이시카와 료와 소노다 순스케를 2타 차로 제압했다. 김도훈-김대섭 조도 승리를 거뒀고, 이승호-손준업 조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틀 간 중간 전적으로는 한국이 일본에 승점 1점차로 뒤지게 됐지만, 각 팀 10명이 싱글 스트로크플레이로 1:1 ‘맞짱’을 펼치는 최종일 경기에서 역전 가능성을 남겨 대회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대회 마지막 날. 9백명에 이르는 갤러리들이 해비치C.C.를 찾았다.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과 기상 악조건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였다. 입장하는 갤러리들은 한결같이 “현재 스코어가 어떻게 되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봉에 선 김대섭이 오다 류이치를 7타 차로 눌러 출발은 좋았으나, 두 번째 주자이자 팀의 맏형 김형성이 역전패한 게 아쉬웠다. 이후 김비오, 김도훈, 이승호가 연달아 지면서 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 다음 주자인 손준업이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1타 차 역전승을 거뒀으나, 김대현이 양국 최장타자 대결에서 소노다 šœ스케에게 패하자 3일간 누적 점수는 결국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자존심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승부를 위해 뒤쪽에 배치된 한국의 주력 선수들은 일본의 간판 스타들에게 모두 이겼다. 강경남은 이케다 유타와 접전 끝에 한 타 차로 이겼으며, 김경태는 무려 7타차로 이시카와 료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마지막 주자 배상문도 베테랑 가타야마 신고를 4타 차로 누르며 멋지게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자타가 인정하는 베스트 멤버로 구성돼 큰 점수차로 이길 것이라고 자부해온 일본 측 언론들도 박빙의 승부를 펼친 한국선수들의 실력과 패기에 큰 찬사를 보냈다.



비록 우승 트로피 ‘챔피언 퍼터’는 일본 대표팀이 가져갔지만, ‘현대캐피탈 Invitational 한일골프대항전’은 국내 골프계에 큰 의미를 남겼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연한 경기 운영능력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은 놀랍다. 다양한 방법으로 대회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존대회와의 철저한 차별화를 꾀한 노력도 돋보인다. ‘골프’라는 스포츠로 한일전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 ‘현대캐피탈 Invitational’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영상제공=현대캐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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