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민간인 사찰 재수사해야
등록 2010.11.04.검찰은 지난 6월 21일 국회에서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이후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윗선의 존재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8월 11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3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 관련 여부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BH(청와대) 하명`이라고 적힌 지원관실 내부 문건이 나왔는데도 청와대 관련 사실은 밝혀내지 못한 겁니다. 밝혀내지 못했다기보다 밝혀내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대포폰을 만들어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에게 준 사실이 새로 드러났습니다. 대포폰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전화 통화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범죄자들이나 사용하는 겁니다. 지원관실 관계자가 대포폰을 사용한 것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청와대와 총리실의 연결 고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기 위해서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문제의 대포폰은 지원관실 직원이 민간인 사찰 관련 기록이 들어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기 위해서 컴퓨터 전문업체와 접촉하는데 사용됐습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법원에 관련 기록도 뒤늦게 제출했습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검찰이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축소 수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국민의 이목을 끈 중요한 사건을 이렇게 축소 지향으로 부실하게 수사했다면 진실이 밝혀질 리가 없지요. 야당이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검찰이 먼저 사건을 재수사해서 잘못을 바로잡고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축소 지향의 부실 수사였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6월 21일 국회에서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이후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윗선의 존재여부를 밝혀낼 수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8월 11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3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 관련 여부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BH(청와대) 하명`이라고 적힌 지원관실 내부 문건이 나왔는데도 청와대 관련 사실은 밝혀내지 못한 겁니다. 밝혀내지 못했다기보다 밝혀내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대포폰을 만들어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에게 준 사실이 새로 드러났습니다. 대포폰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전화 통화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범죄자들이나 사용하는 겁니다. 지원관실 관계자가 대포폰을 사용한 것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청와대와 총리실의 연결 고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기 위해서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문제의 대포폰은 지원관실 직원이 민간인 사찰 관련 기록이 들어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기 위해서 컴퓨터 전문업체와 접촉하는데 사용됐습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법원에 관련 기록도 뒤늦게 제출했습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검찰이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축소 수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국민의 이목을 끈 중요한 사건을 이렇게 축소 지향으로 부실하게 수사했다면 진실이 밝혀질 리가 없지요. 야당이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검찰이 먼저 사건을 재수사해서 잘못을 바로잡고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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