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아일랜드 추락의 교훈

등록 2010.11.30.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에 시달려온 아일랜드가 결국 외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일랜드에 850억 유로를 지원키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3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입니다. 350억 유로는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 투입되고 500억 유로는 정부 재정에 쓰일 예정입니다.

아일랜드는 19세기 `감자 대기근`으로 약 100만 명이 굶어죽고 150만 명이 나라를 등져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아일랜드 경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금융과 IT 중심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외국자본에 대한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과 영어권 국가라는 이점을 활용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켈트의 호랑이`로까지 불렸던 아일랜드의 아킬레스건은 취약한 제조업 기반과 토종자본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부동산과 금융 거품 붕괴로 아일랜드 금융권은 800억 유로의 손실을 입었고 외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올해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32%로 전망됩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도 확실시됩니다.

아일랜드의 추락은 제조업이 취약하면서 금융과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 자국 자본대신 외자에만 기대는 경제의 한계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반면 아일랜드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듣던 제조업 강국 독일은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복귀했습니다. 마키노 노보루 전 일본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장은 "제조업은 영원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충격에서 빨리 벗어난 국가로 꼽힙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주요 제조업 분야 기업들 덕분이었습니다. 과거 우리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모델로 삼았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처럼 금융업에만 치중한 나라는 모두 어려워졌습니다. 금융과 서비스업도 키워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제조업의 강점을 유지, 강화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에 시달려온 아일랜드가 결국 외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일랜드에 850억 유로를 지원키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3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입니다. 350억 유로는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 투입되고 500억 유로는 정부 재정에 쓰일 예정입니다.

아일랜드는 19세기 `감자 대기근`으로 약 100만 명이 굶어죽고 150만 명이 나라를 등져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아일랜드 경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금융과 IT 중심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외국자본에 대한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과 영어권 국가라는 이점을 활용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였습니다.

`켈트의 호랑이`로까지 불렸던 아일랜드의 아킬레스건은 취약한 제조업 기반과 토종자본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는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부동산과 금융 거품 붕괴로 아일랜드 금융권은 800억 유로의 손실을 입었고 외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올해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32%로 전망됩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도 확실시됩니다.

아일랜드의 추락은 제조업이 취약하면서 금융과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은 경제, 자국 자본대신 외자에만 기대는 경제의 한계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반면 아일랜드가 승승장구하던 시절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듣던 제조업 강국 독일은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복귀했습니다. 마키노 노보루 전 일본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장은 "제조업은 영원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충격에서 빨리 벗어난 국가로 꼽힙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주요 제조업 분야 기업들 덕분이었습니다. 과거 우리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모델로 삼았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처럼 금융업에만 치중한 나라는 모두 어려워졌습니다. 금융과 서비스업도 키워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제조업의 강점을 유지, 강화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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