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이 판국에 6자회담 타당한가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서해상에서 사상 최대의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를 달리고 있는 이 시점에 방한한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6자 긴급회담을 제의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6자 회담 재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천안함 도발도 인정하지 않고 북한 감싸기로 일관했던 중국이 지난 23일 북한의 명백한 연평도 도발을 목격하고도 북한을 질책하기는커녕 돌연히 6자회담을 제의한 배경이 의심스럽습니다. 6자 회담이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것은 회담 재개와 관련해 무리한 전제조건을 요구해온 북한에 있습니다.

북한은 얼마 전 우라늄 농축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습니다. 북의 핵무기 보유가능성이 커진 만큼 북핵 문제 해결도 우리에겐 한시를 다투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북의 연평도 도발은 별개의 사안입니다.

중국의 이런 제안은 집안에 방화로 인한 불이 났는데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집안의 방재시스템을 바꾸자고 얘기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북의 도발행위를 언급하지 않고 관련 국가들을 협상테이블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얼핏 보기엔 싸움을 중재하는 걸로 비쳐지지만 실제론 궁지에 몰린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의 도발행위는 6자 회담의 공식의제조차 될 수 없으니 결국 북한의 도발을 덮어주자는 얘기가 됩니다.

중국은 어제부터 서해에서 실시되고 있는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한 한미 합동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해에 미 항모를 끌어들이고 한반도 긴장을 촉발시킨 것은 북한입니다. 중국도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중국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을 싸고돌수록 한국은 미국 쪽으로 기울어져 동북아의 안정은 멀어질 뿐입니다. 중국은 냉철한 현실인식을 갖고 이번에는 북한의 버릇을 고치는데 적극 협조해야할 것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