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국민들 냉소 당연하지만…”
등록 2010.10.25.(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25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공정사회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다수는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가인 앵커)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던진 곳이 청와대인데요. 청와대에서 공정사회를 주제로 강연을 한 교수가 있습니다. 한신대 철학과 윤평중 교수를 만났습니다.
***
공정한 사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올해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 구현을 집권 후반기 기조로 내세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정사회란 화두는 이후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 청문회, 외교부 장관 딸 특채 사건을 거치며 국민들 사이에서 부각됩니다.
그 사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올 한해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윤평중 교수/ 한신대 철학과
"이래서는 안 되겠다, 국민적인 피로감, 분노 이런 게 밑에서 끓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외교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터져버린 거죠. 밑에서 터져버린 용암이 분출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을 두고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공정하지 못한 정부가 공정사회를 말할 자격이 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윤평중 교수는 공정이라는 화두의 제시가 한국사회의 진화과정에서 필연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 있는 자, 가진 자, 기득권을 위한 정부란 게 이미지가 강력히 박혀있습니다. 단순한 이미지만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거고, 그런 정부가 공정사회를 내놓으니까 냉소할 수밖에 없죠. 너무나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보고요.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매도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의 큰 흐름으로 보면 이건 불가역적 지점을 통과한 거고. 그런 의미에선 시의적절 했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 제기다..."
윤 교수는 특히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 제도의 중요성, 공개적이고 예측 가능한 절차를 만들 것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 예컨대 선진국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수준이 한국보다 높아서 그럴까요. 더 인격자고, 공정한 사람이라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건 제도 때문에 그렇거든요... 완벽히 투명하게 공개해야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산됐고... 이런 접근권이 보장 되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처럼 특채하는 것, 만일 정보가 공개됐다면 그럴 엄두를 못 냈을 거예요."
윤 교수는 사춘기 시절 니체와 키에르케고르의 저서를 탐독하며 철학자를 꿈꿨습니다.
대중적으론 신문에 쓴 시사 칼럼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문학과 영화에 대한 다양한 글을 집필해 왔습니다.
(인터뷰)
" 학생들에게 그 얘길 하죠. 제 전공 영역, 사회철학과 정치철학 이건 내 의무고... 영화는 나의 사랑이다. 제가 가장 행복한 때가 극장에 가서 영화 시작할 때. 암전되면서 불이 꺼지면서 영화 시작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평일 날 하도 극장에 출몰하니까 극장 직원들이 저를 백수로 보는 거 같더라고요."
자연인으로 윤 교수는 스스로가 융통성 없다고 자평할 만큼 원칙주의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로부터 오해도 사는 편입니다.
(인터뷰)
" 선생님 별명이 뭔 줄 아시냐. 뭐냐 그랬더니... 저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드라이 윤`이다. 내가 웃질 않으니까. 표정변화가 없고. 그래서 충격을 좀 받았죠. 그런데 이제 나이를 먹으니까 50이 넘으니까 바뀌더라고요. 호르몬의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많이 좋아진 겁니다. 근데 지금까지 하도 안 웃어서 얼굴 근육이 퇴화 되어서인지 안 웃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연습 좀 해야 합니다."
지식인으로 윤 교수는 그간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의 원칙에 충실한 정치관을 피력해왔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급진적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합니다.
(인터뷰)
"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급진적이란 말과 자유주의가 안 어울리는 조합이거든요. 과격하고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거죠. 급진적이란 어원을 추적해보면 사물의 뿌리에 들어가는, 과격하다는 듯이 아니고요. 원래 좋은 본질을 회복하는,.. 그런 게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왜곡되게 유통되어온, 부당하게 공격당한 자유주의의 바람직한 뿌리,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그런 의미에서 썼죠."
더불어 합리성은 윤 교수의 오랜 화두입니다. 정치·사회 철학자로서 그는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이념의 과잉을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극단의 시대를 사는 지식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뭘까. 윤 교수는 사실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 가치 판단이 너무 앞서는 사회입니다. 내가 옳다고 판단하는 거, 내가 정의로운 일이라고 확신하는 걸 너무나 앞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치와 가치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요. 내 신앙, 내 가치관, 내 양심을 양보할 순 없거든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의를 이끌 수 있는 공통의 지반은 객관적 사실밖에 없습니다."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뉴스데이트 : 공정사회와 ‘사실의 존중’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25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공정사회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다수는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가인 앵커)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던진 곳이 청와대인데요. 청와대에서 공정사회를 주제로 강연을 한 교수가 있습니다. 한신대 철학과 윤평중 교수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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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올해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 구현을 집권 후반기 기조로 내세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정사회란 화두는 이후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 청문회, 외교부 장관 딸 특채 사건을 거치며 국민들 사이에서 부각됩니다.
그 사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올 한해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윤평중 교수/ 한신대 철학과
"이래서는 안 되겠다, 국민적인 피로감, 분노 이런 게 밑에서 끓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외교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터져버린 거죠. 밑에서 터져버린 용암이 분출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을 두고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공정하지 못한 정부가 공정사회를 말할 자격이 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윤평중 교수는 공정이라는 화두의 제시가 한국사회의 진화과정에서 필연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 있는 자, 가진 자, 기득권을 위한 정부란 게 이미지가 강력히 박혀있습니다. 단순한 이미지만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거고, 그런 정부가 공정사회를 내놓으니까 냉소할 수밖에 없죠. 너무나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보고요.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매도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의 큰 흐름으로 보면 이건 불가역적 지점을 통과한 거고. 그런 의미에선 시의적절 했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 제기다..."
윤 교수는 특히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조건으로 제도의 중요성, 공개적이고 예측 가능한 절차를 만들 것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 예컨대 선진국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수준이 한국보다 높아서 그럴까요. 더 인격자고, 공정한 사람이라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건 제도 때문에 그렇거든요... 완벽히 투명하게 공개해야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산됐고... 이런 접근권이 보장 되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처럼 특채하는 것, 만일 정보가 공개됐다면 그럴 엄두를 못 냈을 거예요."
윤 교수는 사춘기 시절 니체와 키에르케고르의 저서를 탐독하며 철학자를 꿈꿨습니다.
대중적으론 신문에 쓴 시사 칼럼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문학과 영화에 대한 다양한 글을 집필해 왔습니다.
(인터뷰)
" 학생들에게 그 얘길 하죠. 제 전공 영역, 사회철학과 정치철학 이건 내 의무고... 영화는 나의 사랑이다. 제가 가장 행복한 때가 극장에 가서 영화 시작할 때. 암전되면서 불이 꺼지면서 영화 시작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평일 날 하도 극장에 출몰하니까 극장 직원들이 저를 백수로 보는 거 같더라고요."
자연인으로 윤 교수는 스스로가 융통성 없다고 자평할 만큼 원칙주의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로부터 오해도 사는 편입니다.
(인터뷰)
" 선생님 별명이 뭔 줄 아시냐. 뭐냐 그랬더니... 저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드라이 윤`이다. 내가 웃질 않으니까. 표정변화가 없고. 그래서 충격을 좀 받았죠. 그런데 이제 나이를 먹으니까 50이 넘으니까 바뀌더라고요. 호르몬의 변화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많이 좋아진 겁니다. 근데 지금까지 하도 안 웃어서 얼굴 근육이 퇴화 되어서인지 안 웃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연습 좀 해야 합니다."
지식인으로 윤 교수는 그간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의 원칙에 충실한 정치관을 피력해왔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급진적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합니다.
(인터뷰)
"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급진적이란 말과 자유주의가 안 어울리는 조합이거든요. 과격하고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거죠. 급진적이란 어원을 추적해보면 사물의 뿌리에 들어가는, 과격하다는 듯이 아니고요. 원래 좋은 본질을 회복하는,.. 그런 게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왜곡되게 유통되어온, 부당하게 공격당한 자유주의의 바람직한 뿌리, 바람직한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그런 의미에서 썼죠."
더불어 합리성은 윤 교수의 오랜 화두입니다. 정치·사회 철학자로서 그는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이념의 과잉을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극단의 시대를 사는 지식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뭘까. 윤 교수는 사실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 가치 판단이 너무 앞서는 사회입니다. 내가 옳다고 판단하는 거, 내가 정의로운 일이라고 확신하는 걸 너무나 앞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치와 가치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요. 내 신앙, 내 가치관, 내 양심을 양보할 순 없거든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의를 이끌 수 있는 공통의 지반은 객관적 사실밖에 없습니다."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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