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원으로 SF영화 한 편을?
등록 2010.10.05.“영화를 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강렬한 시각적 체험을 (관객들에게) 주는 것이 영화의 사명이자 기능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30일 개봉한 B급 SF영화 ‘불청객’이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단관개봉에 하루 2회 상영임에도 관객 400명을 돌파했다. ‘인셉션’, ‘아저씨’ 같은 영화처럼 개봉관 300개에 4회 상영으로 따지면 개봉 첫 주에 약 30만 명이 다녀간 숫자와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외계 악당으로부터 우주로 납치된다는 황당무계한 설정도 눈길을 끌지만 초저예산으로 431컷에 달하는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SF영화로 탄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CG는 한 컷 당 몇십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까지 비용이 소요된다. 2000만 원의 제작비로 1시간 분량의 SF영화를 만드는 일이 과연 가능하긴 할까? 참고로 지난해 초 영화계를 강타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제작비는 무려(?) 1억 원이었다.
그 대답을 얻기 위해 4일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 영화관에서 ‘불청객’의 연출을 맡은 이응일 감독을 직접 만났다. ‘불청객’이 만들어지게 된 시작은 이랬다. 때는 2006년 4월, 서울 신림동의 한 반지하 자취방에 살던 이 감독은 자취방 리모델링 공사로 같이 살던 형들과 헤어지게 되자 그동안의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세 사람이 실명으로 함께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영화 ‘불청객’은 만년 고시생 진식과 취업준비생 강영과 응일이 사는 자취방에 어느 날 우주 악당 ‘포인트맨’이 나타나 초능력으로 이들 세 명의 수명을 빼앗기 위해 집을 통째로 우주로 날려버리고 세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포인트맨과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5분짜리 자취방 안에서 벌어지는 백수 이야기를 쓰려고 했어요. 쓰다 보니 20분 분량으로 길어졌고 최종 시나리오를 완성해보니 40분 정도의 중편 영화 분량이 됐죠. 촬영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장면들을 추가하다 보니 1시간 저의 첫 장편영화가 완성됐습니다.”
이응일 감독은 백수가 등장하는 독립영화는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했다. 골방에 처박혀 담배나 피우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래서 이 감독은 백수들에게 우주라는 SF 요소의 외피를 입혔다.
“훌륭한 장르 영화의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장르라는 외부 요소를 끌어들여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관객에게 ‘불청객’은 B급 정서로 무장된 아스트랄 한 독립영화쯤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감독은 ‘불청객’이 단순히 사회적 풍자나 묘사를 넘어 사람의 죽음과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영화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불청객’이 저예산으로 만들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응일 감독이 애초에 극장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순전히 ‘기록용’으로만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부터 공적지원을 받는 방법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SF 효과를 내기 위해 소품을 직접 공수하거나 제작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 양질의 영상촬영장비는 꿈도 꾸지 못했다. 촬영조명은 삼파장 스탠드로 대체했고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영화 촬영장에서 자주 쓰이는 200만 원짜리 촬영용 유리 대신 직접 설탕을 녹여 만든 슈가글라스를 이용했다. 악당 ‘포인트맨’에 크로마키 기법으로 CG를 입히기 위해 내복과 수영모, 얼굴에까지 직접 파란 물감을 칠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함께 살던 형들과 자신이 주연배우였으니 출연료 문제는 해결됐지만 무보수 촬영 스텝을 모집하긴 쉽지 않았다. 이 감독이 영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서울대학교 영화 동아리 ‘얄랴성’의 후배들에게 부탁해 신세를 졌다. 그렇게 순수 촬영에만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 촬영 후반에는 스텝들을 부르기도 미안해져 혼자서 카메라를 키고 연기하기도 했다. 이런 절약을 통해 그는 적금통장에 들어 있던 500만 원으로 순수 촬영비를 해결했다. 이후 주위의 권유로 ‘불청객’을 제14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출품하기로 결심한 뒤 시작된 CG, 사운드 등의 후반작업은 지인들로부터 지원받은 1500만 원으로 마무리 지었고 결국 2000만 원짜리 초저예산 SF영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이응일 감독은 ‘포인트맨’과 ‘응일’ 역을 동시에 소화해내며 배우로서의 욕심도 나타냈다. 이 감독은 “연기하는 거 좋아합니다. 제가 연출하는 영화에는 조연급으로 출연해보고 싶고 다른 감독님들도 저를 써줄 만한 역할이 있다면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불청객’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어설프고 화질과 영상의 질은 좀 떨어지지만 영화 어디에도 저급하거나 불쾌한 구석이 없다. 스스로 ‘불청객’을 대한민국 잉여 SF괴작이라 부르는 이응일 감독. 다양한 장르의 영화 콘텐츠들이 생산되면 우리 문화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그의 말이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2000만 원으로 SF영화 한 편을?
“영화를 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강렬한 시각적 체험을 (관객들에게) 주는 것이 영화의 사명이자 기능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30일 개봉한 B급 SF영화 ‘불청객’이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단관개봉에 하루 2회 상영임에도 관객 400명을 돌파했다. ‘인셉션’, ‘아저씨’ 같은 영화처럼 개봉관 300개에 4회 상영으로 따지면 개봉 첫 주에 약 30만 명이 다녀간 숫자와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외계 악당으로부터 우주로 납치된다는 황당무계한 설정도 눈길을 끌지만 초저예산으로 431컷에 달하는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SF영화로 탄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CG는 한 컷 당 몇십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까지 비용이 소요된다. 2000만 원의 제작비로 1시간 분량의 SF영화를 만드는 일이 과연 가능하긴 할까? 참고로 지난해 초 영화계를 강타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제작비는 무려(?) 1억 원이었다.
그 대답을 얻기 위해 4일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 영화관에서 ‘불청객’의 연출을 맡은 이응일 감독을 직접 만났다. ‘불청객’이 만들어지게 된 시작은 이랬다. 때는 2006년 4월, 서울 신림동의 한 반지하 자취방에 살던 이 감독은 자취방 리모델링 공사로 같이 살던 형들과 헤어지게 되자 그동안의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 세 사람이 실명으로 함께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영화 ‘불청객’은 만년 고시생 진식과 취업준비생 강영과 응일이 사는 자취방에 어느 날 우주 악당 ‘포인트맨’이 나타나 초능력으로 이들 세 명의 수명을 빼앗기 위해 집을 통째로 우주로 날려버리고 세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포인트맨과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5분짜리 자취방 안에서 벌어지는 백수 이야기를 쓰려고 했어요. 쓰다 보니 20분 분량으로 길어졌고 최종 시나리오를 완성해보니 40분 정도의 중편 영화 분량이 됐죠. 촬영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장면들을 추가하다 보니 1시간 저의 첫 장편영화가 완성됐습니다.”
이응일 감독은 백수가 등장하는 독립영화는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했다. 골방에 처박혀 담배나 피우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래서 이 감독은 백수들에게 우주라는 SF 요소의 외피를 입혔다.
“훌륭한 장르 영화의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장르라는 외부 요소를 끌어들여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관객에게 ‘불청객’은 B급 정서로 무장된 아스트랄 한 독립영화쯤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감독은 ‘불청객’이 단순히 사회적 풍자나 묘사를 넘어 사람의 죽음과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예술영화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불청객’이 저예산으로 만들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응일 감독이 애초에 극장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순전히 ‘기록용’으로만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부터 공적지원을 받는 방법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SF 효과를 내기 위해 소품을 직접 공수하거나 제작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 양질의 영상촬영장비는 꿈도 꾸지 못했다. 촬영조명은 삼파장 스탠드로 대체했고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영화 촬영장에서 자주 쓰이는 200만 원짜리 촬영용 유리 대신 직접 설탕을 녹여 만든 슈가글라스를 이용했다. 악당 ‘포인트맨’에 크로마키 기법으로 CG를 입히기 위해 내복과 수영모, 얼굴에까지 직접 파란 물감을 칠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함께 살던 형들과 자신이 주연배우였으니 출연료 문제는 해결됐지만 무보수 촬영 스텝을 모집하긴 쉽지 않았다. 이 감독이 영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서울대학교 영화 동아리 ‘얄랴성’의 후배들에게 부탁해 신세를 졌다. 그렇게 순수 촬영에만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 촬영 후반에는 스텝들을 부르기도 미안해져 혼자서 카메라를 키고 연기하기도 했다. 이런 절약을 통해 그는 적금통장에 들어 있던 500만 원으로 순수 촬영비를 해결했다. 이후 주위의 권유로 ‘불청객’을 제14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출품하기로 결심한 뒤 시작된 CG, 사운드 등의 후반작업은 지인들로부터 지원받은 1500만 원으로 마무리 지었고 결국 2000만 원짜리 초저예산 SF영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이응일 감독은 ‘포인트맨’과 ‘응일’ 역을 동시에 소화해내며 배우로서의 욕심도 나타냈다. 이 감독은 “연기하는 거 좋아합니다. 제가 연출하는 영화에는 조연급으로 출연해보고 싶고 다른 감독님들도 저를 써줄 만한 역할이 있다면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불청객’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어설프고 화질과 영상의 질은 좀 떨어지지만 영화 어디에도 저급하거나 불쾌한 구석이 없다. 스스로 ‘불청객’을 대한민국 잉여 SF괴작이라 부르는 이응일 감독. 다양한 장르의 영화 콘텐츠들이 생산되면 우리 문화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그의 말이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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